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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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뇌스뵈와는 두번째 만남이었다. 그의 전작 [스노우맨]을 너무나 공포스럽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이 나오면 한 번 더 읽어보리라 결심하고 있었더랬다.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게 되면 적어도 3권에서 5권 정도만 읽으면 이 작가의 매니아가 될지 뻔한 전개에 주인공 이름만 갈아치우는 작가인지 판단이 되기 때문에 기존 작가의 작품보다는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 좀 더 꼼꼼히 읽는 편이다. 특히 요 뇌스뵈의 경우는 더 그랬다. 익숙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북유럽 작가라는 점도 그러했고 그곳 사람들의 이름도 생소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도 일본소설이나 미국 소설가들처럼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퍼먹듯 천천히 단어들을 녹여가면서 읽어내려가야했다. 그리고 이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스노우맨]의 공포가 쏘옥 빠진 이번 작품 [헤드헌터]는 그림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 사냥꾼이라 하니 먼저 한 영화가 떠올랐다. 오래된 영화라 이미 더빙판으로도 몇년 전에 TV에서 방영했지만 그래도 그 잔잔하면서도 세련된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젠틀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은 상위 1%의 남자지만 그림 감상이 취미인 사람이다. 미술관에서 모두 다 알 정도로 미술관에서 매일 살다시피하며 품격있게 그림 감상을 하곤 했다. 우리에게 장돈건이 있다면 헐리우드에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있는 셈인가.

 

그 멋진 모습도 잠시. 절묘한 타이밍과 철저한 계산으로 그는 명화들을 미술관에서 빼내는데, 아무도 그를 용의자로 상상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모의 여인이 나타나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로맨스와 함께 이야기는 달콤함을 더한다. 그 영화에서처럼 달콤함을 기대했다면 너무 큰 기대였을까.

 

작가 요 네스뵈는 달콤함 대신 뒤통수를 때리는 복수극으로 두 남자를 링 위에 올려놓았다. 헤드헌터를 찾아온 남자와 헤드헌터가 직업인 남자. 채 170도 안되지만 화랑을 경영하는 근사한 아내와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남자. 그런 그의 취미는 인터뷰하러 오는 임원급 면접자들의 집에 값비싼 그림이 있는지 스리슬적 알아보고 훔쳐내는 일. 순전히 스릴 때문이라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도둑질에 테클이 들어왔다.

 

어중이 떠중이들 속에서 보석 하나 건져냈나? 싶었더니 그림을 훔치러 들어간 그의 집에서 발견된 것은 위작인 그림과 아내의 불륜현장.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의 앞에 펼쳐지는 앞으로의 상황들은 덮어쓰기 딱 좋은 살해된 시체들과 증명할 수 없는 알리바이들뿐.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쳐]에서 주인공이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듯 해결보다는 자꾸만 수렁에 빠져들고 마는 주인공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아내의 불륜남에게 대적하기 시작하고 그가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했음을 아는 순간 거꾸로 복수의 날을 들이세웠다. 그리고 통쾌하게 그의 복수전이 시작된다.

 

세상에 이렇게 면접자를 뒤통수 치는 헤드헌터와 헤드헌터를 살인자로 몰 계획으로 접근하는 면접자가 가득하다면 살벌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이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사냥하는 두 남자의 맞대결은 똑똑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여느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전달하면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모든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고 다시 인생을 되찾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내에 대한 용서부분이었다. 사람인데, 어떻게 그 의혹들을, 그 순간들을 깨끗히 털어버릴 수 있을까. 작가의 로망이 담긴 그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주 훌륭한 소설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독자로서 다음 작품을 또 기다리면서도 한 번은 공포, 다른 한 번은 스릴러였으니 다음 작품의 장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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