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티마을 봄이네 집 작은도서관 3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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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시골에서 자란 나는 지금도 어렸을 때의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봄이면 토끼풀 꽃으로 목걸이 만들던 일, 여름이면 참외 따다가 물에 동동 띄워 놓고 물놀이 하다가 깨먹던 일, 가을이면 예쁘게 단풍든 산에 둘러 싸여 볏단에 끈 놓았던 일(내 기억으로 거의 유일한 들일이었다.), 겨울이면 커다란 은행나무 언덕에서 비료포대 타던 일... 이 모든 일들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도... 단란한 가정이 있었기에 추억이라는 것도 의미있는 것이리라. 만약 큰돌이네 집으로 새엄마가 오기 전처럼 그런 상황이었다면 시골이 좋은 기억으로 남진 않았겠지. 모르긴 해도 벗어나고픈 곳으로만 기억되지 않았을까.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아마도 작가가 시골에서 살아 본 경험 때문에 그 느낌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 이금이 작가에 대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비록 책은 모두 읽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에는 직접 만나서 강연을 들었으니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게다가 사는 지역도 같네... 사실 작가를 만난다거나 같은 지역에 산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란 괜히 공통점을 찾으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밤티마을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후속 작품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강연을 듣고 읽어서그런지 상황들이 눈에 선하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얼마나 정감이 가던지... 양상용 선생님은 필 받아야만 그림을 그리시기 때문에 작품을 써 놓고도 출간이 늦어졌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칫 동화책에는 그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삽화 수준으로 넣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그림은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가정의 형태가 많이 변했다. 아니 변화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에게 재혼가정 이야기나 한부모 가정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고 본다. 작가도 그래서 팥쥐 엄마를 끝내 가족으로 편입시켰고 좋은 엄마로 거듭나게 해 준 것이라고 하잖은가. 사실 새엄마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친엄마라고 해도 더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단지 애를 키워보니까 내 자식도 미울 때가 있는데 과연 남의 자식을 키운다면 미울 때 얼마나 미울까를 가늠해 보면서 새엄마의 모습을 정형화시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에서는 꼬맹이로 나오던 영미가 3학년이 되어 갈등을 겪는 모습이 나온다. 그 나이 때 겪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겠지. 오빠인 큰돌이는 시종일관 의젓하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동생을 보살펴서 철이 일찍 들었나보다. 무엇보다 모든 가족들이 행복해져서 내 마음도 편안하다. 현실에서 모델이 되었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지만 책 속에서는 살아계셔서 기뻤다. 다른 부분에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면 아예 휴지를 옆에 놓고 읽어야 할 뻔했다.

큰돌이가 영미에게 엄마랑 같이 살아서 좋은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은 마치 작가가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같이 읽을 우리 어른들에게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앞 일에 대해 즐거운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이유이자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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