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퍼 수집하기
폴 클리브 지음, 하현길 옮김 / 검은숲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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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를 읽지 않았다면 폴 클리브의 [쿠퍼 수집하기]는 놀라운 반전으로 기억될 소설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반전과 함께 모든 사건들이 개연성을 가지고 하나로 뭉쳐지면서 그 재미를 두꺼운 두께만큼이나 긴 시간동안 제공하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갓 대학생이 된 엠마의 실종.

엠마를 찾기 위해 변호사인 아버지는 작년에 엠마를 음주운전으로 치여 감옥에 갔다가 출옥한 전직 경찰인 시어도어 테이트를 고용한다. 사고로 딸을 잃고 아내도 병상으로 보낸 후 괴로워하다가 음주사고를 냈던 테이트는 과거의 빚을 청산하고자 사건 속으로 뛰어드는데, 그런 그를 향해 옛 동료였던 반장은 멜리사 x의 추적을 요청하면서 둘은 서로의 사건을 돕고 돕는 공생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축 쳐진 갈색눈, 갈라진 입술, 수십 개의 곰보자국이 있는 얼굴에 어딘지 자신감 없어하는 어눌한 말투를 지닌 남자. 이런 남자와 실제로 마주치게 된다면 나 역시 그를 주목하지 않을 것 같다. 너무 평범하고 매력이 없는 사람이라 관심의 대상에 두기 힘들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왕따를 당하고 자퇴를 하고 살인자들과 정신병자들이 가득한 환경에서 자란 에이드리언은 친엄마에게서 버려지고 두번째 엄마라고 생각했던 간호사로부터도 내쳐진 채 자신만의 취미생활에 몰두해나갔다. 사회가 범죄를 기르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보호받지도 치유받지도 못했던 그의 성장은 사회범죄를 향해 열렸고 그는 연쇄살인범 수집가가 되어 캔터베리 대학의 범죄학교수인 쿠퍼를 수집해왔다. 그의 집으로-.

 

쿠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가며 악마적 성향을 드러내던 그에게는 "자기애"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는 인간형의 전형을 보여주며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끝으로 끝맺음을 담당했다. 그가 만든 멜리사 x의 재등장에 대한 기대감만 증폭시켜놓은 채로-.

 

엠마그린의 실종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떠 안고 있는 심각한 지능범죄, 묻지마 범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죄에 대해 자각하고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탄탄한 구성과 차별화되는 완벽한 캐릭터, 길이감을 느끼지 못할만큼의 빠른 전개 속 속도감은 독자로 하여금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독서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든다.

 

만족스럽다!!라는 표현은 이런 소설을 두고 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제프리 디버의 다음 소설만큼이나 폴 클리브의 다음 소설에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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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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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처]가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깜짝 놀랬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지? 하고. 전개도 전개려니와 그 전개에 따라 정신없이 읽어대고 있는 정신빠진 독자였던 나의 모습에도 또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몰입. 책은 나를 그런 지경으로 몰고 갔던 것이다. 제프리 디버 식의 전문성을 동반한 꼼꼼한 스토리텔링도 아니었고 온다리쿠 식의 몽환성이 뒤섞인 것도 아니었으며 요 뇌스뵈처럼 공포스러움을 동반하지도 않았는데 저 산꼴 위에서 물이 졸졸 흘러내려와 종국엔 큰 강을 이루듯 더글라스 케니디의 글은 그리 읽혀졌다.

 

그래서 후작들을 꾸준히 읽어댔는데 [모멘트],[위험한 관계],[파리 5구의 여인]까지 읽으면서 "어라?왜?"라는 의문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템테이션]을 단숨에 읽으면서 전작만한 후작이 없는 작가로 그를 기억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안타까운 결론에 봉착하고야 말았다.

 

독자가 책을 읽는 기분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내게 재미있으며 그 이야기는 최고로 기억되고 내게 실망스러우면 작가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것이다. 세간의 평과 상관없이. 독자의 잣대는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템테이션]까지 읽고나니 나는 도리어 [빅픽처]가 그리워졌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생각지도 못했던 장대의 높이를 넘어놓고 그 이후부터는 자신의 한계높이 언저리에서 맴도는 높이 뛰기 선수 같게 느껴졌다. 내게는.

 

물론 템테이션은 훌륭한 작품이다. 다만 더글라스 케네디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 것이다.

한국에서 나고자라 한국적 정서에 길들여진 내게 미국적 블랙 유머나 정서를 100% 이해하라고 요구하면 그건 무리일 것이다. 그런 시트콤을 한 편 본 것처럼 재미를 그저 재미로만 흡수하지 못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페이지 어딘가에 스며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데이비드 아미티지는 불쌍한 인물이다. 11년 만에 가난을 딛고 성공했으나 이혼하고 샐리와 함께 함으로써 그간 고생했던 가족을 지켜내지 못했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을 한껏 충족시켜주는 헐리우드 시스템 속에서 순진하게도 이용당하며 버려졌다. 다행스럽게 인맥이 부실하지는 않아 재기에 성공할 수는 있었으나 그 통쾌한 복수 뒤에 그에게 남겨진 것은 돈 외에는 없었으니 그마저도 허무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겠다. 이혼한 부인은 딸과 함께 살면서 다정한 새 남편을 찾았고 힘든 순간 자신을 외면했던 샐리와는 쫑났으며 이해할 수 없이 갑자기 사랑에 빠져버리게 된 마사도 "사랑했다 하지만 남편 곁으로" 를 선언했다.

