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릉비 - 위대한 제국 고구려 역사를 아로새긴
김용만.이향숙 지음, 정준호 그림 / 열린박물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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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의 역사에 대한 열기가 반가우면서도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과연 진정으로 역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고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학교 공부나 논술에서 역사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일까. 어느 한 쪽을 딱 꼬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아예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나마 위안을 해본다.

우리는 고구려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고구려를 접하기는 어렵다. 마음만 먹으면 휘 둘러볼 수 있는 백제나 신라, 조선의 유적지와 달리 해외로 나가야만 하니 말이다. 그나마도 일부는 북한에 있어서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고구려의 기상을 이야기 하면서도 머나먼 이야기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또한 그래서 중국이 활발히 연구하며 자신의 역사로 편입하려고 애쓰는데도 우리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우리 역사인데 뭘 그러냐는 식이었겠지. 마치 독도에 대한 태도처럼... 그러나 일본이 외국에서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활발하게 펼쳐서 일부에서는 그렇게 알게끔 만들었듯이 중국도 마찬가지다. 문화유산에 고구려의 유적이 등재될 때도 중국은 세부 명칭으로 등재한 반면 북한은 뭉뚱그려서 '고분군'이라고 등재했단다. 그래서 자칫 중국이 고구려의 본토이며 북한은 주변 도시쯤으로 오해할 소지도 있음을 우려한 글도 보았다.

대개 우리가 접하는 역사는 조선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지금은 여러 나라를 무대로 하는 드라마가 많아졌다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극하면 무조건 조선을 무대로 했었으니 말이다. 물론 조선은 현재와 가장 가까운 과거였고 기록이 남아 있으니 가장 접근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구려는? 사실 고구려에 대한 기록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들을 가지고 꿰어 맞추고 유추해야 한다. 오죽하면 조선시대 때 만들어진 <용비어천가>에 국내성에 있는 광개토태왕릉비와 무덤을 금나라 황제의 성이라고 적기도 했을까. 하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아직도 그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연구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한다.

이 책은 광개토태왕릉비의 내용을 토대로 광개토태왕의 업적을 따라간다. 주로 정복전쟁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과학돋보기'라고 해서 태왕릉의 구조와 축조기술, 고구려 시대의 농경사회의 모습과 무기 등 생활모습을 알려준다. 항상 경외의 대상인 고구려, 특히 광개토태왕과 장수태왕 때의 광활한 영토 점유 현황을 보면 우리도 이랬었는데... 지금 그 땅이 우리 땅이라면... 하고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쨌거나 그것은 그저 생각일 뿐이고 지금이라도 우리 것을 지키려면, 그래서 우리 역사 의식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고구려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며 누구에게든 객관적인 자료를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연구가 제대로 되어야 할 테고...

제목을 보아서는 광개토태왕릉비에 대한 여러 나라의 입장도 다루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오로지 비문의 내용만을 다루고 있어서 아쉬웠다. 그러니까 비문의 내용을 토대로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잠깐 일본의 비문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광개토태왕릉비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진행중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기에는 부족하다. 마치 당연히 우리 것이니까 그저 그렇게 믿고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느껴졌다. 아이들에게도 현재의 상황이나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정확히 판단하고 나아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주장을 억지소리라고 치부해 버리면 안 되듯이... 그러기에는 우리가 아직 너무 작고 약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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