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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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불멸의 캐릭터, 리스베트.

세상 사람들 모르게 많은 돈을 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전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하지만 누군가와 이어지지 않아 쓸쓸하고,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드러내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20대지만 10대의 외모를 가지고서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다르게 생각하는 그녀.

 

기존의 캐릭터와는 차별화되어서 좋았던 그녀의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맺음되다니....너무 불행한 일이었다. 독자로서는. 그렇다고 죽어버린 작가를 되살릴 수도 없고......!

3편의 에피소드는 마무리 되었지만 여전히 풀어지지 않은 매듭들이 있다. 리스베트의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는 슬쩍 언급만 된 채 등장되지 못했으니 스티그 라르손이 계획하고 있던 10부작 어딘가에선 그녀의 등장도 기대해봄직 했으리라.

 

아버지가 (구)소련에서 망명한 가정 폭력의 근원이고 배다른 오빠가 악마같은 살인범이라면 과연 살고 싶어질까. 싶다. 그래서 리스베트는 더 강해보인다. 레지던트 이블의 그녀나 툼레이더의 그녀보다 더 여전사의 이미지로 남는다. 판타지가 아니라 삶 속에서 살아남았으므로.

 

법정에 서서 자신의 치부를 몽땅 드러냈지만 그녀는 적들을 깡그리 부셔버릴 수 있었다. 그녀만의 승리가 아니라 이는 모두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것이 없어 허전했다. 쓸쓸했던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는지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로 날아가 흥청망청 자유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엔 이어져야할 삶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사랑하지만 연인이 아닌 친구로 남게 된 미카엘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웨덴 전역에 살인자 낙인이 찍혀 주목받고 있던 리스베트의 재판 준비 과정과 미카엘,소니아 모디그,볼린데르,부블란스키,아르만스키 등등이 파헤쳐나간 과거의 진실은 그 어떤 드라마의 전개보다 빠르게 휙휙 지나가버렸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만큼의 속도로 읽는 이를 몰아갔다.이 속도감에 재미라는 가속도를 붙여 스티그 라르손의 작품은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한참을 아쉬움에 젖게 만든다. 더 읽고 싶다...!!!라는 마음에 불을 붙이면서-.

 

밀레니엄은 가볍게 읽혀질 책이 아니다. 첫 장을 읽는 순간 알게 되겠지만 국가를 상대로 한 그 엄청난 스케일과 범위는 작가가 이 작품에 쏟은 애정도가 어느 정도이며 얼마나 공들여썼는지 단박에 눈치채게 한다. 한 작품마다 거의 7~8번의 탈고를 거친다는 제프리 디버의 작품을 읽는 순간처럼 즐겁게 만든다.

 

2권을 읽지 못하고 3권을 읽게 되어, 2권을 다시 읽어야 하지만 그 결말을 알고서도 나는 재미를 놓칠 것 같지 않다. 다만 이 시리즈가 남북철도가 중단된 것처럼 멈추어버린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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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밀레니엄 (뿔)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다보니 2권을 건너 뛰고 3권부터 읽게 되었는데 앞의 사건이 이어지지 않아도 재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사건 후에 해결하는 부분이라 순서대로 읽었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만 약간 남았을 뿐이다.

 

옴미버스 시리즈의 장점은 주인공에 대한 파악이 뒷 권에서는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약간 이상해 보이는 엄마 외에는 가족이 없어 보이던 리스베트에게 생부가 나타났고 러시아에서 망명해온 망나니였던 그로 인해 가정이 파탄난 이력이 2권을 통해 밝혀진 모양이었다. 또한 스웨덴의 비밀 경찰에서 싸고도는 바람에 아무도 이 가정내의 폭력에 칼을 댈 수 없자 어린 리스베트는 스스로 아버지를 제거하기 위해 나섰고 이 과정에서 어린 소녀는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 성인이 되어서까지 금치산자로 살아가야했다. 모든 불공평한 대우를 맞받아쳐가며-.

