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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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삼부작의 완결이 난다는 말에 끊임없이 기다렸던 [데빌스 스타].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에 매혹되면서 시작된 북유럽 작가들의 책 탐독은 요 네스뵈로 넘어가며 그 절정을 달리게 되었는데, [스노우맨]을 펼쳤을 때의 그 섬찟함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아직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엄마 왜 눈사람이 우리 집쪽을 보고 있지?"라던 그 대사가 잊혀지지 않을만큼.

 

이제껏 그의 소설이 스산한 분위기와 눈, 그리고 겨울을 배경으로 쓰여진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의외로 '여름'으로 시작되어 북유럽의 이미지와 살짝 맞지 않네 싶었지만 읽다보니 또 금새 작가가 이끄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 그만 계절을 잊고 말았다. 단지 손가락 하나 잘렸을 뿐인데 다량의 피와 함께 발견된 첫 희생자. 그녀의 눈꺼풀 속에서 발견된 것은 특이한 붉은 다이아몬드였고 뒤 이어 발견된 사체들에서도 그 다이아몬드들이 함께 발견되어 이는 곧 연쇄살인으로 수사되기 이르렀다. 그리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자, 해리홀레. 그리고 홈즈에게 모리아티 교수가 있듯 해리 홀레에겐 톰 블레르가 있었다. 악인이지만 그 사연을 알고 나면 끝까지 미워할 수 만은 없는 그런 사람.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도 그렇더니 요 네스뵈의 [데빌스 스타] 에서도 악인은 끝까지 악인 이 아니라 그의 사연을 들려주고 이래도 끝까지 이 사람은 악인이라고 생각해? 라고 물어주는 부분이 대세인 모양이다.

 

 

p123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널 도와줄 수 있는 건 딱 하나뿐이야. 너 자신.

 

 

작가 스스로가 가장 하드보일드라고 밝혔을만큼 이 소설의 무게는 진중하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그 긴 호흡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단 한차례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점도 놀랍다. 오슬로 3부작을 완결해낸 요 네스뵈가 다음에는 독자 앞에 어떤 이야기를 내어놓을지 궁금해진다. 벌써부터. 어떤 이야기인든 그 재미는 이미 필력으로 보장되었으니 이미 내게 그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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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알던 여자들 다크 시크릿 2
미카엘 요르트.한스 로센펠트 지음, 박병화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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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 죽이는 연쇄살인범의 심리상태는 과연 어떤 것일까? 힘이 없어 손쉽게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아니면 여자에 대한 원한관계 때문에? 성차별적? 그냥? 어떤 이유가 되었건 간에 범죄 스릴러 작품들 속에서 가장 손쉽게 당하는 쪽은 언제나 여자였다. 20대부터 50대까지. [그가 알던 여자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여자가 죽었다. 그리고 연이어 다른 여자들의 죽음이 표면화 되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살인사건 전담반'이 투입되는데 그 곳에 과거 뛰어난 범죄심리학자였던 세바스찬 베르크만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과거의 명성은 옛 것일뿐. 현재의 그는 찌질하기 짝이 없다. 섹스 중독에 사회 부적응자인 것으로도 모자라 그 존재조차 몰랐던 딸을 스토킹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 그런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줄 사건이 하필이면 연쇄살인사건이라니....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의 새 인생을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이 세상이라는 점이 씁쓸하긴 했지만 크라임 소설의 팬이라면 이조차도 가려서는 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어차피 정의로운 것과는 거리가 먼 곳이므로.

 

한 사람에게 하나의 달란트가 내려진다는 것은 거짓 명제임이 드러난지 오래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동저자인 '미카엘 요르트'는 프로듀서이자 연출가이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한스 로센펠트'조차 라디오와 TV의 인기 진행자이면서 시나리오 작가로 그 명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빠르고 부지런하게 행동하고 머리 굴리는 이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세바스찬 베르크만'이라는 인물이 연쇄살인범 '힌데'를 맞아 그 범죄들이 모방범인지 사주된 범죄인지 밝히기 위한 두뇌플레이가 벌어지고 이 격전의 장이 종이 위에 쓰여지면서 독자들의 열광수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과거 한니발과 여 수사관의 대결이 주목받았던 것처럼. 재미는 그렇게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있다. 이 소설에서도.

