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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 ㅣ 메이즈 러너 시리즈
제임스 대시너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7월
평점 :
9월까지 어떻게 기다려야할지 모르겠다. <트와일라잇>과 <헝거게임>을 잇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원작이라는 이 소설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세계에 트왈러들을 빠르게 확산시켜나갔던 <트와일라잇>은 내가 먼저 읽고 주변에 강력추천했던 소설이었다면
<헝거게임>은 친구가 먼저 읽고 너무 재미있다면서 추천하여 읽게 된 판타지였는데 <메이즈러너>는 tv에서 영화 소개를
보다가 궁금해져서 급구매하게 된 소설인지라 사실은 반신반의했었더랬다. 비슷한 이야기겠지....하면서.
뚜껑은 열어봐야 알고 사건은 터져봐야 안다고 했던가. 결과적으로 <메이즈러너>는 대박작품이었다. 물론 비슷비슷하게 떠올려지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젠 하늘 아래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더 나올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10대들을 서바이벌식의 현장에 던져두고 살아남기를
종용하는 것은 <헝거게임>을, 밀폐 공간 안에서 죽음과 수수께끼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순간은 <큐브>를, 기억을 상실한 채
자신이 사건의 키워드 임을 깨닫고 탈출 하였으나 그 탈출 역시 계획의 일부였고 그 다음 테스트로 넘겨지는 구성은 <레지던트 이블>과
닮아 있다. 하지만 '이거 어디서 본 이야기 아냐?'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비슷한 요소는 엿보이지만 분명 전혀 다른 이야기다.
살아남기 위해 거대한 미로 속을 달리는 소년 러너들은 희망차다. 러너팀장 민호는 지도 작업을 위해 2년 동안 반복달리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좌절하거나 달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를 위해 가장 좋은 대안을 찾기 위해 때로는 답답할만큼 신중한 뉴트도 삶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막내풍의 척 역시 쾌활하다. 이 공간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공간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들 캐릭터는 주변 어느 남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친근하다.
기억을 상실한 채 공터에 던져진 토머스. 기존 멤버중 그 누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판단력과 담력 그리고 적응력으로 그는 리더격으로 우뚝
올라섰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기에,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탈출은 소년들에겐 또 다른 시련이었다. 에필로그에서
보고서 형식으로 에이바 페이지 총장이 직원들에게 언급한 것은 시련 프로그램의 성공과 테스트의 변수 그리고 '사악'의 사명과 더불어 2차 실험을
공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년들과 '창조자'로 불리는 어른들. 어른들이 인류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목숨을 건 테스트를 그들에게 종용할 권리가 과연 있는 것일까.
실험실의 쥐처럼 죽어나가는 소년들을 보며 그들은 자신들의 '사명'만을 강조할만큼 인류에게 위급한 상황이 닥친 것은 맞는 것인가. 3부작으로
쓰여진 이 책의 결미에서는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usa투데이에서는 소설을 두고 '젊은 세대가 세상을 바꿀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그 힘있는 학생들을 '세월호 참사'로
잃은 대한민국의 오늘과 소설이 교차되면서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소설은 재미있게 읽혀졌고 영화의 기대치를 최대로 올려놓았으나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우리의 희망을 가장 잔인하게 기억될 4월에 묻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