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마르첼로 시모니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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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되지 못하고 한 글자, 한 글자 필사로 책을 만들던 시절엔 책은 고가의 재산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희귀본이나 금서는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했을 것이 분명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보면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서도 보고 싶어하던 그 책의 가치와 목숨이 저울대에 함께 올려진 것이 충격적이었었는데, [저주받은 책들의 상인]도 그때 그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우테르 벤토룸]. 충격적인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그 책은 네 개로 나뉘어져 사람들의 모험심을 충동질한다. 벼랑끝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비비엔 신부의 죽음의 전설에도 불구하고 책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댔고 가면을 쓴 한 무리의 기사들과 유골상인인 이냐시오까지 추격전에 가담하면서 책은 모두의 뒤쫓음을 받으며 도망다니고 있었다. 누구의 손에 있는 것일까.

 

[뿌리 깊은 나무]의 사방 수수께끼나 [다빈치코드]의 기호학 수수께끼에 버금갈만큼 놀라운 언어적 수수께끼를 담고 있는 암호. 그 암호를 이냐시오와 그의 어린 아들이 함께 풀어나가면서 수수께끼는 점점 상징이되고 역사가 되어 책의 그림자가 되어 나갔다. 천사가 등장하고 악마같은 인간의 탐욕이 등장하고 누군가의 슬픈 가족사가 덧대어지면서 이야기는 한 편이 아니라 여러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절대 산만해지도록 가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집중력 있게 읽게 만듦으로써 이 이야기가 얼마나 가독성 있는지 깨닫게 만들고 있다.

 

우테르 벤토룸. 그 책 자체가 궁금해지지만 어디에 있는지, 누군가의 손에 있는지보다 더 궁금해지지는 않았다. 잘 짜여진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 매듭을 풀다보니 결국 그 결말에 이르게 되었는데 희귀도서의 존재가 금화나 신대륙만큼의 가치를 지니던 시대의 이야기라 100% 공감하긴 어렵지만 추리소설이나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된다.

 

수도원. 중세. 비밀의 책. 그리고 죽음.

이 키워드는 어느 작가가 다시 재탕을 한다고 해도 또 보고 싶어질만큼 매력적인 소재들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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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1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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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쇼스키 남매가 영화화했다고 해서 그 원작을 읽고 싶어 찾아본 [클라우드 아틀라스]. 1권만 읽어서는 도대체 어떻게 영상으로 옮겨질지 상상이 되지 않을만큼 이야기는 산만했다. 영화로는 재미있게 봤지만 매트릭스를 글로 옮기면 역시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역시 영상으로 옮겨졌을때 봐야할 것만 같았는데, 그 난해한 조각들은 영화를 보면서 무릎을 치며 감탄하며 끼워맞춰질 것만 같다.

 

500년의 시간차를 두고 서울의 미래버전과 아메리카 흑인 노예버전, 작곡가,신문기자, 원시시대 를 배경으로 해서 보여지는 그 시대와 사람들의 모습은 각각 6개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우리에게 광범위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19세기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시대는 달라졌고 삶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중간 정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

 

 

태평양 항해 길에 오른 미국인, 방탕한 생활을 일삼은 귀족청년,여기자,출판업자,복제인간에 이르기까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캐릭터로 잡아 그들의 삶을 엮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69년생 영국작가 데이비드 미첼은 스릴러, 유령이야기, SF의 대가라고 한다. 이번 작품이 세번째 작품이라는데 어떤 점이 워쇼스키 남매를 매료시켜 영화화하게 되었을까.

 

또한 원작의 어떤면이 톰 행크스, 휴그랜트,할리 베리, 배두나 같은 대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었을까. 이 작품은 2004년 영국 도서상 문학부문 수상작이면서 메모리얼 상과 사우스 뱅크쇼 문학상을 휩쓴 작품이라고 한다. 1권만 읽어서는 머릿 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아 그 위대함을 체감할 수 없었으나 잘 정리된 영화를 보고 다시 읽게 되면 감탄하게 될까.

