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제적 수준의 해커, 와스프.

 

 

그녀는 [밀레니엄]의 멋진 캐릭터 리스베트다. 그녀가 뛰어난 해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 되지 않지만 150센티미터에 40킬로그램 정도의 가냘픈 이 여인을 우습게 봤다가는 큰 코다칠 각오를 해야만 한다.

 

 

 

목사이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닥터 포브스도 그랬다. 그는 남모르게 아내를 구타하는 남자로 아내가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이 탐나 그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그것도 자연재해사를 가장해서. 이를 수상히 여긴 리스베트의 활약으로 부인은 구해지고 악인은 제 꾀에 제가 빠져 죽게 되는 통쾌한 이야기가 전반에 장전되어 있다면 중반부터는 리스베트와 약간의 오해로 헤어지게 된 미카엘이 다그 스벤손이 제시하는 특집 기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쏟아져나온다. “여성인신매매”를 주제로 한 특집기사와 책을 밀레니엄을 통해 발표하고 싶어하는 프리랜서 기자 다그 스벤손과 그의 연인인 범죄학자 미아 베리만은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들의 삶은 사랑과 열정으로 충만해 있었지만 사회악을 형성하는 무리들은 그들을 세상에서 제거해버리고 엉뚱하게도 리스베트가 이들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완벽하게 취약한 존재를 성적으로 취탈해왔던 짐승만도 못한 변호사 비우르만의 죽음까지 더해져 세 명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발표되며 리스베트의 모든 비밀스러운 삶이 파헤쳐질 위기에 봉착하고야만다.

 

 

 

사건이 이렇게 흘러가는 동안 리스베트는 동성연인인 “우”에게 자신의 집을 주고 자신은 으리으리한 새 집을 구하고 중고차도 구입하면서 새 삶을 꾸려나가지만 일면으로는 비우르만의 사주를 받은 청부업자의 습격을 받는가 하면 다그와 미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오인을 받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이 그녀를 그날, 그 시각에, 그 장소에 데려다 놓은 이유는 “살라”라는 이름이 그들의 자료에 여러번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살라.

그녀에게는 결코 잊혀지지도 떼내어지지도 않는 어떤 존재를 뜻하는 그 이름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밀레니엄 2부의 1권은 딱 거기까지만 보여주고 2권을 읽으라고 독자의 등을 떠민다. 심각하게만 보이는 스토리 속에 웃음의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 나는 가끔 스티그 라르손의 장편 소설을 읽다가 킥킥 거리기도 하는데, 가령 예를 들면 닥터 포브스를 보며

 

 

 

p.43 괜찮은 사람인데 왜 자기 마누라는 팰까요?

 

 

 

라는 독백같은 질문은 마치 아홉 살 아이가 세상에 대해 잘 모르면서 궁금증을 갖고 질문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반대로 어른 같은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는 통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하는데, 부동산 중계업자 요아심 페르손이 집을 보러간 그녀를 업수이 여기고 돌려보내자 마자 노트북을 펼쳐 그를 조사하여 75만 크로나를 탈세한 자료를 재무국으로 이메일 전송하는 부분에서는 쾌재를 불렀다. 국가나 공권력의 힘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자잘한 일상의 억울함을 어딘가에 호소할 데가 없을때 힘없는 우리들에게 리스베트 같은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히 상상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2권을 미리 읽었고 3부로 이어지는 법정 공방의 결말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궁금증 없이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나 속도감은 뒤쳐짐이 없었고 도리어 알고 있는 결말임에도 나를 흥분시키고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이야기는 읽는 시간의 즐거움을 선물해주는 보석같은 이야기였다. 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200페이지 정도밖에 쓰여지지 않았다는 4권이 제발 세상에 출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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