사랑받는 날에는 진짜가 되는 거야 이야기 보물창고 2
마저리 윌리엄즈 글,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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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는 물건일지라도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있는 물건이라면 당사자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물건이 된다. 남동생도 어려서 엄마가 처음 사 준 작은 곰인형을 어찌나 가지고 놀았는지 귀도 닳고 다리도 실밥이 다 뜯어졌음에도 커서까지 아니 지금까지 깊숙이 숨겨 두고 있다. 이사 갈 때도 엄마는 버리고 갔건만 나중에 슬쩍 가져왔다고 한다. 이런 추억이 있는 물건은 남자냐 여자냐의 구별도 필요없다. 남동생에게 그 곰인형은 단순한 인형이 아닐 것이다. 엄마의 사랑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모두 들어있는 귀한 물건일테지.

여기 그와 같은 추억을 담고 있는 인형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벨벳 천으로 된 토끼 인형. 그러나 그 인형이 처음부터 아이에게 소중한 물건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항상 가지고 자던 인형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그 대용품으로 아무거나 골라 잡은 것이 이 토끼 인형이었던 것이다. 창고에 있을 때 조랑말에게서 진짜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토끼 인형은 가끔은 그 때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와 항상 붙어 다니며 아이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아이가 숲으로 놀러 갈 때도 정원에서 놀 때도, 심지어는 아플 때도 그 옆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이제 부드러웠던 천은 너덜너덜 해졌다. 그래도 인형은 기쁘기만 하다. 아이가 자신을 진짜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심하게 아프고 나서 병균이 있다며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책을 태워버려야 한단다. 이제 토끼는 버려진 것이다. 아이는 식구들과 바다로 놀러 간다는 말에 인형은 신경도 안쓴다. 과연 인형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조랑말이 해 줬던 진짜가 된다는 이야기. 진짜가 되면 아플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눈물... 인형이 눈물을 흘린 것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음에도 이 책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요즘 나온 책들이 뭐랄까... 진동 폭이 큰 것에 비유한다면 이 이야기는 진동 폭이 작지만 더 오래 울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서술이 약간 길어서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이 1922년에 씌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요즘의 문화가 빠른 전개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연 요즘 아이들에게는 진짜로 될 만한 인형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과연 내 남동생의 인형은 진짜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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