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보림문학선 4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이세 히데코 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며칠 전에 아이가 갑자기 앨범을 들고 나와 펼쳐본다. 요즘은 디카로 찍어서 현상을 안 하기 때문에 아기때 사진만 있는 데도 무슨 생각이 났는지 처음부터 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하는 말...
"엄마, 할머니 이 때는 40 몇 살 이었어?"
"응, 아마 그럴 걸. 왜?"
"아니, 그냥..."
하며 얼버무린다.
아이의 마음을 간파하고 얼른 물어보았다.
"왜, 할머니가 젊어 보여서?"
했더니 그렇단다. 불과 5년 정도 전인데도 아이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나보다. 난 우리 엄마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아이들은 종종 물어본다. 엄마도 아기 였을 때가 있냐고... 아니면 할머니도 어린이였을 때가 있냐고... 어른이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건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겠다. 하긴 나도 엄마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 이런 때도 있었나 새삼스러운데 직접 보지 못한 모습을 상상하려니 짐작도 안 가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 책의 저자 오카다 준은 환상적이면서도 무언가 독특한 형식의 글을 쓴다. 한 명의 주인공이 전체를 끌고 나가는 것 보다는 이처럼 여러 명이 각자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방식을 좋아하나 보다. <신기한 시간표>도 읽으며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이 책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하다.

한 맨션에 사는 학년이 제각각인 열 명의 아이들이 다같이 야구를 하다가 비를 피해 미끄럼틀 아래로 모이면서 심심해진 아이들이 하나씩 자기의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침 지나가던 201호 아마모리씨를 보고 각자 겪었던 믿지 못할 일들을 이야기한다.

무엇엔가 이끌려 공원 미끄럼틀 위에서 지휘를 했던 데루오, 옆집이 바다로 변해서 놀다 온 이치로, 그런 이치로를 바다에서 만났다는 교코 등 모든 아이들이 신기한 일을 겪는데 거기에는 하나같이 아마모리씨가 연루되어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모두 아마모리씨를 마법사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쓰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도 자기들과 똑같은 감정이 있는 사람임을 ''문득'' 깨닫는다. 젊었을 때가 있고 가족이 있었으며 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아이들은 아마모리씨가 오늘 이사 간다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는 멋진 이별 선물을 준비한다.

마지막에서는 아이들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마도 아마모리씨는 다른 곳에 가서는 은든자처럼 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정을 느끼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의 마음을 받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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