 

2권을 읽기 전까지. 아직은 머릿 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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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우드 와일드우드 연대기 1
콜린 멜로이 지음, 이은정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황소자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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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는 "지날 수 없는 숲"을 의미한다. 열두살 여자아이 프루는 부모님으로부터 지날 수 없는 숲에는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으며 살았지만 이 금기는 남동생 맥을 까마귀떼에 유괴당하면서 깨어져 버렸다.

아직 갓난 아이인 맥은 프루와 함께 집을 나섰다가 그대로 납치되었는데 까마귀떼는 부모님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지날 수 없는 숲"으로 데리고 가버렸다.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프루는 동생이 잠든 것처럼 꾸며두고 짐을 싸서 다음날 일찍 동생을 찾기 위해 숲으로 향했다. 도중에 만난 같은반 남학생인 커티스와 동행하게 되지만 이들은 이내 헤어지게 되고 프루는 프루대로, 커티스는 커티스대로 맥을 찾기 위해 숲을 헤매다니게 된다.

 

학교만큼이나 무서운 공간인 숲.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공간인 이 곳에서 과연 맥을 찾을 수 있을까. 와일드 우드는 이상한 나라의 또 다른 버전처럼 짠~하고 나타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다. 훨씬 두껍고 훨씬 풍성한 이야기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앨리스에서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망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라는 눈의 여왕같은 포스로 커티스를 붙잡고,프루는 프루대로 미망인의 여왕이 살아있다고 소문이 퍼진 와일드 우드 속에서 동생과 친구를 찾아내야하는 미션을 완성해내야만하고.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의 물살을 타고 있다. 유괴에서 모험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왜 맥이 이 세계에 필요한 존재인가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와일드 우드에서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보는 재미로 포인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를 구경하며 자신의 성장을 도모했다면 와일드 우드는 숲으로 들어온 두 아이가 각자 이 곳에서 자신의 역할과 비전을 받아들이며 성장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왕따가 리더가 되는 세상, 이제껏 살아왔던 세상 속 어른들과 진배없는 사기꾼, 모사꾼, 아첨꾼들이 득실거리는 세상. 누군가에게 새로운 세상은 기회이지만 누군가에겐 새로운 세상이 지옥인 곳에서 아이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 곳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인디록밴드 디셈버리스트의 리더 콜린 멜로이의 데뷔작인 [ 와일드 우드 ] 는 이미 베스트셀러화 된 작품이다. 재미가 보증된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높여진 기대치에 부흥할만한 요소를 찾지 못하면 실망감을 안겨다 줄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위험하다.

 

내게 [와일드우드]는 딱 기대했던만큼의 이야기였다. 기대치가 높여져 있던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 기대치만큼은 재미있었던 소설. 다만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영상화 하는데 있어서는 새로운 캐릭터의 부재가 아쉽기만 했다.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된다면 아이들의 두 눈이 확 떠질만큼 독특한 캐릭터가 덧붙여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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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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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속 어둠은 과연 어디까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넬레 노이하우스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알게 된 작가지만 그녀의 전작들보다는 최신 번역작인 [깊은 상처]가 단연 돋보인다고 칭찬할 수 있는 작가다. 깊은 상처는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증명]이라는 작품처럼 인간의 심연 그 바닥에 감추어져 있는 욕망과 어둠에 관한 이야기다.

 

세 노인이 살해당했다. 아흔이 넘은 돈 많은 노인네 셋이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 넷이 모여 동향의 즐거움을 나누었으나 이제 남은 것은 베라 하나. 모두 부유하게 누릴 것들을 누려가며 살아온 터라 그들의 죽음이 아쉽게 생각되진 않았으나 의문스러운 것은 곧 죽을 노인들을 그렇게 처형의 형식으로 살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역시 원한이 아니고서야 그들의 죽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기에 피아 형사와 모덴슈타인 반장은 수사에 곧 착수하게 되었고 그들이 2차 세계대전의 험난함 속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

 

그들의 신분은 철저히 위장된 것이었드며 그들 넷은 나치친위대의 일원으로 잔인하게도 그들이 죽인 사람들의 행세를 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남자와 친구, 그의 아이를 낳은 여자의 가족까지 무참하게 살해한 여자와 그 오빠,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 사이코패스 노인 집단은 그렇게 생을 마무리하며 희희낙낙했으나 복수의 칼날은 뒤늦게 나마 그들을 찾아와 평화로운 죽음을 방해했던 것이다.

