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날 반달 그림책
성영란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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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심리가 아주 정확하게 혹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그림책이다. 하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 아닐까. 학교를 회사로 바꾼다면 말이다. 댕댕 종이 치고 이불을 둘둘 말고 있는 아이가 있는 표지그림으로 보아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 가기 싫어 이불 속에서 꾸물대고 있다는 걸 알겠다. 나는 지금도 휴일 아침에 꿈지럭대며 이불 속에 있는 게 가장 좋다. 물론 그럴 수 없는 평일은 싫다. 그래서 표지 속 아이의 마음을 단번에 이해한다.

 

8시가 되어 일어나야 하는데, 고치처럼 이불을 말고 걱정만 한다. 숙제를 안 해서 더 일어나기 싫다. 하필이면 열도 없어서 핑계도 못 대고. 숙제도 안 했는데 지각하면 더 혼날 걸 걱정하며 여전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시계가 아홉시를 알리고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하지만 거리에는 아무도 없다. 늦어도 너무 늦은 것 같아 울타리를 넘어 학교로 들어갔는데, 아뿔싸,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에 안 가는 날이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이는 모든 것에 인사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집에 가서 숙제하기로 결심도 한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까와 너무 다르다. 구름도 뛰고 산도 춤추고 메뚜기도 춤춘다. 기분 좋게 돌아가는 길에 강아지랑 놀자는 친구도 만난다. 당연히 놀아야지. 그렇게 하루 해를 홀딱 보내고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숙제해야한다는 생각만 있을 뿐,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을 맞이한다.

 

전체적으로 배경을 생략해서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크로키하듯 그려진 주인공의 행동은 그림만 봐도 기분이 어떤지 느껴질 정도로 아이의 표정이 살아있다. 웃지 않을 수 없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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