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척척박사 아기그림책 보물창고 2
데니스 플레밍 글.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둘째가 책을 집어 들더니 '이 책은 연호의 것입니다.'라고 한다. 아직 이름을 써 넣지 않았는데 무조건 자기 이름을 넣은 것이다. 그러다가 책을 휘 넘겨 보더니만 '에이, 애기 거잖아.'라며 조금 전의 말을 취소한단다. 하긴 이제 이런 책을 볼 나이는 지났지. 그렇지만 아직도 이런 책이 있으면 일단 펼치고 본다. 나 또한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 있으면 책읽어주기를 할 때 무슨 주제로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올해는 책읽어주기를 잠시 쉬기로 했지만 언젠가 다시 시작할 때 유용하겠다 싶은 것들은 챙긴다.

그림이 참 특이하다. 번진 것 같기도 하고 물든 것 같기도 하고 뭐라고 꼬집어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든다. 작가는 펄프에 염료를 섞어 병에 담아 놓았다가 그림을 그릴 때 짜서 쓰는 펄프 페인팅 기법을 고안해서 붓이나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그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었단다. 그래서일까. 종이 색이 고르지 않은 것이 묘한 느낌을 준다. 약간 한지 느낌도 나는 것이...

우리 아기는 척척 박사! 정말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기가 척척박사가 되겠다. 수, 색깔, 소꿉놀이, 모양, 알파벳, 계절 등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다.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제목을 보아서는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책인 것은 분명한데 두께에 놀랐다. 대개 그림책이 32페이지 정도 되고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책들은 하드커버일 경우 그보다 쪽수가 적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무려 64페이지까지 있다. 근데 과연 아기가 그 정도 참을성이 있을까 살짝 걱정된다. 하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어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아기가 좋아하거나 흥미를 보이는 부분만 읽어주면 되니 말이다. 여러 권으로 나눠봤자 구매자들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아기 때는 파스텔 계열의 색보다 원색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통과. 밝은 계열의 색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눈에 잘 띈다. 그런데 신호등에 사용하는 색에 대한 것은 참 애매하다. 우리는 종종 파란색과 초록색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풀이 돋아날 때도 파랗게 돋아난다고 하고 신호등에도 파란불이라고 하니 말이다. 근데 이것이 맞는 말인지는 의문이다. 학교 다닐 때 초록 대문을 파란 대문이라고 이야기해서 벌어졌던 해프닝이 생각난다.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따지며 살면 피곤하겠지만...

책을 다 읽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책장을 넘기면... 이런! 그동안 본문에 나왔던 무당벌레를 찾아보란다. 물론 안 찾아도 상관없지만,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냥 넘어가면 괜히 책을 읽다 만 것 같은 기분에 결국 다시 넘기고 만다. 119마리를 다 찾을 필요는 없지만 그냥 어디쯤에 있구나하며 그림을 샅샅이 뒤진다. 혹시 호기심 많은 사람이 정말로 센다면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다. 현재 페이지까지는 118마리니까. 바로 다음 페이지에도 한 마리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리뷰가 갑자기 숨바꼭질 이야기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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