 

존경받던 패밀리의 몰락과 밝혀지는 과거 속에서 나는 인간의 타락이 과연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싶어져 도리어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수로 인한 통쾌함보다는 가득찬 수심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때때로 뉴스를 통해 보여지던 잔혹한 이야기들이 소설 한 권 속에 통째로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건 현장에 남겨져 있던 의문의 숫자이자 단서인 16145는 그들이 만행을 저질렀던 1945년 1월 16일을 의미했다. 다비드,헤르만,아니타 그리고 베라. 이 네 노인은 죄의식 없이 한 평생을 편히 살 수 있었던 것일까. 과거가 점점 밝혀지면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나는 더이상 누가 범인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야기의 방향과 상관없이 밝혀진 과거가 너무나 슬픈 것이어서 놀랐을 뿐이었다. 가족의 몰살과 살아남은 자의 복수. 이 간단한 코드가 시시하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작가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플룻구성과 인간임이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순간 치켜드는 그들의 뻔뻔함을 구경할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요 뇌스베의 캐릭터처럼 형사 캐릭터들이 부각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요소요소들이 오히려 [깊은 상처]를 더 집중해서 읽게 만들어주었다. 결코 단시간에 쉽게 읽혀진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각인시켜가야할 것들을 찾아낼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소설이었다. 재미는 바로 그 속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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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시공 RSC 셰익스피어 선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원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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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강인하게 버틸 수 있을까. 맥베스는 바람 앞의 갈대처럼 흔들리는 한 인간일 뿐이었다. 셰익스피어 비극 중 가장 짧고 빠른 비극인 맥베스는 [예언]으로 시작해서 [예언]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승전보를 울리며 돌아오던 맥베스는 운명의 세 여인을 만나게 되고 "마녀"로 통칭되는 그녀들의 말에 귀가 솔깃한다. 한 나라의 장군이던 그가 여인들의 예언에 솔깃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운명 앞에선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겠다.

 

유혹은 순차적이었다. 글램즈의 영주가 되고 코도의 영주가 되었다가 왕이 될 존재.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코웃음을 쳤던 맥벱스도 글램즈의 영주가 되고 코도의 영주가 되면서 왕이 되는 예언의 실현을 마음 속으로 꿈꾸게 되었고 종국엔 그 스스로 손에 피를 묻혀가며 예언을 실현하고야 만다.

 

잔인하고 대담하고 과감하게.

그는 전쟁에 선 장수처럼 용감하게 왕을 제거하고 왕좌에 올랐으나 그와 아내는 그때부터 좌불안석이 되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남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다른 이가 또 자신들을 제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왕자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더해져 그는 다시 운명 앞에 섰고  또다른 예언을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예언에는 함정이 있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어떤 자도 맥베스를 해치지 못한다"라는 예언은 여자의 배를 가르고 나온 맥더프에 의해 처참히 깨져버렸다. 왕이 되는 가장 가까운 길을 택한 남자의 이야기는 5막 7장의 짧은 길이지만 빠른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며 시작부터 끝까지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몇백년전의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롭고 생동감 있을 수 있다니....셰익스피어라는 이야기꾼이 얼마나 재담이 강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작품 몇몇만 읽어보아도.

 

1590년에 태어나 37편의 드라마와 2편의 장시 시집{소네트}를 집필했던 이야기꾼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 중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인 [맥베스]가 사랑받는 이유를 소설이 아닌 희곡을 읽고서야 더 극명히 알게 되었다. 그 재미는 누군가에 의해 풀어진 이야기보다 그 본질에 가까운 구조로 읽혀져야 더 생동감이 사실화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놀라운 것은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언 리가 1955년에 이 작품을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몰랐던 일이라 신기했으며 단 한 컷 뿐인 사진이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그 공연을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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