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마을 외딴 집에 콩깍지 문고 5
이상교 지음, 김세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보다 보면 어떤 경우는 처음부터 흥미를 가지고 보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는 그냥 별 생각없이 넘기다가 마지막 장에 가서야 이야기가 끝난다는 것이 아쉬운 경우가 있다. 딱히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모두 좋은 것이니까. 이런 것들을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참 궁금하다. 대개는 처음부터 흥미롭게 전개되는 책을 선호하겠지만 잔잔하게 남는 것은 후자의 책이 아닐까싶다. 그러기에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서 책을 보면 결국 자신만 손해 보는 것이겠지.

이상교 선생님은 살면서 맞이하는 모든 것들을 시라고 생각하신단다.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 '시'인데... 그럼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려나? 그런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시집이 아니라 그림책인걸...  그렇게 위로하며 아이와 조용히 읽어 본다.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면 아무래도 산 속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 이야기인가 보다.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내 부모님이 여기 나오는 할아버지와 비슷한 나이가 되니까 나도 모르게 자꾸 우리 부모님과 연관짓는다. 노년에 홀로 사는 것도 쓸쓸할텐데 산 속에서 살면 얼마나 더 쓸쓸할까.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있는데 아이는 빨리 책을 펼치라고 야단이다.

이야기는 겨울로 시작된다. 쓸쓸함, 삭막함, 힘겨운 삶 등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첫 장 그림은 보기만 해도 외롭고 춥다. 어디 그 뿐인가. 눈 속에 서 있는 소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막막함마저 느껴진다. 밤인 듯 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할아버지 집에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모르지만 흙벽 속에 늙은 쥐가 한 마리 살고 있다. 둘의 공통점은 늙었다는 것과 친구가 없어 외롭다는 것이다. 쥐는 할아버지의 음식을 조금씩 몰래 훔쳐 먹으며 살고 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병든 쥐 한 마리를 데리고 와서 음식을 나눠 먹는다. 원래 있던 쥐는 샘이 난다. 하긴 누구는 몰래 눈치보며 훔쳐 먹고 있는데 똑같은 종족인 누구는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호강을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과연 원래 있던 늙은 쥐는 어떻게 할아버지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살면서 친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친구란 꼭 동일한 종족일 필요는 없다. 서로 친구가 됨으로써 할아버지는 얼굴에 활기를 되찾았으며 쥐는 털이 매끈해지고 눈빛도 맑아졌다. 마지막 장의 화사한 그림은 나도 모르게 '와~~'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지금까지 줄곧 무채색의, 배경도 없이 오로지 등장인물들만 나오던 그림이었다가 갑자기 노란색이 한가득 펼쳐져서 깜짝 놀랐다. 

처음과 마지막에만 배경이 있는 독특한 그림이다. 그림작가는 항상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아마 그런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이 아닐까싶다. 절제된 말과 생략된 그림이 읽는 이를 겸허하게 만든다. 다 읽고 나서 아이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연하지... 이런 책을 읽고 아주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이라면 상당한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테니까. 지극히 평범한 2학년짜리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서도 안되지. 하지만 마음 속에 남아 있다가 문득문득 생각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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