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와 비토리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2
이현경 글.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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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람의 욕구도 변화하기에 그에 따른 많은 것도 변화한다. 아니... 많은 것이 변화하기에 인간의 욕망도 자꾸 거기에 맞춰가느라 변화하는 것일까. 아무튼 많은 것이 지금도 변하고 있다. 책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그 중심에 있을 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도 지나고 나면 경계가 지어지며 이름이 지어진다. 어린이책을 보면 한때는 아이들의 생활을 직접 거론하기도 하다가 어느 때는 환상적인 책들이 많이 나온다.

이 책은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수상작이었던 책들과 비교해보니 역시 많이 변했다. 간단하게 <고양순>,<누구 그림자일까>,<마니마니마니> 등과 비교해 보아도 이 책은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뭐랄까... 환상적인 분위기와 평면적인 인물, 그리고 단아하게 그려진 배경들을 보면서 정말 독특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은이의 방은 도저히 어린 아이 방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고전적이다. 깔려 있는 요와 베개를 보면 이건 할머니 방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풍경인 것이다.

잠이 오지 않아 유리병을 바라보던 하은이는 병속에서 다른 누군가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정반대쪽에서 살고 있는지 낮과 밤이 서로 반대란다. 둘이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상상속에서나마 친구가 되어 비토리아의 세계를 여행한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하은이와 비토리아는 머리카락 색깔만 다를 뿐 얼굴이 똑같다. 아마도 상상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지은이가 어렸을 때 잠자리에서 다른 세상을 꿈꾸던 시절을 그린 것이라니 그처럼 해석하는 게 아주 엉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용을 보면 사실... 그저 그런 이야기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뛰어들어 모험을 하는 것도 아닌 잔잔한 이야기. 그러기에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다. 다분히 관념적이고 피상적이며 단순히 작가가 어린 시절에 꿈꾸던 것을 어른이 되어 이루리라는 목적으로 지어진 작품, 현재의 아이들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려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 아이들은 좋아하겠다. 예쁜 색채와 아름다운 여러가지가 나오니까. 그러나 어린 독자들이 책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모험을 즐기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림만은... 예쁘고 독특하며 마술같은 분위기가 난다. 그러기에 볼수록 끌린다. 인물 그림만 빼고... 이상하게도 난 평면적이면서도 째진 눈이 싫다. 그것이 우리 전통 얼굴이라는데도 어딘지 쌀쌀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녹색과 푸른빛이 감도는 바다라던가 아이들의 낙원인 듯한 동굴속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한참을 머물게 만든다. 여기서는 궂이 글이 필요가 없다. 하은이의 방에 있는 하늘거리는 이불은 너무 아름답다. 모든 것은 색깔이 선명하다. 비록 하얀 이불일지라도 선명함이 느껴진다. 시각디자이너로 일한 작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표지 안쪽에 있는 붉은색 바탕에 나비와 잠자리와 꽃(목화가 생각난다.)그림은 너무 강렬하면서 아름답다. 그렇게 독특하며 아름다운 그림을 오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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