 

P 232  나는 희생자 전부와 섹스를 했어요

 

연쇄살인범 힌데는 세바스찬의 손으로 잡아넣어 14년째 감옥안에서 복역중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의 수법과 똑같은 범죄가 감옥 밖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세바스찬과 관계있는 여자들만 주르륵 엮어서. 그 전날 밤을 함께 보낸 여자까지 시체로 발견되자 세바르찬은 희생자의 연결고리이자 용의자로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꽤 두툼했던 이야기는 전작들과 교차되면서 그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전작들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이야기에 몰입되는 것이 방해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원한이나 끝이 상상하던 쪽으로 마무리가 되면서 살짝 실망감이 드는 독자라면 그 결말보다는 몰아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읽어가면 좋겠다는 팁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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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피터 S. 비글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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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상','네뷸러상','잉크팟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작가 피터s 비글이 열 아홉에 쓴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는 제목부터 특이했다. 뭐지? 왜 공동묘지에서 사는 거야? 작가 이름은 왜 또 비글(3대 악마견이라 불리는 그 견종. 물론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편견에서 비롯되어 붙여진 별명이지만) 인 거야? 싶었으나 문학수첩에서 발행한 작가 비글의 책은 블루빛 차분한 표지로 봄빛에 나가 읽기 좋을만큼 그립감이 좋은 적당두께의 서적이었다.

 

p13   공동 묘지에 화장실을 만드는 곳은 시인들의 도시야

 

1939년 미국 맨해튼에서 태어난 도시남자인 작가는 19년 간이나 공동묘지에서 살고 있는 한 남자, 리벡을 탄생 시켰다. 역시 '충만'보다는 '결핍'에 의해 쓰여졌을 이 소설 속 주인공 리벡은 오래된 영묘 속에서 잠을 자며 까마귀가 훔쳐다준 소시지 따위를 먹으며 산다. 왜? 언제부터? 라기 보다는 무엇 때문에?라고 묻고 싶어지는 이 남자의 속사정. 소설을 읽으며 그것을 발견하기를 기대했으나 글의 길은 그가 아닌 리벡이 묘지에서 만나게 된 영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 길을 열어 나간다.

 

p77  죽음은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는 거에요. 자신을 위해서든 다른 사람을 위해서든

 

아내가 자신을 독살했다고 믿고 있는 34세의 영혼 마이클이 진실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반면 약제사로 일하다가 파산하고 목욕가운 바람으로 공동묘지에서 살게 된 조너선 리벡의 경우엔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1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절대 공평하지 않았다. 두 경우만 보아도.

 

정상적인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서일까. 유령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과 말을 나누고 음식을 물어다주는 까마귀와 대화가 가능하게 된 리벡이 유일하게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남편 모리스를 추모하러 오는 클래퍼 부인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살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며 살지만 그래도 19년 전 도망쳐 왔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보니 리벡은 다시 살아있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두려웠기 때문에.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 속에서 늙은 도둑은 말년에 석방되지만 그에게는 오랫동안 익숙해져온 감옥이 고향 같은 곳이라 그만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고 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우리에게는 일상인 삶의 시간이 어쩌면 그 늙은 도둑이나 리벡같은 사람에게는 같이 맞물려 돌아가기 두려운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게 주어진 하루를 되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잠시 읽던 책의 페이지를 접어두고.

 

p392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라는 평범한 이 질문이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다니. 결국 시간이 걸렸을 분 리벡은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삶을 택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거트루드 클래퍼의 손을 잡고.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좋을까? !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라는 매력적인 제목의 소설이 작가가 19세에 쓴 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인생을 충분히 산 사람의 그것이 아닌 10대의 인간이 어쩜 이토록 묵직한 화두를 가지고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싶어져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마치 스크루지 영감이 만난 마지막 크리스마스의 유령과 마주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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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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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방송국 간부로 일하다가 전업작가가 된  EL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의 라인을 살짝 벗어나 있다. 백만장자가 내미는 계약서에 싸인하는 순간 그녀는 그의 소유물이 되었고 갓 대학을 졸업한 그녀에게 그 일은 아주 달콤한 시간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까지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녀가 선택한 남자, 크리스천.

 

순진한 아나스타샤가 크리스천과 하는 밀당은 연애의 고수처럼 보여서 살짝 어리둥절했고 사랑하지 않고 섹스만 하는 관계를 원한다는 크리스천은 반대로 너무나 로맨틱한 남자여서 혼란스러웠지만 모두의 연애는 비슷하면서도 세상 모든 연애는 그 당사자 둘만 아는 비밀이기에 두 사람의 사랑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 어떤 편견의 잣대를 대지 않고서.

