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속삭임 단비청소년 문학 8
크리시 페리 지음, 서연 옮김 / 단비청소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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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지 않으면서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말은 위로가 아니라 공해일지도 모른다. 분명 그렇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책 속 주인공 데미처럼. 청각 장애인이 아니면서 '수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인지 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떠들어대고 있는 선생 알리스테어를 보며 짜증이 치민 데미는

 

열두 살 차이가나는 언니 펠리시티는 스무살때 형부 라이언을 만나 조카 해리를 낳았다. 물론 원하는 대로 법학 학사를 따진 못했다. 아홉살에 이모가 되고 갑작스럽게 청각장애인이 되어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수업을 받게 되고 호의를 보여준 남자애를 거절하고 관심이 혹~하게 된 남자애와는 썸을 타기 시작한 데미.

 

가장 친했던 친구인 나디아와 셰등의 예전 친구들과 케이샤,에리카,에리카,캠,스텔라 등 장애가 생긴 후 새로 생긴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을 겪던 데미는 나이 답지 않게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정리해나갔다. 물론 아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면서 주눅들기도 했고 조심스러워지기도 했으며 일부러 사람들과의 사이에 벽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곧 다시 자신다워지기 시작했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장애는 극복해야하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받아들여야 하는 요소도 아니지만 데미는 자신의 상황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인지하면서 다소 복잡했던 가정사와 친구들같의 문제도 스스로 해답을 찾아 잘 풀어냈다. 물론 현재가 변할리는 없다.

 

P140  난 여전히 청각장애인이다

 

이 말을 내뱉을 무렵, 데미는 한결 단단해져 있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게 부딪힌 무결점 언니에게 "나는 완벽하지 않아. 청각 장애인이야"라고 말하며 웃을 수 있을 만큼. '네가 들을 수 있는 애와 사귄다고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지는 않아"라는 스텔라의 말에 상처 입지 않을 만큼.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도 부당하게 해고된 케이샤를 위해 법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편지를 준비할만큼.

 

P172  이제 나를 잃지 않을 거야

 

제대로 굴러가는 느낌이 어떤 느낌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데미는 자신의 인생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도착된 성적표도 상상 이상이었고, 꼬마 조카 해리는 귀가 들리지 않는 이모를 불편해하지 ㅇ낳았다. 귀가 들리지 않아도 눈으로 들을 수 있고 손으로 속삭일 수 있다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말할 정도였으니까.

 

뭉클한 것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데미는 자신을 잃지 않음으로써 많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각자 고난의 순간이 다가와도 데미처럼 잘 이겨낼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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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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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머릿속이 문득 궁금해졌었다. 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할매가 돌아왔다>는 작품을 읽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작품 속 내용은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 고무공을 손에 쥐고 있는 느낌이랄까.

 

요상한 정신과 의사가 등장했던 <공중그네>나 그 결말이 엉뚱해서 기억 속에 오래 남은 <오즈의 닥터>처럼 세상 모든 바보들에게 던지는 웃음 핵폭탄격 소설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전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보다 훨씬 유쾌하고 조금 더 엉뚱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대 게토의 공동변소 분뇨 수거인들은 실제인지 아닌지 검증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채 "까막눈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 중 경력이 9년이나 된다는 열네 살 되는 여자 아이 놈베코는 자기 성도 정확히 몰랐지만 매우 부지런했다. 열 살 무렵, 소녀의 월급으로 환각제만 사는 엄마에게 모든 것을 끊든지 아니면 죽음을 택하라고 말했을 때도 나는 그녀의 엄마가 재활의 의지를 가지고 딸과의 인생을 선택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이 아이를 낳아놓고도 그녀의 엄마는 죽어 버렸다.

