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다 - 자연에서 찾은 우리 색 보림 창작 그림책
백지혜 글.그림 / 보림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간 표지에 덩그러니 찔레꽃 한 송이만이 그려져 있다. 그 빨간 표지도 지금까지 보아오던 빨간 색과는 약간 차이가 느껴진다. 무슨 이야기길래... 책장을 펼쳐본다. 아니 그 보다 싸고 있는 표지를 벗기고 보니 뭔가 허전하다. 대개 이런 경우 하드커버 안표지에도 제목과 기본적인 서지사항을 넣는데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표지에서 보았던 찔레꽃 여러 송이가 예쁘고 단아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찔레꽃을 보니 어린 시절이 가뭇이 떠오른다. 연한 찔레 순을 꺾어다가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는데... 언젠가 딸에게도 먹으라고 내밀었더니 의외로 맛있단다. 갑자기 이야기가 딴 길로 빠졌군. 아무튼 주책이다.

첫 장면, 갑자기 동백꽃이 다가온다.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빨간 동백꽃이 화면 가득 차지하고 있다. 다른 말은 없다. 그저 '빨강, 동백꽃 핀다'라고만 되어 있다. 그리고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그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온다. 빨강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빨간색을 무엇에 이용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오방색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그런데 동백꽃이 무척 예쁘다. 다른 꽃은 꽃잎이 따로 떨어지는데 반해 이 꽃은 갈래꽃임에도 불구하고 꽃이 통째로 '똑' 떨어진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동백꽃을 절개에 비유하기도 했다지. 정말 동백꽃이 떨어진 모습을 보고 신기하면서도 뭔지 모를 의연함이 느껴졌었다.

노랑, 연파랑, 분홍, 자주... 각 색에 해당하는 꽃이 매번 화면 가득 나타난다. 때론 꽃만 커다랗게 나타나기도 하고 때론 줄기와 잎이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두 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나무와 버드나무도 있으니까. 책장을 넘기며 다음은 어떤 꽃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특히 모란꽃을 자세하게 살펴보란 듯이 눈앞에 들이대는 그림과 그보다 한 술 더 뜬 달개비꽃은... 어쩜 이리 색이 예쁠까 감탄하게 만든다. 정말이지 달개비꽃의 파란색은 무지 아름답다. 이 색은 쪽에서 얻은 것이라고 한다. 색깔이 다양하고 신비하게 나온다는 그 쪽 말이다.

저자는 모든 것을 전통법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흰색은 조개껍데기를 곱게 갈아 빻아 만들고, 검은색은 그을음을 모아 만들고, 공작석이라는 녹색 돌을 빻아 녹색 물감을 만드는 등 옛사람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색을 얻었으며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비단 위에 전통 채색 방법을 그대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물감에서 느껴지지 않는 은은함과 단아함이 느껴졌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고운 비단결이 드러난다.

아이가 말을 걸음마를 배우고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색깔, 동물, 식물 등에 관한 것을 하나씩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색깔 관련 책 중에서 과연 우리 것을 소재로 한 그림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다. 기억에 없다. 조각보를 가지고 숫자를 나타낸 책은 있었으나 색을 드러낸 책은 없었다. 이제는 이국적인 색깔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우리 색깔도 가르쳐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보아왔던 색깔과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