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아요 (부모용 독서가이드 제공) - 장독대 그림책 3
엘비나 데 루이터 지음, 김라합 옮김, 마리엘레 보넨캄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난 빨간색을 좋아한다. 그러기에 이 책을 보았을 때 빨간 표지에 중간에 여자 아이가 뒷짐 지고 서 있는 모습과 하얀 글씨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깔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책을 넘겼다가 다시 표지를 보며 누가 지었을까 보았다. 마치 수묵담채화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그림에서 느껴지는 여백의 미까지 보태졌으니 오해를 할 수밖에. 그러나 수묵화는 아니다. 작가도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라 네덜란드 사람이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여자 아이가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있다. 아니... 표정은 시무룩한 것은 아니지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보다 커요.''라는 글에서 아이의 마음이 편치 않음을 느꼈기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모든 부분은 흑백인데 아이의 볼만 발그스름하다.

문득 어떤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휘황찬란한 불빛이 번쩍이는 크리스마스 거리를 구경시켜 주러 나갔다. 엄마는 열심히 아이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 손에 이끌려 갈 뿐이고. 그러다가 아이가 무엇을 떨어트려서 엄마가 줍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들의 발이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것만 보이더라는 것이다. 이 그림을 보자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사람들의 얼굴은 까마득히 올려다보이고 다리만 보일 때 아이는 얼마나 위축되었을까...

또래보다 키가 작으면 아이도 그렇고 부모도 그렇고 많은 걱정을 한다. 특히 요즘은 키가 커야 일단 폼이 난다고 생각하는 시절이니 더하겠지. 책 속의 아이도 자신의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한다. 오죽하면 엄마가 나무에 물 주는 것을 보고 샤워기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기까지 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전혀 자라지 않는 키를 보며 힘들어한다. 어른들이 계속 자라고 있는 중이라고 얘기해 줘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주 작은 아기를 보고는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 보고 비로소 자신이 아주 작았다가 지금처럼 커졌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클 것이라는 것도... 그제서야 아이는 환한 얼굴로 만세를 부른다. 고민에서 해방된 표정이다. 아이는 이제서야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래보다 키가 작아서 걱정인 아이들이 읽으면 자신감을 얻지 않을까. 주위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낱 위로로밖에 생각되지 않겠지만 책 속의 아이처럼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위로가 아닌 사실이 되어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키가 작든 크든 자신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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