 

p19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세상에 홀로 던져진 10살짜리 여자아이. 다섯 살때부터 나르던 분뇨통을 계속 지어 나르는 것 외에 더이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놈베코의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았다. 늙은 이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 했고 열다섯 살엔 차에 치여 죽을 뻔 하기도 했으며 비밀 연구소에 갇혀 핵폭탄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도 연구원의 신분이 아닌 청소부의 신분이었다.

 

3메가톤급 폭탄이 실수로 세상에 나와 있었지만 까막눈이 여자인 놈베코는 그 핵폭탄을 10년이나 집에 둔다. 무슨 적금 통장도 아니고 세상에 놈베코 같은 여자는 단 한명도 없을 테지만 배우지 않고도 셈을 기가 막히게 해내는 그녀는 언어능력까지 뛰어났는지 중국어를 배워 중국 수상과 가깝게 지내고 스웨덴의 대사까지 된다. 무슨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처럼 자신 곁을 스쳐지나는 고난의 끝에서 달콤한 초컬릿 같은 행복과 마주했듯 별별 일들을 다 겪고 마흔 일곱에 아이까지 낳으면서 놈베코는 기적의 주인공처럼 행복해졌다.

 

크게 웃게 만들기 보다는 유쾌한 느낌으로 계속 읽게 만든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주 훌륭했으며 가독성까지 뛰어나 끝까지 미소짓게 만든다. 이 세상에 그녀처럼 엉뚱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진짜로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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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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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불륜]은 제목과 달리 그간 작가가 보여준 필력이라면 분명 질척질척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 선택한 작품이었다. 페이지마다 밑줄 그리게 만들고 그 황금같은 언어들을 달달 외우게 만든 언어의 마술사 파울로 코엘료. 그가 말하는 불륜이란 대체 어떤 수위의 불륜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변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불안. 주인공 린다는 성공한 삼십대에 이런 불안감을 느끼며 산다. 일상은 아무 문제가 없다.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삶이다. 안정적인 직장의 남편이 벌어다주는 수입, 무료하지 않을만큼 멋진 전문직종, 직업과 일상은 여유로움과 넉넉함으로 이미 채워져 있는데도 린다는 불안하다. 그리고 우울하다. 그런 와중에 삶의 오아시스처럼 짜릿한 유혹이 찾아왔다. 옛연인이자 정치인인 야코프와 마주하게 된 것. 그리고 충동적으로 그와의 불장난에 뛰어든다. 단순한 성적 호기심이나 무료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열 다섯. 그때 그 시절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고 그 어떤 불안에서도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린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던 일상에 스스로 돌을 던져 파문을 만든다.

 

야코프의 부인 마리안을 질투하고 야코프에 대한 사랑과 집착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남편에 대한 일정부분도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맺어지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며 끊어지기도 한다. 그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서 린다는 드디어 결정을 내리는데.....!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작품을 통해 육체적인 놀이가 아닌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노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감정선을 타는데 뛰어난 동양의 작가들에 비해 그가 전하는 여성의 심리는 어딘지 모르게 여전히 연금술사적인 부분이 엿보였다. 그래서 백퍼센트 린다의 마음으로 읽어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전히 멋진 문장들이 많이 등장했다. 작품 속에선.

정말로 전염성이 있는 것이 두려움이다. 누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 마음껏 사랑하는 것은 마음껏 사는 것이다.라는 등의 명문장들에 밑줄 긋게 만들지만 린다의 마음으로 돌아가면 그녀의 일상의 일탈을 감행하고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은 다소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했다. 내가 린다라면 어떻게 했을까? 보다 내가 작가라면 어떻게 전개했을까? 가 먼저 떠올려졌던 소설 [불륜]은 그렇게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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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도그 1
루카 디 풀비오 지음, 천지은 옮김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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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독특했다. 어떤 의미인 것일까. 주근깨가 가득한 소년의 얼굴 같으면서도 립스틱을 바른듯 붉은 입술. 2권이 합쳐져서 한 사람의 얼굴이 완성되는 [다이아몬드 도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70만부를 돌파하며 그 인기를 증명해낸 작품이다. 미국, 이탈리아, 영국,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등 책이 출간된 국가 마다 이슈화 되엇으며 독일에서는 최장기 베스트 셀러로 장장 1년 6개월동안 그 인기가 식을 줄 몰랐다고 한다.

