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공주와 봉투왕자 사계절 그림책
이영경 지음 / 사계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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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와 봉투의 차이가 뭘까. '옛날 옛날 어느 작은 나라에 비닐봉지와 종이봉투가 오순도순 모여 살았어요.'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보아 여기서는 비닐봉지, 종이봉투로 둘을 구분한다. 솔직히 읽는 내내 봉지와 봉투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않아 헷갈렸다. 그래서 비닐봉지를 되뇌이며 봉지는 비닐이고 봉투는 종이라는 사실을 계속 주지시켜야했다.  

 

사이좋게 지내던 봉지들과 봉투들은 어느 날 서로를 헐뜯기 시작하다 결국 두 나라로 갈라지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 봉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등장한다. 봉지공주와 봉투왕자가 서로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림을 보면 봉지공주는 한복처럼 빵빵하게 부풀린 봉지로 표현했고 봉투왕자는 편지봉투 모양으로 표현했다.  

 

봉투왕자가 봉지공주를 만나러 가는 중에 봉지나라가 봉투나라를 공격하고 만다. 딱풀로 봉투나라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풀칠을 해댄 것이다. 사랑하는 봉지공주를 만나러 가던 봉투왕자는 그 소식을 듣고 나라로 되돌아가 열심히 싸운다. 싸움을 이길 즈음 궁지에 몰린 봉투왕자는 그만 물에 빠지고 만다. 종이가 물에 닿았으니 이제 끝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봉투왕자를 기다리던 봉지공주가 떠내려오는 봉투왕자를 보고 구해주려고 하나 봉지는 바람이 빵빵해서 봉투를 잡을 수가 없다. 과연 봉지공주는 어떻게 했을까. 

 

그림 분위기는 <아씨방 일곱 동무>와 비슷하지만 내용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현대적이다. 게다가 어린이 책에서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상식을 깬다. 그런데 싸움(전쟁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약하다.) 후 두 나라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다. 게다가 왜 싸웠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싸웠고 왕자가 물에 떠내려가서 시선이 거기로 옮겨지고, 끝이다. 뭔가 이야기가 이어지다 만 기분이라 당황스럽다. 솔직히 전체적인 서사로 보자면 뭔가 부족하다. 그러나 읽는 동안 웃음은 확실하게 보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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