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랑 친구가 됐어요! 아이즐 그림책방 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그리드 나이만 그림, 김서정 옮김 / 아이즐북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이책의 한 획을 긋는 작가 중 한 명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비록 이름은 잘 몰라도 삐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어린이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들어보았을 것이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죽~~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삐삐는 이제 책에서만이 아니라 텔레비젼에서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어렸을 때 보았던 주근깨가 많고 못 생긴 여자아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삐삐 역의 성우는 주희였지 아마...

솔직히 아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을 읽어보진 못했다. 워낙 유명해서였을까. 그냥 알고 있을 것 같은 익숙함에 지나쳤나보다. 그런데 이번에 그림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것이 처음 삐삐의 모습이란다. 이 책의 그림 작가인 잉그리드 나이만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삐삐의 모습을 그렸지만 나이만이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단다. 게다가 이 책이 1947년에 씌어진 것이란다. 와우... 굉장하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무엇을 했더라. 이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우리 그림책 세계가 불과 십여 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니 미래가 밝다고 평해도 되겠지... 그렇게 위안을 해 본다.

표지에는 노란 바탕에 말을 들고 있는 진짜 주근깨가 많은 여자 아이 삐삐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삐삐의 트레이드 마크인 땋아서 옆으로 뻗은 머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삐삐의 원래 이름은 엄청 길다. 도저히 외우지 못할 정도로. 이 책의 그림만 보더라도 대충 시대를 짐작하겠다. 그 당시는 이런 풍의 그림이 많았으니까. 본문에 있는 그림은 또 어떤가. 대부분이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원색을 주로 썼다. 또 아이들 볼은 모두 발그레하게 그려져있다. 그림책이지만 글이 결코 적지 않아서 만만하게 보았다가 읽어줄 때 고생했다. 하지만 읽어주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통쾌해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어른은 조금 켕기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힘이 무지 센 삐삐가 뒤죽박죽 별장으로 이사를 오던 날, 말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번쩍 들고 온다. 게다가 삐삐에게는 잔소리 할 어른도 없다. 모두 자기가 해결하고 마음대로 한다. 돈도 충분히 있다. 아이들이 바라는 요소는 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엄마나 아빠가 없어서 안됐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것은 잠깐일 뿐. 삐삐가 생활하는 것을 보면 어른이 없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식사도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로만 만들어도 되고 양치를 안 해도 되고 씻지 않아도 되고 늦게 자고 잔소리 하는 어른이 없으니 아이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작가는 끝까지 아이들 편이다. 어른이 생각하기로 끝에는 보살펴 줄 어른이 와서 (어른의 잣대로 본)정상적인 생활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끝내 삐삐는 혼자서 집을 지키며 재미있게 살 것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친구들도 매일 놀러와서 재미있게 놀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삐삐는 천방지축에 글도 모르고 배우지도 못했으며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 하는 아이지만 절대 기죽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중간중간 어른을 비꼬는 말들도 슬쩍 집어 넣으며 아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생각하겠지. 맞아 맞아라고... 그리고 자기도 삐삐처럼 생활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겠지. 매일은 아니고(사실 아이들은 결국에는 편안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원한다. 그러기에 환상 그림책에서 결말은 모두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 딱 하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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