 

데이비드의 성공은 "일장춘몽"이 되어 거품욕망의 결과를 우리 앞에 내어놓는데 이는 파리 5구의 여인에서 "그 여자"가 귀신이다라고 밝혀진 순간보다 더 한숨짓게 만들어 버렸다. 아무리 헐리우드에서 성공하려면 어머니라도 팔아야한다지만 성공을 위해 이제껏 이뤄왔던 자신의 삶을 잊고 탑승한 남자의 인생이 이토록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변해버리다니.......!아메리칸 드림은 자국민에게조차 너그럽지 못한 것인가 싶어졌다.

 

그래서 그의 막판 복수가 그리 통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나보다. 인간이기에 그의 욕망과 선택은 이해되었으나 감정과 몰입은 되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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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클레이튼 로슨 지음, 장경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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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가 죽었다. 그것도 밀실에서.

일반인이 밀실에서 죽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밀실트릭은 수많은 추리소설 작가들의 단골 배경이었고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마술사의 죽음은 김전일에서도, 코난에서도 본 일이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 다른 마술사의 죽음을 펼쳐든 것은 독자로서의 호기심 때문이었으리라.

 

 

뉴욕시 경찰본부 살인반의 개비건 경감에겐 도무지 모를 일들 투성이었다. 완벽히 잠긴 방안에서 남자 하나가 기괴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데 그의 직업은 마술사고 그의 시체를 발견한 사람들 역시 마술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카드 마술사를 비롯, 영매에 탈출왕에 이르기까지 알리바이가 있든 없든 그들의 기술은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방안의 사나이를 죽이고도 남을 기술들이었기에 모두를 용의 선상에 올려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반인이 마술사의 모든 트릭을 이해하기란 어려웠기에 마술사이자 탐정인 멀리니라는 인물과 콤비가 되어 이어지는 살인사건들을 풀어나가면서 최초로 발견되었던 사바트의 살인범까지 잡아낼 수 있었다.

 

속임수라는 것이 80퍼센트가 심리학이며 보는 이의 시선과 주의를 분산시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마술의 무대가 아닌 살인의 무대 위에서는 치밀하고 계획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분명해야 했는데, 명성을 얻기전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자 타인의 목숨을 앗아 비밀을 막으려 했던 한 남자의 최후는 이유 불문하고 불분명해졌다. 그가 마술사 이기 때문에. 그 어떤 감옥도 그를 온전히 가두어 두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경찰들이 알게 된 것도 그래서 맨 나중의 일이 된다.

 

세계 10대 걸작 밀실 미스터리 중 하나인 클레이튼 로슨의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은 많은 매니아들의 좋은 서평에도 불구하고 내 입맛에 맛는 추리소설은 아니었다. 역시 내겐 코난 도일이나 요코미조 세이시, 제프리 디버 같은 작가의 작품이 더 재미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강하고 짠 맛을 좋아하는 경상도 사람이 담백하고 건강식을 좋아하는 서울의 한 맛집에서 밥은 먹은 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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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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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뇌스뵈와는 두번째 만남이었다. 그의 전작 [스노우맨]을 너무나 공포스럽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이 나오면 한 번 더 읽어보리라 결심하고 있었더랬다.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게 되면 적어도 3권에서 5권 정도만 읽으면 이 작가의 매니아가 될지 뻔한 전개에 주인공 이름만 갈아치우는 작가인지 판단이 되기 때문에 기존 작가의 작품보다는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 좀 더 꼼꼼히 읽는 편이다. 특히 요 뇌스뵈의 경우는 더 그랬다. 익숙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북유럽 작가라는 점도 그러했고 그곳 사람들의 이름도 생소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도 일본소설이나 미국 소설가들처럼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퍼먹듯 천천히 단어들을 녹여가면서 읽어내려가야했다. 그리고 이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스노우맨]의 공포가 쏘옥 빠진 이번 작품 [헤드헌터]는 그림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 사냥꾼이라 하니 먼저 한 영화가 떠올랐다. 오래된 영화라 이미 더빙판으로도 몇년 전에 TV에서 방영했지만 그래도 그 잔잔하면서도 세련된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젠틀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은 상위 1%의 남자지만 그림 감상이 취미인 사람이다. 미술관에서 모두 다 알 정도로 미술관에서 매일 살다시피하며 품격있게 그림 감상을 하곤 했다. 우리에게 장돈건이 있다면 헐리우드에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있는 셈인가.

 

그 멋진 모습도 잠시. 절묘한 타이밍과 철저한 계산으로 그는 명화들을 미술관에서 빼내는데, 아무도 그를 용의자로 상상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모의 여인이 나타나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로맨스와 함께 이야기는 달콤함을 더한다. 그 영화에서처럼 달콤함을 기대했다면 너무 큰 기대였을까.