 

1900년대 초 화려한 꿈의 도시 뉴욕.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도시에서. 마피아와 갱단이 존재했고 할리우드의 낭만이 있던 그 시절. 혼돈스러우면서도 아주 화려한 이 시절, 이 도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현실을 뛰어 넘은 두 남녀의 위대한 사랑"이라니.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그런 사랑이 또 있었던가. 그래서 더욱더 달콤함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 [다이아몬드 도그]. 그 1권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만큼 멋진 금발로 태어난 '크리스마스'. 아이 이름에 크리스마스라니 좀 의아하긴 했지만 그나마 이탈리아어로 '나탈레'라서 다행이었다. 반면 아름다운 소녀 체타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건강함을 잃어야 했다. 그녀의 엄마가 일부러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은 비켜가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강간 당하고 말았으니까.그리고 미혼모가 되어 갱단의 매춘부로 일하는데 그 두목과 사랑에 빠지면서 아들 크리스마스 역시 갱단의 두목이 되었다. '다이아몬드 도그'

 

하류 인생을 살던 크리스마스는 엄마 체타처럼 아름다워 강간당하고 손가락이 잘린 루스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을 세상은 허락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운명만은 허락했으면 좋겠다....싶어졌다. 2권을 읽으면 이 이야기의 끝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졌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만 그래서 더 읽기 두려워졌다. 혹시 해피엔딩이 아니면 어쩌지?

 

인생을 살다보면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이야기의 인물들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서 용기를 보태고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이루어가는 운명이란 반드시 희망빛이라는 것을 소설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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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의 도시 1 스토리콜렉터 2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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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한단계, 한단계 밟아가며 꿈을 키워나가는 사람들. <상어의 도시>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으며 작가의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재미난 시리즈를 쓴 그녀의 책을 처음에는 출판하려는 출판사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의 공장에서 틈틈이 일하며 썼던 소설을 자비출판의 형식으로 출간해서 한 권, 한 권 팔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소설은 대박이 났다.

 

그녀가 타우누스 시리즈로 인기를 얻기 전 썼다는 <상어의 도시>는 1990년대 중반, 뉴욕 여행길에 구상되어졌고 투자/분석/범죄/경제 등 온통 전문적인 분야들 투성이인 지식들을 책으로 찾아 읽으며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여 소설집필을 완성해나갔다고 한다. 그 집념의 결과이기에 이야기는 탄탄하면서도 탄력적으로 다가온다.

 

여주인공 알렉스 존트하임은 욕망이 있는 여자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권력에 대한 갈망이 있는 여자여서 능력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길 원했고, 자신을 좀 더 높은 위치로 데려다 줄 수 있는 남자라면 그가 나이가 많거나 심지어 유부남일지라도 게의치 않았다. 결국 재벌 마피아인 세르지오의 덫에 걸려 위험에 처한 알렉스와 자신이 원하는 것은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무자비한 남자 세르지오, 가족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뉴욕 시장의 모습까지....어떻게 살아야 좋은지에 대한 인간탐구보다는 가정과 직장이라는 또 다른 삶터가 상어가 우글거리는 위험한 곳으로 변하는 섬뜩한 모습들이 그려져 읽는 내내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원제목은 운터 하이엔이라는 "상어 무리 속에서"라는 뜻이라는데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선제 공격해야한다는 냉혹한 생존 원리가 담겨 있다는데 1권만 봐서는 사건이 복잡미묘해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데서 딱 멈추어 버려서 2권을 읽어야 모든 미스터리가 풀려나올 듯 싶다. 그래서 2권! 너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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