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평점 :
[색,계]라는 영화는 참 특이했다. 같은 시간, 같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평이 판이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이는 [올드보이]의 엔딩을
두고 벌인 해석논란과는 또 달랐다. 영화를 야하다는 그 시점 하나로만 본 사람들에게서는 최악의 평이 나왔고 청년들에게 던져진 시국의 무거움과
20대 초반 사랑에 목숨을 걸었다 생명을 버린 여인의 실화에 초점을 맞춘 사람들에겐 안타까움과 허무함의 평이 더해졌다. 그리고 이 영화 속
에이미에 대한 평 역시 그러했다.
사실 에이미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녀다. 초반에 보여주던 그 순진무구한 눈빛이 '연기'였다는 것이 판명되는 순간 판세는 남편 '닉'에게로
기울어지며 동정의 시선이 모아졌다. 바람을 피우고도 아내에게 무관심했던 자기멋대로인 남자 '닉'. 그런 곰같은 남자와 함께하는 완전 여우인 여자
에이미.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작가 부모가 만들어온 반 허구의 세상에서 살아온 에이미는 완벽한 남자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났다.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남자.
하지만 '결혼'의 잔인함은 이 커플을 비켜가지 않았다. 결코.
p434 보고 싶어요....에이미
결혼전과 다른 남편의 모습. 점점 나빠져가는 재정상태. 뉴욕토박이인 그녀를 상의도 없이 고향 시골바닥에 쳐박아둔 무심함. 그리고 제일
용서할 수 없었던 제자와의 뜨거운 불륜까지....남편은 에이미의 믿음을 져 버렸다. 그래서 에이미는 그녀만의 복수법으로 그의 목을 죄어가기
시작했다. 완벽함. 그녀가 가진 무기는 그것이었다. 치밀하게 이웃을 포섭하고 단서들을 흩어놓고 남편이 덫에 걸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의
결혼기념일에 폭탄이 터졌다.
연기처럼 사라진 에이미. 그리고 쏟아지는 미국인들의 관심. 사건을 파헤칠수록 범인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모든 증거는 '닉'을 가르치고, 결국
그는 용의자로 전락했다. 한편 에이미는 극한의 분노로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하려했으나 곧 노선을 바꾸어 학창시절부터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는 한
남자의 집에 완벽하게 숨어들었는데, 구석으로 몰리던 남편 '닉'의 방송 인터뷰를 보고 그녀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이 남자, 아직은
쓸만해.'라고.
싸이코패스처럼 섹스 중에 남자를 죽인 그녀는 또다시 대중앞에 나타나고 부모가 어메이징 에이비를 탄생시켰듯 자신의 사건을 그럴싸하게
포장해댔지만 대중은 속을 망정 남편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서스럼없이 타인을 죽일 수 있는 여자. 이 여자와의 평생. 닉은 이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에이미가 짜 놓은 판 속에서 평생 살아야하는 신세로 떨어져버렸다.
'나를 찾아줘'는 에이미를 외침이다. 구해달라는 1차원적인 외침 속에, 또 다른 외침이 섞여 들린다. 나의 그 어떤 면을 찾아달라는 간절한
외침. 에이미의 것도 닉의 것도 함께 들린다. 영화를 봐도 원작 소설을 보아도. 그저 야한 영화로만 보고 나온 지인과 그 외침을 들은 나의 평은
그래서 다를 수 밖에 없다.
p638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고 들었따. 모두가 그것이 규칙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