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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ㅣ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p.181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이 있다. 문제는 발견되는 비밀이 어떤 종류의 것이냐는 거다.
스웨덴 영화 한 편과 헐리우드 리메이크 작 한 편. 동일한 영화를 두고 모든 리뷰어들이 극찬에 극찬을 더하는데도 나는 영화도 책도 관심 밖으로 밀어내버렸다. 매력적이게 보이지 않았고 무언지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틀조차 알지 못했으면서도 그랬다. 싫은 것은 죽어도 하지 않는 이 못된 습관(?) 때문에 나는 이 명작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것도 우연한 기회에-.
10부작으로 구상했으나 세상에는 3부작밖에 내어놓지 못한 채 세상을 뜬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부재로 인한 손실은 스웨덴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떠안아야할 몫이었다. 이 재미난 이야기를 그것도 한 사람의 머릿 속에서는 완벽한 에피소드로 가득찼을 이 이야기들을 우리는 3개 외에는 더 이상 구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나는 영화보다는 원작 읽기에 나섰다. 영화리뷰는 모두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매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원작을 읽고난 내게는 그들 외의 많은 캐릭터들의 매력이 골고루 분산되어 각인되기 시작했다. 헨리크, 하리에트, 세실리아. 에리카 등등. 작가가 얼마나 세밀하게 그들 모두의 페이지를 계산하고 할애하며 써왔는지 그의 노고를 짐작케 하는 페이지들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남자에게서부터였다.
미카엘 블룸크비스트.
월간지 <밀레니엄>의 창간주이자 “슈퍼 블롬크비스트”라고 불리는 사나이. 불혹의 나이를 넘어섰으며 이혼한 전처와 딸아이가 있지만 20년전부터 공공연하게 공동창간주이자 편집장인 에리카와의 관계도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 그런 그가 친구의 제보를 통해 쓰게 된 지사 하나로 인해 사회에서 매장당할 위기에 봉착했을 때 대기업의 총수 헨리크 방예르는 그에게 사건 하나를 맡기게 된다. 그의 복수를 도와주겠다는 명목하에.
이야기의 시작은 이제 한 사건에 집중되어져 펼쳐진다.
10대때 갑자기 사라져버린 헨리크의 손녀. 엄밀히 말하면 형의 손녀이지만 집안에서 그가 가장 애지중지하던 존재였던 하리에트는 어느날 사라져버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그녀를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헨리크는 그녀를 죽인 살인범을 찾아주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탐정도 아닌 저널리스트에게.
가족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과 가족들만 거주할 수 있는 닫혀진 섬에서 사라진 소녀는 우수한 성적,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방예르가의 모든 가정이 그러하듯 불행했고 사라지기 1년전부터는 이상하게도 종교적인 성향이 짙어지고 우울한 듯 보였다 1년전 술에 떡이 되어 익사한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 소녀의 우울증 정도로만 여겼던 가족들은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녀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못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지금까지 압화액자가 헨리크의 생일에 맞춰 보내지고 있는데 이를 살인범의 괴씸한 소행으로 본 헨리크가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보면 모두가 의심스럽고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려진 가운데 방예르 가족간의 불화와 그간 나치스트였던 가족의 역사가 포착되지만 소녀의 실종과는 별 연관이 없어보였다. 다만 사라진 소녀에 의해서 남겨진 수수께끼 같은 세 개의 여자 이름과 두 개의 이니셜만이 의문스럽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맞추기 어려운 퍼즐 같은 사건을 미카엘이 도맡아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때 여느 여주인공과는 차별화 되는 신기한 캐릭터가 나타났다.
바로 모두가 극찬하는 캐릭터 리스베트. 뛰어난 기억력과 감각을 지닌 그녀는 삐삐처럼 마른 몸매에 미드 NCIS의 고스틱한 애비와 친구하면 딱 좋을만큼의 독특한 모습을 갖추고 나타났지만 이 여인의 행동하나하나는 통쾌하고 짜릿했다. 물론 그녀에게도 상처는 있었다.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명성과는 반대로 1989년 이후 제정되었다는 “법정자원봉사자”와 “후견인제”는 악용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 쓰면 약이되지만 잘못쓰면 독이되는 것은 사회제도에도 해당되는 말임을 이 소설은 무겁게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재산 관리 및 모든 공민적 행위와 법적적차 대행을 후견인이 맡으므로써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박탈당했으며 비우르만이라는 성에 도착된 돼지 후견인에게서 리스베트를 보호할 법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마저도 스스로 해결해낸 리스베트의 멋진 활약에 독자들이 보내는 갈채는 100% 이해공감되고도 남았고 1권에서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힘을 합해 사건을 해결하는데 박차를 보내는 곳까지 읽고는 얼른 2권을 펼쳐들 수 밖에 없었다.
독자의 손에 책이 주어진 이상 이 이야기는 더 이상 방예르 가 만의 것이 아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