 

그 지난 날이 2권에서 풀어지며 자신을 괴롭히던 존재들을 제거해버린 듯 한 리스베트는 쫓기고 있었다. 1권에서 미카엘을 도와 한 소녀의 실종과 거대 가문의 추악한 진실을 쫓았던 리스베트는 역으로 도망자가 되어 세 건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어 있었다. 그리고 3권의 시작은 그런 그녀가 세 발의 총을 맞고 병원에 실려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촉"이 있는 남다른 의사 요나손에 의해 보호받으면서 회복할 수 있었던 리스베트는 두 방 건너 함께 입원한 아비의 살해 위협의 환경에 처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뒤치닥거리에 질린 스웨덴 비밀경찰 세포에 의해 제거되고 그 바람에 살아남게 된 리스베트는 갇힌 가운데 재판을 기다리게 되었다. 미카엘의 누이를 담당 변호사로 두고 적들과 대치하게 된 그녀. 하지만 역시 자신을 구해내는 것은 리스베트 자신의 힘이 가장 컸다. 미카엘의 도움으로 병원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해서 해커들의 도움을 받아 공판에 유리한 증거들을 모아나가는 한 편, [밀레니엄]의 편집장 에리카의 스토커까지 잡아낸다.

 

세포. 세셰르헤트스폴리센. 안보 경찰의 약자로 "인력 통제"기관인 그 속에도 그들조차 모르던 비밀 조직이 존재했고 그 비밀조직은 러시아 망명자인 "살라첸코팀"이 되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의 신변을 감싸돌고 있었다. 굴베리가 맡아온 조직은 "안보"라는 이름 하에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었지만 그들은 애국의 이름 하에 양심을 팔아버린 사람들이었다. 나치주의자보다 이들이 덜 위험하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을런지.

 

공공의 적이 되어 법 앞에 서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공권력 앞에 폭행당해왔던 리스베트를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반사회적인 인물이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을 스스로 잘라온 그녀를 믿어주고 구해주기 위해 나타난 원탁의 기사들의 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점이 또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의 하나인 리스베트.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 진정한 이유를 [밀레니엄2]에서 또 다시 발견하게 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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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2 - 밀레니엄 2부 밀레니엄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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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리스베트는 나라 요시토모의 캐릭터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그가 좋아하는 주인공인 삐삐를 연상하며 그려낸듯 하지만 그가 요시토모의 손에서 창작된 소녀들의 표정을 봤다면 “딱이야!!”하지 않았을까.

 

무표정한듯 하면서도 약간 삐딱한 듯한 얼굴과 빼빼마른 몸매. 기묘하게도 공주풍 그림보다 그의 캐릭터들을 더 좋아하게 되면서 매력이란 반드시 달달하거나 블링블링한 속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구나를 터득하게 되었더랬다.

 

밀레니엄은 1부와 3부를 먼저 읽고 2부의 하권을 읽게 되었는데 (상)권없이 읽어도 문맥상 이야기는 이어졌으나 이야기를 궁금증 때문에 갈증은 더 심해진 것 같다.

 

밀레니엄 3부작은 책이 아니라 마약이다 - 프랑스 르푸앵

 

의 소갯말처럼 밀레니엄 시리즈는 그 특유의 중독성으로 나 역시 매료시켜놓았다. 단 하나의 캐릭터 때문도 아니며 단 하나의 에피소드 때문만도 아니었다. 파고들수록 더 넓어지는 구멍처럼 커져버리는 비리의 파장과 완벽한 스토리,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가 중심을 잃지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 순간 이야기는 자연스레 터져나왔고 독자는 정신줄을 놓게 되는 것이다. 명작이란 이런 작품을 두고 일컫는 말이 아닐까.

 

일년에 몇 권 정도. 아니 열 권 정도는 재미난 책을 건져낸다. 하지만 그 해 가장 좋았던 책을 골라내라고한다면 서너권 정도에서 갈등하곤 했는데, 올해엔 그 갈등의 싹을 싹둑 잘라버려도 좋을 듯 하다. 2012년 읽은 책 중에서 단연 으뜸은 바로 이 밀레니엄이었으니까.

