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 아니야, 책임에 대하여 모두가 친구 4
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지음, 딕 스텐베리 그림, 김상열 옮김 / 고래이야기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다. 오죽하면 이런 속담까지 있을까. 그러고보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자신은 살짝 빠져 나가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닌가보다. 어른들도 오래전부터 그랬는데 하물며 아이들이야 어떻겠는가. 특히 아이가 학교에서 누군가와 문제가 있거나 선생님께 혼났을 경우 어른들은 일단 아이의 말 중에서 반만 믿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아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이야기하고 불리한 부분은 쏙 빼놓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었는데 혼났다는 둥, 자신은 가만히 있었는데 다른 친구가 잘못해서 싸웠다는 둥 전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조금 자라니까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자신의 잘못은 대충 빨리 이야기하고 남의 잘못만 길게 부각시킨다. 그때 재빨리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면 마지못해 인정한다.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게 되면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혹시 자신의 아이가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아이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지 아닌지를 살피기 전에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를 왕따 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봐야한다. 물론 아이들이란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별 악의를 갖지 않고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비웃거나 상처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악의가 없다고 괜찮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간혹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가해자 부모들은 그럴 만하니까 그랬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만하다는 것은 누구 기준일까. 아마도 자신의 아이가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하는 아이 말을...

그러나 누군가가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을 때 네가 가서 친구가 되어주라고 내 아이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현실에서는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이런 문제들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야 커다란 죄의식이나 자각없이 한 행동일 경우도 있다. 그런 행동을 해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는 어른들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본다. 물론 당사자인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고 방관하는 어른들은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땠을까. 나도 거기에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실은 이런 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저지르는 잘못들이...

개인적으로 이 책처럼 의도가 너무나 뻔하게 드러나는 책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읽고 나서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동일한 군중들이 반복되고 그 중 한 아이만 나와서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는 아주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분노와 좌절을 느낌과 동시에 나도 어떤 것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사명감을 느꼈다.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나와 다르다고 남을 괴롭히거나 그것을 방관하는 일이 얼마나 나쁘고 부끄러운 일인가를 끊임없이 가르친다면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러기에 이런 책은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란 원래 선하다. 그러나 지금 선하다고 마냥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꾸준히 알려주고 바로잡아 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어른들의 몫이다. 그 어른의 몫을 이런 책을 읽히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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