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처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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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속 어둠은 과연 어디까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넬레 노이하우스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알게 된 작가지만 그녀의 전작들보다는 최신 번역작인 [깊은 상처]가 단연 돋보인다고 칭찬할 수 있는 작가다. 깊은 상처는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증명]이라는 작품처럼 인간의 심연 그 바닥에 감추어져 있는 욕망과 어둠에 관한 이야기다.

 

세 노인이 살해당했다. 아흔이 넘은 돈 많은 노인네 셋이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 넷이 모여 동향의 즐거움을 나누었으나 이제 남은 것은 베라 하나. 모두 부유하게 누릴 것들을 누려가며 살아온 터라 그들의 죽음이 아쉽게 생각되진 않았으나 의문스러운 것은 곧 죽을 노인들을 그렇게 처형의 형식으로 살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역시 원한이 아니고서야 그들의 죽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기에 피아 형사와 모덴슈타인 반장은 수사에 곧 착수하게 되었고 그들이 2차 세계대전의 험난함 속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

 

그들의 신분은 철저히 위장된 것이었드며 그들 넷은 나치친위대의 일원으로 잔인하게도 그들이 죽인 사람들의 행세를 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남자와 친구, 그의 아이를 낳은 여자의 가족까지 무참하게 살해한 여자와 그 오빠,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 사이코패스 노인 집단은 그렇게 생을 마무리하며 희희낙낙했으나 복수의 칼날은 뒤늦게 나마 그들을 찾아와 평화로운 죽음을 방해했던 것이다.

 

존경받던 패밀리의 몰락과 밝혀지는 과거 속에서 나는 인간의 타락이 과연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싶어져 도리어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수로 인한 통쾌함보다는 가득찬 수심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때때로 뉴스를 통해 보여지던 잔혹한 이야기들이 소설 한 권 속에 통째로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건 현장에 남겨져 있던 의문의 숫자이자 단서인 16145는 그들이 만행을 저질렀던 1945년 1월 16일을 의미했다. 다비드,헤르만,아니타 그리고 베라. 이 네 노인은 죄의식 없이 한 평생을 편히 살 수 있었던 것일까. 과거가 점점 밝혀지면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나는 더이상 누가 범인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야기의 방향과 상관없이 밝혀진 과거가 너무나 슬픈 것이어서 놀랐을 뿐이었다. 가족의 몰살과 살아남은 자의 복수. 이 간단한 코드가 시시하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작가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플룻구성과 인간임이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순간 치켜드는 그들의 뻔뻔함을 구경할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요 뇌스베의 캐릭터처럼 형사 캐릭터들이 부각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요소요소들이 오히려 [깊은 상처]를 더 집중해서 읽게 만들어주었다. 결코 단시간에 쉽게 읽혀진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각인시켜가야할 것들을 찾아낼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소설이었다. 재미는 바로 그 속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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