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갈매기 섬의 등대 좋은책어린이문고 3
줄리아 엘 사우어 지음, 최승혜 그림, 김난령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상상하기 어려운 장소가 바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내륙에서만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서 저런 데서 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단지 장면으로 보여지는 모습만 보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삶이 내가 생각하듯이 낭만적이거나 아름답지만은 아닐 테니까. 물론 어느 곳에서 살든 삶이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힘든 시기도 있고 고난도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소로우가 월든 숲에서 살았던 삶을 동경하듯 바닷가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아무도 살지 않는 등대가 있는 섬에서의 삶을 동경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매일 반복되는 삶.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삶...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삶을 지금은 동경하고 있지만 막상 그 시간과 장소가 내게 주어진다면 어떨까. 아니 그보다 이 책에서처럼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할 수도 없는 그런 곳이라면... 글쎄, 자신이 없다. 백 번 양보해서 그런 곳에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정한 기간만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로니와 모스 부인이 2주일 정도라는 약속한 기간 동안은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보내지만 그 기간이 지나자 서서히 초조해지고 떠날 날만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말이다. 

제비갈매기 섬이 모스 부인에게는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고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지만 이제 열 두 살인 로니는 그저 잠시 여행을 하는 그런 곳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로니도 나중에는 그 섬을 사랑하게 된다. 비록 처음에는 바이런씨가 속였다는 사실 때문에 화가 났지만 그의 사연을 알고 나서는 즉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그 상황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주 낯선 곳에서 지내는 크리스마스, 더구나 (비록 본의는 아니지만)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게 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큰엄마와 로니는 분명 두고두고 추억에 남는 시간을 보낸 것일 게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이 찡한 부분은 바이런씨가 열 살에 배를 타게 된 이후로 젊은이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없기 때문에 조카들과 보내기 위해 오래전부터 모스 부인과 로니를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들이나 딸이 아니라 조카라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아마도 직계 가족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섬에서 등대지기를 하며 보낸 삶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물론 이것은 세속적인 것만을 값지다고 생각하는 다분히 속물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자신의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로니와 모스 부인의 크리스마스를 희생시키기는 했지만 결국 그들 모두가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 

오래 전에 뉴베리 아너 상을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그림이 너무 왕자와 공주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어서 이야기에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우리 작가가 재해석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선입견도 작용했을 수 있겠다. 그래도 왠지 글과 그림이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못 받겠다. 그림 자체만 보면 분명 아름답고 예쁜 그림임에도 어딘지 어색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