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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시계가 많아지네 ㅣ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2월
평점 :
그림만 보아도 팻 허친스의 작품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특유의 나무 그림과 연두빛 같기도 하고 연한 초록빛 같기도 한 색을 많이 쓰며 평면적으로 그리는 그림... 그러나 그 내용은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도 나도 좋아한다. <로지의 산책>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글도 한 줄 정도 밖에 없지만 그림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궁금해진다.
다락방에서 우연히 시계를 발견한 히긴스 아저씨. 그러고보니 아저씨구나... 머리가 뽀글 머리에 뚱뚱해서 할머니인줄 알았다. 멋진 시계를 꽁꽁 싸매 두는 것은 여러 모로 낭비다. 아저씨는 시계를 싸고 있던 천을 벗기고 흡족한 얼굴로 시계를 들여다본다. 그런데 과연 그 시계가 맞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무릇 시계란 모양이 아무리 멋져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터. 결국 아저씨는 시계방에서 꼭 맞는 시계를 사다가 침실에 놓는다. 참고로 다락방은 4층 침실은 3층이다. 시계를 사다 놓고는 정확한지 알아보기 위해 다락방으로 가 본 아저씨는 아까 그 침실에 있는 시계와 다락방에 있는 시계가 동일한 시각이 아님을 알고는 다시 시계를 사 온다. 이번에는 2층인 부엌에 놓았다.
결국 각 층마다 시계를 하나씩 사다 놓았는데 아저씨가 볼 때마다 시간이 제각각 다른 것이다. 그것도 꼭 1분씩 말이다. 자... 이쯤되면 눈치 빠른 아이들은 웃기 시작하고 좀 둔한 아이들은 왜 그럴까 의아해하기 시작한다. 히긴스 아저씨는 도저히 정확히 맞는 시계가 어느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시계방 주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자신의 시계를 하나 들고서 말이다. 그 다음은 누구나 예상하듯이 시계방 아저씨가 그 기준이 되는 시계를 들고 다니며 히긴스 아저씨에게 모든 시계가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대개는 이쯤되면 주인공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거나 모든 시계가 정확하다는 것을 안도하며 끝낼텐데 팻 허친스는 이런 독자의 허점을 찌른다. 바로 히긴스씨가 시계방 아저씨가 가지고 온 시계를 보고 훌륭한 시계라며 감탄을 하고 그 시계까지 산다는 것이다. 그 후에는 모든 시계가 잘 맞았다지.
히긴스 아저씨가 어리석다고 비웃어야 할지 참 재미있는 아저씨라고 너털웃음을 지어야 할지 잠깐 헷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아저씨가 움직이는 장소를 따라가며 시간 재보는 것을 즐긴다는 점이다. 한 층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일 분으로 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계산하느라 고생할 뻔했다. 팻 허친스 특유의 느낌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그림 그리고 재치가 있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