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은 나와 조금 달라요 공감하는 어린이 책 1
캐시 후프먼 지음, 신혜경 옮김, 최정인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에는 장애 비장애를 아우르는 개념에서 학급에서도 같이 생활하고 있다. 어찌보면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마치 큰 선심을 쓰는 양 내세우곤 한다. 자폐나 ADHD처럼 정서적으로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가 산업화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전에는 숨기다가 이제는 드러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어쨌든 흔히 볼 수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비장애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반에 정서 장애 아이가 한 명 있음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일이란 내가 바라는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자신을 타이른다. 그러나 그 아이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글쎄...

초등 3학년인 벤은 독특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한다는 정도... 이런 아이들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에 벤이 조금 심하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독자들은 벤이 조금 지나치다는 것을 안다. 왜냐... 바로 제목에서 그것을 암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 이런 아이가 있다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까. 아마도 특이하고 성격이 이상하며 남을 배려하지 않는, 그야말로 자기 아이가 친구로 삼지 말았으면 하는 아이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다. 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한번 더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을 가지고 평가하겠지. 벤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벤에게는 친구가 딱 한 명 밖에 없다. 그나마도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기에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지 새로 사귄 친구는 아닌 것이다.

벤에게는 엄마가 없다. 한부모 가정에 아스페르거 증후군 아이라... 우리 나라에서 문제아로 찍히기 딱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배경이 호주다. 그래서일까. 시작은 우리의 상황과 비슷하게 가지만 해결하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선생님께 이유도 모르고 혼난데다가 선생님이 아끼는 자까지 부러뜨려서 이성을 잃은 벤이 일으킨 소동 때문에 운동장 휴지 줍는 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조금 있다가 선생님이 벤에게 사과하고 자까지 새로 사다 준다. 처음 선생님의 태도를 보면서 참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참 이상적인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벤은 선생님이 화낸 이유도 모르고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선생님의 현재 모습을 보고 거기에만 신경쓸 뿐이다. 이것이 바로 아스페르거 증후군의 특징이란다. 사회성 부족...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읽을 줄 모르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대개는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할 때-에 일으키는 소동 때문에 결국 벤의 아빠는 병원에 가기로 하고 거기서 아스페르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어떻게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행동양상을 보였는데도 모를 수가 있을까.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로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유치원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병원에 간다고 한다. 그러니 벤의 아빠가 무디다고 핀잔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알고 나서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만약 항상 아이를 이해하고 문제가 하나도 없이 지냈다면 소설이니까라며 거리감이 느껴졌을텐데 벤의 아빠는 벤을 이해했다가도 화를 참지 못하고 다시 야단치고... 그러다가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극히 평범한 부모의 모습이다. 그에 반해 할머니는 병명을 알았을 때나 몰랐을 때나 벤에게 온화하다.(이건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개의 할머니 모습이 그렇듯이... 아마도 벤은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문제아로 낙인 찍히지 않았을까.

이야기는 줄곧 벤과 유일한 친구인 앤디가 발견한 파란 유리병을 매개로 이어지지만 그것은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진정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벤의 아빠가 벤과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진정으로 아이를 이해하고자 했기에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도 벤을 설득하기 위해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여주는 행동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나중에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이 재미있다. 또한 벤에게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이유를 설명해 주고 받아들이도록 한 것을 보며 아이를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아무 문제가 없는 앤디가 벤의 수학과 과학 실력을 부러워하며 자기도 그런 두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을 보며 역시 아이답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남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벤도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였기에 당당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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