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시공 RSC 셰익스피어 선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원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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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강인하게 버틸 수 있을까. 맥베스는 바람 앞의 갈대처럼 흔들리는 한 인간일 뿐이었다. 셰익스피어 비극 중 가장 짧고 빠른 비극인 맥베스는 [예언]으로 시작해서 [예언]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승전보를 울리며 돌아오던 맥베스는 운명의 세 여인을 만나게 되고 "마녀"로 통칭되는 그녀들의 말에 귀가 솔깃한다. 한 나라의 장군이던 그가 여인들의 예언에 솔깃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운명 앞에선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겠다.

 

유혹은 순차적이었다. 글램즈의 영주가 되고 코도의 영주가 되었다가 왕이 될 존재.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코웃음을 쳤던 맥벱스도 글램즈의 영주가 되고 코도의 영주가 되면서 왕이 되는 예언의 실현을 마음 속으로 꿈꾸게 되었고 종국엔 그 스스로 손에 피를 묻혀가며 예언을 실현하고야 만다.

 

잔인하고 대담하고 과감하게.

그는 전쟁에 선 장수처럼 용감하게 왕을 제거하고 왕좌에 올랐으나 그와 아내는 그때부터 좌불안석이 되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남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다른 이가 또 자신들을 제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왕자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더해져 그는 다시 운명 앞에 섰고  또다른 예언을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예언에는 함정이 있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어떤 자도 맥베스를 해치지 못한다"라는 예언은 여자의 배를 가르고 나온 맥더프에 의해 처참히 깨져버렸다. 왕이 되는 가장 가까운 길을 택한 남자의 이야기는 5막 7장의 짧은 길이지만 빠른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며 시작부터 끝까지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몇백년전의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롭고 생동감 있을 수 있다니....셰익스피어라는 이야기꾼이 얼마나 재담이 강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작품 몇몇만 읽어보아도.

 

1590년에 태어나 37편의 드라마와 2편의 장시 시집{소네트}를 집필했던 이야기꾼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 중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인 [맥베스]가 사랑받는 이유를 소설이 아닌 희곡을 읽고서야 더 극명히 알게 되었다. 그 재미는 누군가에 의해 풀어진 이야기보다 그 본질에 가까운 구조로 읽혀져야 더 생동감이 사실화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놀라운 것은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언 리가 1955년에 이 작품을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몰랐던 일이라 신기했으며 단 한 컷 뿐인 사진이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그 공연을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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