 

2부의 하권을 보면 어떻게 하다가 리스베트가 사탄주의적 동성연애자로 몰리게 되는지 그 이유가 나타나며 언론의 힘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시킬 수도 있음에 경각심을 갖게 만든다. 작가 스스로가 언론인이었기에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언론이 갖는 올바른 힘, 그 중심에 대해 미카엘이라는 인물을 두고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듯 했다. 여러모로 영리하게 참 잘 짜여진 소설이었다. 밀레니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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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제적 수준의 해커, 와스프.

 

 

그녀는 [밀레니엄]의 멋진 캐릭터 리스베트다. 그녀가 뛰어난 해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 되지 않지만 150센티미터에 40킬로그램 정도의 가냘픈 이 여인을 우습게 봤다가는 큰 코다칠 각오를 해야만 한다.

 

 

 

목사이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닥터 포브스도 그랬다. 그는 남모르게 아내를 구타하는 남자로 아내가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이 탐나 그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그것도 자연재해사를 가장해서. 이를 수상히 여긴 리스베트의 활약으로 부인은 구해지고 악인은 제 꾀에 제가 빠져 죽게 되는 통쾌한 이야기가 전반에 장전되어 있다면 중반부터는 리스베트와 약간의 오해로 헤어지게 된 미카엘이 다그 스벤손이 제시하는 특집 기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쏟아져나온다. “여성인신매매”를 주제로 한 특집기사와 책을 밀레니엄을 통해 발표하고 싶어하는 프리랜서 기자 다그 스벤손과 그의 연인인 범죄학자 미아 베리만은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들의 삶은 사랑과 열정으로 충만해 있었지만 사회악을 형성하는 무리들은 그들을 세상에서 제거해버리고 엉뚱하게도 리스베트가 이들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완벽하게 취약한 존재를 성적으로 취탈해왔던 짐승만도 못한 변호사 비우르만의 죽음까지 더해져 세 명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발표되며 리스베트의 모든 비밀스러운 삶이 파헤쳐질 위기에 봉착하고야만다.

 

 

 

사건이 이렇게 흘러가는 동안 리스베트는 동성연인인 “우”에게 자신의 집을 주고 자신은 으리으리한 새 집을 구하고 중고차도 구입하면서 새 삶을 꾸려나가지만 일면으로는 비우르만의 사주를 받은 청부업자의 습격을 받는가 하면 다그와 미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오인을 받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이 그녀를 그날, 그 시각에, 그 장소에 데려다 놓은 이유는 “살라”라는 이름이 그들의 자료에 여러번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살라.

그녀에게는 결코 잊혀지지도 떼내어지지도 않는 어떤 존재를 뜻하는 그 이름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밀레니엄 2부의 1권은 딱 거기까지만 보여주고 2권을 읽으라고 독자의 등을 떠민다. 심각하게만 보이는 스토리 속에 웃음의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 나는 가끔 스티그 라르손의 장편 소설을 읽다가 킥킥 거리기도 하는데, 가령 예를 들면 닥터 포브스를 보며

 

 

 

p.43 괜찮은 사람인데 왜 자기 마누라는 팰까요?

 

 

 

라는 독백같은 질문은 마치 아홉 살 아이가 세상에 대해 잘 모르면서 궁금증을 갖고 질문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반대로 어른 같은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는 통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하는데, 부동산 중계업자 요아심 페르손이 집을 보러간 그녀를 업수이 여기고 돌려보내자 마자 노트북을 펼쳐 그를 조사하여 75만 크로나를 탈세한 자료를 재무국으로 이메일 전송하는 부분에서는 쾌재를 불렀다. 국가나 공권력의 힘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자잘한 일상의 억울함을 어딘가에 호소할 데가 없을때 힘없는 우리들에게 리스베트 같은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히 상상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2권을 미리 읽었고 3부로 이어지는 법정 공방의 결말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궁금증 없이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나 속도감은 뒤쳐짐이 없었고 도리어 알고 있는 결말임에도 나를 흥분시키고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이야기는 읽는 시간의 즐거움을 선물해주는 보석같은 이야기였다. 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200페이지 정도밖에 쓰여지지 않았다는 4권이 제발 세상에 출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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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그날의 일곱 시간
수잔네 프로이스커 지음, 홍이정 옮김 / 샘터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그날,

나는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였다.

