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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착한 늑대 - 우리가 몰랐던 늑대 이야기
요나스 부츠 글, 닐스 피터스 그림, 김희정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어머니를 따라 작가가 된 요나스 부츠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1981년 생인 그는 음악을 사랑하고 웃는 것과 선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그 웃음과 음악적 요소들을 살펴볼 수 있을까?
<미스터리 걸즈>,<꼬마 스파이 샘 스미스>,<지팡이 나라 엿보기> 등 많은 책들을 써냈지만 정작 이 먼 나라의 독자는 <커다란 착한 늑대>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어떤 느낌일까.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는 색다른 기대를 하게 만든다. 기분 좋은 설레임. 아침공기 마시듯 상쾌한 기분으로 나는 늑대를 만나러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늑대가 나타났다~~늑대가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도 긴장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요나스 부츠의 커다란 늑대는 아무도 해치지 않는 착한 늑대였기 때문이다. 빨간 모자 동화 속 늑대는 할머니를 잡아먹은 아주 나쁜 늑대였는데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늑대는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빨간 모자보다 할머니에게 환영받는 존재였다. 이제나 저제나 손녀가 오길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먼저 도착한 늑대가 입을 여는 순간 벨소리에 놀란 할머니가 쑤욱 들어가 버렸고 할머니가 사라진 것을 좋아하던 빨간 모자도 늑대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착한 늑대는 멘붕상태에 빠져 버렸다. 이.럴.수.가!
배도 아프고 머리도 복잡한데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이 때 나타난 사람은 도우미가 아니라 늑대를 사냥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던 사냥꾼. 단숨에 아기 염소네로 도망친 늑대는 어린 염소들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그들도 모두 뱃속에 넣어버리게 되는데....배는 점점 불러오고 사냥꾼은 등 뒤에 바짝 따라와 있고......! 마지막 피난처인 아기 돼지 삼형제의 집으로 향하지만 첫째 돼지의 집은 무너져버리고 둘째 돼지의 집은 허공으로 휘리릭 날아가버리고 셋째 돼지의 집에서 사냥꾼과 대치상태였던 늑대는 그만 화가난 나머지,
"나는 아무도 잡아먹지 않았다"고 으르렁댔는데 그 덕분에 모두가 늑대의 뱃속에서 탈출할 수 있어 오해는 그만 풀려버렸고 사냥꾼은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는 색다른 이야기가 바로 <커다란 착한 늑대>다. 빨간 두건, 아기 염소들, 아기돼지 삼형제 등등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면서 늑대의 입장에서 억울함이 조근조근 밝혀진다. 우리가 나쁘게 보는 사람이 그 반대편의 입장에서보면 달라 보일 수도 있다는...그에게도 어떤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보게 만드는 착한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늑대 이야기 속에 담겨 이솝우화처럼 멋진 교훈을 전한다.
커다란 착한 늑대는 억울해. 정말. 읽고나니 나쁜 늑대는 없었다. 요나스 부츠가 알려주고자 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