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 사랑과 고통을 화폭에 담은 화가 여성 인물 이야기 10
반나 체르체나 지음, 이현경 옮김, 마리나 사고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아직까지 우리 나라든 다른 나라든 여자로서 어느 한 분야에서 당당하게 자리잡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일단 육아라는 문제가 걸리고 다음은 사회적 편견이 걸린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그러니 프리다가 살던 시절엔 오죽 했을까. 그래도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성공한 것을 보니 기쁘다.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이 성공한 것처럼...

프리다 칼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년전 쯤 그림책으로였다. 미술에는 워낙 문외한이었기에 그저 모든 사람이 아는 화가 정도만 알고 있었던지라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라는 이름은 무척 낯설었다. 그러나 몇 장 안되는 그림책으로 만난 프리다는 나를 사로잡았다. 거기다가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책과 같이 보면서 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진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자책감이 많이 들었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그림책이 아닌 다른 책으로 꼭 만나보리라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어디 마음대로 되나... 그렇게 미루던 것을 이제야 읽게 된 것이다.

멕시코라는 나라는 그저 미국과 같은 대륙에 있는 나라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그 나라의 문화나 예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요즘 이런저런 인물들로 인해 중남미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겠다.

프리다는 그런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1900년대 초는 세계 정세가 그리 순탄한 때는 아니었다. 멕시코도 혁명의 기운이 감도는 시기였다.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의 프리다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가 불구가 된다. 그러나 그것 정도는 프리다에게 좌절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항상 명랑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그러다가 교통사고로 척추와 골반을 다쳐서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낸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 상황에서 좌절을 할텐데 프리다는 그것을 이겨냈다. 아니 오히려 병원에서 있으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이 그녀의  평생의 일이 되었다.

멕시코의 혁명가이자 벽화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와 만나서 결혼 하면서 프리다는 여성으로 살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그런 안정된 삶은 주어지지 않았다. 결혼생활도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세기의 결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명한 결혼이었으나 둘은 서로 너무 강했다. 그 와중에도 프리다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서 결국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으로 우뚝 선다. 디에고 리베라의 남편으로서 프리미엄을 얻은 명성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명성인 것이다. 어찌보면 프리다는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기에 그림에 더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디에고와 안전된 삶을 살았다면 그처럼 자신의 내면이 묻어나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을까. 계속되는 수술로 몸은 점점 그녀의 것에서 멀어져간다. 그렇게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프리다는 결국 너무 고통스러워 죽음을 갈구하다 소원을 이룬다. 비록 길지 않은 생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으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림책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강한 인상을 주는 정도였는데 이 책으로 읽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슴이 싸한 것이 기분까지 가라앉는다. 엄청난 교통 사고를 당하고도 자신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다니... 책을 덮고 났을 때의 이 기분은 무엇일까. 여자로서 남편인 디에고의 무수한 여성편력 때문에 고통받는 프리다가 안타까워서일까. 아니면 계속되는 사고와 같은 불행 때문일까. 글쎄... 그 둘 다 아닌 것같다. 아마도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한 한 여성을 보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그래서 남자들 일색인 화가 반열에 당당히 여성화가로서 이름을 나란히 한 인물을 보았는데 너무 일찍 사라져간 모습을 보기가 안타까워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뭇 여성들의 관심의 대상이었으면서 또 그 여성들을 뿌리치지 않으면서도 진정으로 프리다만을 사랑한 디에고의 마음이 아릿하게 남는다. 어느 한 가지에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그런 모습의 프리다가 계속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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