 

맥북, 블랙베리, 소설 '테스'의 초판본, 랄프 로렌 속옷, 비싼 차까지 어마어마한 선물을 덜컥덜컥 안기기 일쑤인 남자가 원하는 잠자리는 BDSM적이지만 그와의 섹스가 만족스럽다면 그들은 천생연분인 것일까. 세상의 눈이야 어쨌든 간에 둘 만 좋다면 그들의 사랑은 핑크빛일텐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스타샤는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사랑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면서.

 

영화에서는 이부분이 쏘옥 빠져 있어서 아나스타샤의 마음이 갑자기 왜 돌아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좌절하면서 그의 어린 시절 상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나, 관계 속에서 사랑의 가치를 따져보는 아나, 대답을 듣고 해답을 찾길 원하는 아나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한결 이해도를 높이며 읽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이에 왜 '복종'이 필요하며 '주인님'이라는 호칭이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의문스러웠으나 이 모든 의문은 크리스천의 잠꼬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P340  날 떠나지 마. 날 떠나지 않겠다고 했잖아

 

자면서까지 불안해하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진심. 낮의 왕국에서는 그토록 부유하고 완벽해 보였던 남자가 한 여자의 옆자리에서는 너무나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남자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알았다고 해도 지금 그대로의 관계지속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나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그에게 이별을 던진 채 집을 나왔던 것이었다.

 

이 시리즈가 3부작이라니 아마 영화도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겠지. 원작만큼이나 좀 더 디테일하게 심리를 따라갈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다음 번 영화에서는. 원작을 읽어보니 더더욱 그 마음이 굳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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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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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어쨌든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다는 거다. 명작이라 하더라도 무관심 속에 잊혀진다면 그 작품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테니까. 이 말많은 작품을 원작을 읽기 이전에 영화로 먼저 접한 나로서는 상당한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는데 b급 영화의 형태에 할리퀸 로맨스 + 사조히즘적인 요소가 가미된 듯한 조합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근접해야할까 난감해졌기 때문이다. <색,계> 같은 감동을 기대했던 내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충격을 던져주었고 그 갑작스럽고 개연성 없는 결말은 불켜진 이후에도 자리에서 쉽게 일어서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 원작이.

 

보여주기식 영상이 아닌 감정이입이 훨씬 진한 '글'이라는 매체 속에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면서 책을 친구에게 빌렸는데, 일단 결과적으로 보면 책이 영상보다는 훨씬 나았다. 나의 경우엔.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의 심리를 그때그때 엿보며 상황 속에서의 행동들을 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대체 왜 저러지?","저 장면에서 감정은 대체 어떤거야?" 라는 의문이 들었던 부분들이 책 속에서는 솔솔 다 풀려 버려서 오히려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면 생각보다 더 좋은 느낌을 간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했을 정도였다.

 

석달만에 3천만 부가 팔렸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젊고 매력적인 백만장자 그레이가 친구가 아파 대신 인터뷰 갔던 아나스타샤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된다. 조용히 그러나 위험하게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그 남자.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날에 술집 위치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나타나 번개처럼 데려가고, 진하게 키스하면서도 자신에게서 멀어지라고 말하면서, 사랑하지만 함께 잘 수 없다고 말하는 묘한 연애의 시작. 이정도의 설레임에서 끝났다면 좋았으련만 이야기는 '푸른 수염' + " 프리티우먼"을 덧입혀 아나스타샤를 더욱더 비밀스런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내다가 화목한 가정의 둘째로 입양된 크리스천. 그레이 가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되었지만 엄마의 친구가 사춘기 시절에 끼친 성적인 영향력은 그의 성적 취향을 남다르게 바꾸어 버렸고 이후 15명의 여자들과 오락실에 머물면서 남들은 모를 은밀한 사생활을 즐겨왔다. 애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변태? 사슬과 수갑이 가득한 벽면, 채찍도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으며 자신을 '도미넌트'라고 명명하는 이 남자와의 로맨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 계약서에 싸인해 버린 아나스타샤는 2권에서 만족하게 될까? 후회하게 될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2권을 읽어보아야겠다 싶다. 영화를 보았으나 결말이 찝찝했기에 책에서는 그 설명이 좀 더 자세하기를 바라면서 2권 첫 장을 펼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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