 

작가 요 네스뵈는 달콤함 대신 뒤통수를 때리는 복수극으로 두 남자를 링 위에 올려놓았다. 헤드헌터를 찾아온 남자와 헤드헌터가 직업인 남자. 채 170도 안되지만 화랑을 경영하는 근사한 아내와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남자. 그런 그의 취미는 인터뷰하러 오는 임원급 면접자들의 집에 값비싼 그림이 있는지 스리슬적 알아보고 훔쳐내는 일. 순전히 스릴 때문이라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도둑질에 테클이 들어왔다.

 

어중이 떠중이들 속에서 보석 하나 건져냈나? 싶었더니 그림을 훔치러 들어간 그의 집에서 발견된 것은 위작인 그림과 아내의 불륜현장.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의 앞에 펼쳐지는 앞으로의 상황들은 덮어쓰기 딱 좋은 살해된 시체들과 증명할 수 없는 알리바이들뿐.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쳐]에서 주인공이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듯 해결보다는 자꾸만 수렁에 빠져들고 마는 주인공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아내의 불륜남에게 대적하기 시작하고 그가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했음을 아는 순간 거꾸로 복수의 날을 들이세웠다. 그리고 통쾌하게 그의 복수전이 시작된다.

 

세상에 이렇게 면접자를 뒤통수 치는 헤드헌터와 헤드헌터를 살인자로 몰 계획으로 접근하는 면접자가 가득하다면 살벌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이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사냥하는 두 남자의 맞대결은 똑똑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여느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전달하면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모든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고 다시 인생을 되찾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내에 대한 용서부분이었다. 사람인데, 어떻게 그 의혹들을, 그 순간들을 깨끗히 털어버릴 수 있을까. 작가의 로망이 담긴 그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주 훌륭한 소설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독자로서 다음 작품을 또 기다리면서도 한 번은 공포, 다른 한 번은 스릴러였으니 다음 작품의 장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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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기억 속으로 매드 픽션 클럽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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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번 공포를 경험한 사람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엘리자베스 헤인스의 [어두운 기억 속으로]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범죄소설의 경우, 범인을 잡는 것에서 종영되거나 공포소설의 경우 그 공포가 해소되는 시점에서 끝맺음된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헤인스의 소설은 리얼을 겸비한다.

 

경찰 정보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작가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직업적 경험을 살려 범죄를 겪은 이후 공포가 어떻게 한 여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마치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처럼 현관문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집안의 모든 것들을 체크하고도 불안에 떠는 여자, 캐시. 그녀의 불안증은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이해와 애잔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고 이해의 시점에서 "리"를 만나는 순간. 캐시와 함께 공포를 가슴에 떠안고 소설을 읽게 만든다.

 

추리소설도 아닌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소설은 그리 흔하지 않지만 이 소설은 그랬다. 아마 캐시가 여성으로 그려져 있고 그녀가 겪은 일이 비단 서양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시 되고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리 느껴졌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기에.

 

종국엔 그녀의 친구들까지 캐시에게서 등돌리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 "리". 마치 하늘에서 그녀를 위해 준비해준 남자같던 그가 연인이 되면서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남자로 돌변했다. 죽음의 문턱에까지 데려다놓았다가 데려오곤 하던 그는 목을 조르고 칼로 찌르는 정도의 폭력은 가소롭다는 듯이 대하는 남자였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도와주지 않았다. 그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이유로.

 

법정에 섰을 때도 그녀는 불리했다. 모든 폭력의 증거들이 그녀의 "자해"로 돌려지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를 돌보려했던 자상한 남자로 자신을 꾸며낸 "리"의 가증스러움에 치를 떨어야했다. 매력적인 남자로 그려진 "리"가 공포스럽고 징그러운 대상이 되는 일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를 감옥에 보내기까지의 2003년과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캐시의 현재인 2007년이 교차하면서 시작되는 소설은 처음보다 중반을 지나 결말로 갈수록 몰입하게 만들고 그의 출옥으로 공포가 극에 달하는 순간 숨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공포.

 

"사랑해.

 

언젠가 다시 자유로워지면 당신을 찾아갈 거야."

 

라는 그의 메시지.

업이 계속되는 카르마의 고리처럼 그의 집착은 끝이 없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녀를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까.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소설은 현실의 일처럼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져 읽는 내내 공포와 불안을 함께 느끼게 만들었지만 이런 사건을 인생에서 겪고난 여성에게 있어 "극복"이라는 단어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준 좋은 본보기가 되는 소설이기도 했다.

 

사람의 겉모습처럼 속도 훤히 잘 보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가 보여주는 것만큼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

모두가 극찬하던 "좋은 사람"의 뒷모습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밤을 불안으로 지새야하는 것일까.

소설이 너무 현실 같아서 도리어 불안해져 버렸다. 그 어느 뉴스보도보다 사실감 있게 와 닿은 소설 한 권 [어두운 기억속으로]는 2012년이 지나도 결코 잊혀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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