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나의 채소밭 - 2018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라가치 상 수상작
소피 비시에르 지음, 김미정 옮김 / 단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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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얼마 없고 그림도 단순한 그림책이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창 넘길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지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어린 시절 방학 때 매주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던 것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에는 절정이 있어야 한다지만 여기기에는 절정이 없다. 아니, 있긴 하다. 그러나 두근거리며 어떻게 됐을까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책을 다 읽었을 때 '좋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주인공은 매일 아침 집을 나와 학교에 갈 때 동일한 곳을 지나간다. 어떤 때는 잡초만 무성하게 있기도 하고 어느 순간 잡초가 사라지고 흙이 드러나고, 그 다음에는 고랑이 생긴다. 무언가 작은 싹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 사이에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와서 밭에 나가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걸 나중에 이해한다. 

 

주인공이 학교 가며 만나는 밭의 모습이 나오고 다음에는 '나는 몰랐어요.'로 시작하며 밭을 밭답게 하기 위해 누군가가 수고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바로 시장에 갔을 때 알레나 아주머지 밭에서 나온 것들을 만나는 부분이다. 물론 그 전에 밭에 있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며 걱정하던 장면 다음에 나와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즉, 이 부분이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감성 때문인지 농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보니 당연한 건 하나도 없고 누군가가 애를 써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는 중이다. 점점 문명화되는 사회에서 그런 부분을 등한시하는 현재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저나 우리도 직접 재배한 것을 바로 판매하는 직거래가 활성화되어야 서로 윈윈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게 일상이 되는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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