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한미 FTA 문제로 시끄럽다. 한때는 세계화를 외치지 않으면 혼자 도태되는 양 모두가 세계화를 외치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직도 유효하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거기에 따라 개인들은 이리 저리 휩쓸려 다녀야했다. 그러나 지금 그 세계화를 외친 결과는 무엇일까. 이제 경쟁상대가 나라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확대되었다는 것?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없는 자들은 더욱 힘든 빈익빈 부익부만 심해졌을 뿐... 이제는 너무 상투적이고 뻔한 문제라서 이것을 거론하는 것조차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당장 나와 관련 없는 문제들은 크게 관심 갖지 않고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 것이 일반인이 살아가는 현실이다. 일례로 FTA를 반대하며 시위를 하는 사람을 보더라도 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은 그냥 시위를 하는구나...라던가 불이익을 많이 당하겠구나 정도지 그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내가 사용하는 물건의 가격이 내려가면 반기는 것이 고작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우리와 거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먼 아프리카나 서아시아의 기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리 없다. 나도 그들의 문제를 막연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할 뿐 감성적으로는 공감이 안 된다. 그렇게 먹을 게 없으면 다른 땅으로 이주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좀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망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굶어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얼마나 무지한 생각이었던지...

부르키나파소에서 개혁을 단행해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량 문제를 해결했던 상카라의 예를 보며 희망을 보았고 뒤이어 그의 암살에서 절망을 보았다. 아무리 외적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해도 그 구성원들의 노력이나 의식개혁 없이는 경제적 자립이 이루어지지 않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알고 있음에도 몇몇 개인이 자신의 욕심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것을 보며(물론 주변의 강대국들이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한심하기까지 했다. 왜 그 나라 국민들은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마도 국민들 의식이 깨어 있다면 적어도 어느 것이 정당한 것이며 옳은 것인지 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 그러기에 교육은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많은 나라에서 기아를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고보니 환경문제 등은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기아 문제는 어쩌다 연례 행사로 나오는 것이 고작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항상 동일한 레파토리를 가지고 반복된다. 기아 하면 아프리카의 어린 아이가 눈은 동그랗고 배는 볼록하며 다리는 뼈에 가죽만 붙어 있는 형상을 한 모습이 연상되니 말이다. 아마도 TV에서 주로 그런 모습만 보았기 때문이겠지. 또한 저자는 기아에 대해 뜬구름 잡는 식의 정서적인 대응은 별 도움이 안된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나도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만 가지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실태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나 또한 그렇게 교육되어진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간혹 직접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부끄러움과 함께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인간애'는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은 2000년에 독일에서 출간된 책을 이번에 내놓은 책인데 마지막 부분에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마치 요즘에 씌어진 책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그렇잖아도 요즘 세계화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저자도 거기에 동참하는 셈이다. 책을 덮으며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무기력감을 느꼈다. 과연 이 시점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불행하게도 없어 보인다. 오로지 각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경제자립을 이루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싸워야 할 뿐이다. 그나마도 강대국들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방해하면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에 맞서기 위해서는 일단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배 부를 때 이야기다. 그러니 문제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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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4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