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 유치원의 비밀 친구 - 나 일곱 살이야, 세계창작 01
사이토우 에미 지음, 안미연 옮김, 오카모토 준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회화를 나타내는 말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여백의 미'라는 말이다.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나왔던 말이기도 하지만 서양의 그림들을 볼 때와 우리 그림들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른데 그럴 때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바로 그 여백의 미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여백의 미는 비단 우리 그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일본 그림책을 보면 종종 그런 것을 느낀다. 하얀 종이 위에 가느다란 선으로 그림을 그리고 옅게 채색한 그림. 아이도 이 책을 보자마자 '어, 이거 일본작가 책인가보네.'라고 말한다. 물론 주인공 생김새가 동양적이니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하얀 바탕에 과감히 생략된 배경 때문이 아닐까싶다.

주로 일본 그림책에서 나타나는 글씨체인 명조체 비슷한 글씨체와 단정한 글의 배치는 조금 경직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생략된 배경과 군더더기 없는 그림은 깔끔함을 느낀다. '나 일곱 살이야' 시리즈의 첫 번째 그림책이라는데 역시나 주인공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모두 일곱 살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디에나 얄미운 친구는 있게 마련이다. 숨바꼭질 하다가 술래가 될 것 같으니까 그만 한다며 빠져버리는 가즈오. 혼자 노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놀다가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사자를 보고 소리친다. 아무래도 가즈오가 혼자 놀기 심심해서 장난을 쳤나보다. 물론 아이들이 달려 오긴 하지만 이미 사자는 없다. 가즈오가 거짓말쟁이로 몰리려는 찰나 몇몇 친구들이 자기들도 다른 동물들을 봤다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어린이 책에서... 특히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에서는 환상적인 요소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오히려 환상적인 요소가 없는 책을 찾는 것이 더 쉬울 만큼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오죽하면 환상의 기준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할까. 가끔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저 상상으로 했던 일들이 진짜로 일어났던 일인 양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 속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이들의 생활이 대부분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니까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한 아이가 숨겨 온 비밀을 이야기하고 다른 아이가 나서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얼마 전에 읽었던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라는 책과 비슷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비슷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이것이 꼬투리 잡을 일은 아니겠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바로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추었구나 하는 점이다. 리코의 엄마가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지만 엄마의 모습은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엄마의 모습 전체를 담으려면 상대적으로 리코의 모습이 작아져야만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선생님의 모습은 전부 나온다. 왜냐... 리코 옆에 리코와 같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선생님이 서 있었다면 리코 키 높이 만큼만 보여지지 않았을까. 물론 어른들의 모습이 전부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유치원이 끝나고 각자 엄마들이 데리러 올 때...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을 그리기 위함이 아니라 리코의 쓸쓸함을 배가시키기 위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종종 늦게 데리러 가곤 했는데 그 때 얼마나 쓸쓸했을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림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시 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유치원에 데려다 줄 때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데리러 올 때는 치마을 입고 있다. 물론 엄마가 데려다 주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 입고 볼 일을 본 다음 데리러 온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쩐지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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