 

이 문구를 홀로코스터를 위한 박물관에서 발견했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재혼을 열흘 앞두고 7시간의 무자비한 성폭행에서 살아남은 한 여인이 쓴 책 앞에 쓰여진 글이다.

 

 

 

女...

슈트라우빙 교도소에서 폭력 범죄자를 치료하는 업무를 담당

심리치료사 수잔네 프로이스커

올리브 기름으로 레시피를 벗삼아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여인

 

 

 

男...

2009년 아내를 살해한 연쇄강간범.

희생자 중 한 명은 시효가 말소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심각한 손상을 입어 법정 출두가 불가능했으며, 마지막 희생자는 사망했다.

촉망받는 심리학자였던던 그녀는 자신이 치료하던 범죄자에 의해 감금되었다. 사회치료과 소장이자 교수였던 삶은 그 이후 많이 달라져갔다. 칼로 찔러대며 순간접착제로 입을 봉해버린다는 협박과 동시에 7시간동안 지치지도 않고 여러 체위를 강요했던 성범죄자. 그날의 일을 기록한 글의 탈고를 돕던 남편은 끝내 그녀를 붙들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2009년 4월 7일.

그날은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남자”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남자”가 함께 주어진 날이었다. 추악한 남자는 그녀의 모든 삶과 멘탈을 붕괴시켜나갔지만 사건 이후 아내의 아들과 함께 달려온 예비 남편은 따뜻하게 그녀를 감싸안았다. 보통 성폭력 사건 이후 배우자와 이별을 하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이제 우리는 결혼 못해요”라는 그녀의 속삭임을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결혼해야 할 때”라고 응수하며 막아버린 남자. 그녀는 지금 그 남자와 살고 있다. 재판 중간에 엄마에게 다가서던 범죄자를 물러서게 해달라고 나선 듬직한 아들과 함께.

 

 

또한 90세가 넘은 시할머니는 그녀의 소식을 듣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여자에게는-.”이라는 말로 위로했다고 하니. 비단 서양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사람을 대하는 인격이 고매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녀는 가해자가 아니었으므로.

자신을 희생자라 부르는 것을 멈추어달라고 소신있게 발언한 그녀는 스스로가 피해자이긴하지만 생존자라고 표현했다. 피해자가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삶은 그녀에게도 주어졌다. 결코 다르지 않았다. 사건이 던져준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깊이 삶 속을 파고들어 남편과 아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들었지만 이 가족은 사랑으로 잘 극복해내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책을 출판할 결심을 할 수 있었으리라.

 

 

여성이라면 이런 사건을 겪고 담담할 수 없다. [룸]에서는 아이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독자는 이해할 수 있는 성폭행을 당해온 엄마의 자살미수 사건이 있었고, [어두운 기억 속으로]에서는 끊임없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젊은 여성의 삶이 보여졌다. 상처받은 사람의 상처는 머릿 속으로 파고들어 순간순간 그날의 공포를 되새김질 시켜버리기 때문이다.

 

 

가정파탄범,아동성폭행범,부녀자 강간범,여성 성폭행범 들에 대한 처벌수위가 더 높아질 수는 없는 것일까. 그들이 재범,삼범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왜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걸린 사람이 재수없는 사람이 되는 현실이 사람으로하여금 무기력감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다.

 

 

독일에서 일어난 실화는 비단 그들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현재 전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직업이 심리치료사여서 관련 공부가 탄탄히 되어 있는 중년의 여성조차도 자신의 삶에 예기치 못한 액운이 흘러들었을 때엔 삶의 손을 놓치고마는데 일반 여성들의 트라우마는 얼마나 크고 깊을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아이들과 여성들이 잘 보호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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