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월은 쉼없이 흘러간다. 벌써 올해도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작년 이맘때는 어땠을까를 생각하다보면 꼭 빠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바로 황우석 관련 사건. 그러고보니 이 책이 지금 나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뭐...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하다보면 시간이 걸리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시기적으로 잘 맞춰서 기억을 더듬기가 수월했다.

책을 읽는 내내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인터뷰나 검사가 실로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진실의 얼마만큼일까 궁금해 하며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오우! 읽기를 잘했다. 읽다보니 나도 오해한 것이 많았다는 것을 알았다. 비교적 공정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도 알고 보니 일부만을 가지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극단을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노력한다. 어쨌든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다보면 나중에 반대쪽으로 기울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황우석 사태를 보는 시각은 극단 그 자체였다. 특히 모든 언론이... 마치 시소의 한쪽에 많은 사람이 왕창 타고 반대쪽에는 두어 명밖에 앉지 않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MBC와 경쟁사인 KBS와 SBS는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 언제부턴가 언론을 믿지 않는다. 일단 의심을 하고 본다. 너무 화려한 수식어가 들어간 보도는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세계 최초' 따위의 '최'자가 들어가는 것들... 황우석과 관련된 보도는 특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았다. 우리는 왜 이리 최고, 최초, 최정상 이런 것에 연연하는 것일까.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언론들은 객관적인 사실을 일부 쓰고 나머지는 인정에 호소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썼다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은 많은 사실들이(결코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밝혀졌기에 이처럼 한학수 PD도 담담하게 그리고 조금은 고소해 하며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사건이 처음에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전문가도 아닌 프로듀서가 과학자가 심혈을 기울여 쓴 논문을 검증한다고 할까 하고 많이 기가 막혀 했었다. 책을 읽다보니 그처럼 생각하고 말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구만.

그러나 진달래꽃 뿌려 놓은 장면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 어떤 사람은 감탄하며 사진을 보고 있었지만 난 너무 황당했다. 아무리 PD수첩 팀이 무모해 보여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들었는데 왜 많은 사람들 특히 이 시대에 식자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했을까. 못 한 것이 아니라 외면을 한 것이겠지. 나중에 기자회견을 하는데 제자들을 바람막이로 둘러 세운 모습은 또 어떤가. 그건 진정한 학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

PD수첩 팀이 그처럼 오래 뛰었고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책을 읽고 나니 그제서야 무모한 폭로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진작 알았으면 나처럼 오해하는 사람이 훨씬 적었을텐데... 많은 사실이 밝혀져서 정말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그 후의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아직도 황우석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진실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황우석이라는 개인이 혼자 모든 것을 떠안고 가라고 주문한다면 이는 또다시 희생양을 만들어 놓고 사회는 쏙 빠져나가겠다는 것밖에 안된다. 분명 개인이 한 잘못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잘못된 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미 그 사건은 우리 뇌리에서 끝난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그대로 둔채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제거했을 뿐이다. 하긴... 이런 것이 한두 번이 아닌걸 뭐... 이렇게 나도 그 시류에 편승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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