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세포 비안카 아이세움 열린꿈터 1
루카 쇼르티노 지음, 음경훈 옮김, 실비아 비냘레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어제는 내가 강아지에게 물려서 피가 나오기에 응급처치를 하고 나니 아이가 말하기를 '실은 아까 엄마 피 나올 때 현미경으로 보고 싶었다'고 한다. 세상에나... 그래도 당시에는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나보다.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의 열정을 생각하며 웃고 말았다. 

뉴런, 적혈구, 림프관... 이런 것들은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들어봤던 단어들이다. 뉴런의 모습을 보면서 참 희한하게 생겼구나 그랬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초등학생들, 아니 심지어는 유치원 아이들도 거침없이 쓰는 단어가 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각종 전시회가 있어서 동글넙적한 호떡 모양의 적혈구와 울퉁불퉁한 백혈구 모형을 보기도 하고 직접 현미경으로 보기까지 한다. 그러니 머리속에 쏙~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요즘에는 책들도 얼마나 잘 나오던지... 쉬우면서도 재미있고 게다가 유익한 정보까지 가득 담고서 말이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다. 둘째가 워낙 과학(특히 인체)에 관심이 많아서 그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있다. 각 책마다 특성이 있는데 이 책은 구성 방식이 독특하다. 대개 이런 종류의 책들은 작가가 설명을 하던가 아니면 주인공이 설명을 이끌어 가는 식인데 이 책은 백혈구인 비안카가 자서전을 쓰듯 전개해 나간다. 백혈구의 자서전이라니... 발상이 특이하다. 

이제 막 생성된 백혈구 비안카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 세포인지 아직은 잘 모른다. 그러다가 적혈구인 테오를 만나면서 자신에 대한 것은 물론 다른 많은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주로 테오와 함께 몸의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만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아가는 즐거움을 맛본다. 산소를 운반해 주는 테오는 몸의 이곳저곳 안 가는 곳이 없다. 그러기에 아는 친구도 많고 말도 많으며 잘난 체도 엄청 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용감하고 친구를 위하는 마음도 대단하다.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그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무용담을 늘어 놓다가 결국은 비안카는 없어지고 새로운 비안카 2세 둘이 태어나는 신비한 과정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끝을 맺지 못하고 말지만 그 자리를 테오가 마무리 지어준다. 무엇보다 설명이 머리에 잘 들어 왔던 부분은 뉴런이 서로 연결되어 신호를 전달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눈으로는 볼 수 없기에 더 신기하고 그래서 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쉽게 설명해 주었기에 아이보다 내가 더 유익하게 읽었다. 

우리 몸은 잘 짜여진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척 불완전한 것 또한 우리 몸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물론 완벽한 것이란 없기에 간혹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고 상식 밖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니 말이다. 아직도 인체에 대한 비밀이 모두 밝혀진 것이 아니기에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어지고 신기하며 앎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이것이 바로 책을 읽는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여기서 그치지 않고 확장된 사고를 유도하는 것...

사실 어린 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간혹 기초적인 생물학적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런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기에 읽고 또 읽다보면 어느 순간 많은 사실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지식체계를 이루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내가 공부할 때처럼 뜬구름 잡듯이 무작정 외워야 하는 고충은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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