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houl, 2015

  감독 - 페트르 자클

  출연 - 제니퍼 아무어, 제레미 이사벨라, 알리나 골로블료바, 폴 S. 트레이시

 

 

 

 

  1930년대, '우크라이나'에는 대기근이 닥쳤다. 자연재해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고의적인 기근이었다. '스탈린'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농장 집단화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탈해갔기 때문이다. 약 3년에 달하는 기근 기간 동안 약 400만 명 이상이 죽어나갔고, 어느 지역에서는 식인 행위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어느 기록에 보면 차마 자기 자식을 잡아먹을 수가 없어서 옆집 아이와 바꿔먹었다고도 하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까지 러시아에는 살인을 일삼던, 우크라이나 출신의 '치카틸로'라는 인물이 있다. 결국 1990년 11월에 잡혀서 1994년에 총살되었지만, 그가 남긴 충격은 대단했다.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강간하고 살해했다고 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게다가 그는 사체 중의 일부를 먹는 식인 행위까지 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저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교묘히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B급 저예산 호러 영화이지만, 자기들의 아픈 과거를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대놓고 이런 일을 당했다고 얘기하는 신파 형식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역사를 얘기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우크라이나 대기근이라는 주요 소재에 대해 듣게 되고, 리뷰라도 쓰려고 검색하다보면 그게 스탈린이 고의로 저지른 짓이라는 걸 알게 되니 말이다. 또 그런 내용을 담은 리뷰를 읽다가 '스탈린 개객끼!'라고 생각을 0.001초라도 한다면, 성공이지 않을까? 물론 감독이 그런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세 명의 미국인이 우크라이나 대기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우크라이나에 도착한다. 시골 마을에서 인터뷰를 하던 셋은 안내원의 제의로 술김에 귀신을 부르는 의식을 하고 만다. 문제는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기억도 못하다가, 녹화 필름을 돌려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자기들은 기억도 못하는 일이 카메라에 기록되었다거나, 차에는 피가 뿌려져있고, 몸에 원인을 모르는 상처들이 계속 생긴다. 게다가 전파조차 잡히지 않고 우크라이나 어를 못하는 까닭에 그들은 고립되고 마는데…….

 

  일행이 머물게 된 외딴 집이 치카틸로의 생가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그들이 불러낸 귀신이 누구의 것인지 짐작하지 어렵지 않다. 또한 무엇이 그들을 집에서 떠나지 못하게 막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기근에서 연쇄 살인마로의 연결이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치카틸로가 어릴 적에 대기근으로 사람들이 자기 형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정신이상이 되었다고 주장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생뚱맞은 흐름은 아닌 걸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들이 찍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서만 보이는 형식이기에 좀 답답한 면이 많았다. 가령 카메라 든 애가 공격받을 때는 발버둥치는 하반신만 보인다거나 비명소리만 들리기도 하고, 카메라 밖에서 벌어지는 것은 소리로만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곳에서 사건이 벌어지기에 랜턴이 비추는 범위 이외는 알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좀 산만하기도 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섭지가 않았다. 고립된 일행을 서서히 조여 오는 뭔가가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영화보다는 영화 외적인 상황들, 우크라이나 대기근이나 치카틸로에 대해 검색해본 얘기가 더 무서웠다.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제 - As the Gods Will, 2014

  감독 - 미이케 다카시

  출연 - 후쿠시 소타, 야마자키 히로나, 카미키 류노스케, 소메타니 쇼타

 

 

 

 

 

  어느 날 수업을 하던 선생의 머리가 터졌다. 그리고 달마 인형이 교탁에 나타나, 뜬금없이 ‘다루마상가고론다(だるまさんが轉んだ)' 그러니까 우리식으로 하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자고 제안한다. 사실 제안이 아니라 강요에 가까웠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인형이 돌아보는 순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학생들도 선생처럼 머리가 터지면서 죽어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지쳐가고 그때마다 죽어가는 숫자도 늘어났다.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게임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달마 인형의 게임에서 살아남은 '슌'을 기다리는 것은 체육관에 있는 거대한 고양이 인형이었다. 인형 쥐 옷을 입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게임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목각인형이 나타나 누가 말했는지 맞추는 게임을 이어갔다.

 

  비록 새로 추가되는 인원이 있을지라도 살아남은 이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고조된다. 특히 다른 친구들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슌'과 자신만 살아나면 된다는 '타케루'의 대립은 게임이 계속될수록 심화된다. 아이들은 마지막 게임을 통과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과연 이 모든 게임을 관장하고 있는 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생명을 담보로 한 게임에 휘말린 아이들. 뒤늦게 반응하거나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으면 죽는다. 게임에서 이기지 못해도 죽는다. 상대방의 함정에 걸려도 죽는다.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첫 판에 죽을 법한 게임들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보는 사람에게도 불친절한 영화였다.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모르긴 서로 마찬가지다. 단지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고, 보는 이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조마조마해하면서 지켜봐야한다.

 

  어쩌면 이건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사고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내가 아무리 안전운전을 하고 교통 법규를 지키며 걸어 다녀도, 언제 어디서 음주 운전이나 졸음운전을 하는 차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가스를 잘 잠그고 전기를 뽑고 다녀도, 이웃에서 부주의하면 불이 나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내가 인도로 걸어 다녀도 건물에서 뭐가 떨어질 수도 있고, 고장 난 차가 갑자기 뛰어들 수도 있다. 아이들이 게임에서 잘못하면 죽어나가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서로 속고 속여 살아남으려는 것 역시, 주위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일들이다. 다만 일상생활에서는 속아 넘어갔다고 해서 죽지는 않지만 말이다.

 

  잔혹한 장면으로 유명한 감독답게, 영화는 꽤 잔인했다. 비록 피를 붉은 구슬로 대체하긴 했지만, 그게 더 으스스했다. 사람이 죽으면서 사람이 아닌 게 되어버리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붉은 핏속에서 굴러다니는 구슬들이 더 섬뜩하게 보였다. 역시 ‘미이케 다카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감독은 아쉬운 스토리 대신, 영상을 통해 ‘이게 바로 잔인함이다!’라는 걸 보여준다.

 

  아이들은 생명을 걸고 게임을 하는데, 그걸 바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서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행태에서는 화가 났다. 마치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게임이나 영화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 같은 느낌? 팔레스타인 공습을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의 짤방을 보는 느낌? 하지만 그건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어서 그랬는데, 여기서는 아이들과 어른들은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죽은 아이들 중에 자기 자식도 있을 것이다. 설마 내가 모르는 설정이라도 있는 걸까? 가령 저기에서 반드시 한 명이 살아남아야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는 거 같은?

 

  마지막 부분에서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 모든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지력, 체력, 상상력 등을 능가하는 게 '그거'였다니……. 결국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신이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걸까? 아니 그러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나?

 

  다음 편이 나와야 확실한 것을 알 수 있을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The Fantastic Four, 2015

  감독 - 조쉬 트랭크

  출연 - 케이트 마라, 마일즈 텔러, 제이미 벨, 마이클 B. 조던

 

 

 

 

 

  리드는 어릴 때부터 똑똑해서 이미 초등 학교 때 물건을 전송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었다. 절친한 친구 벤과 함께 마침내 공간 이동 기계를 완성하지만, 아무도 그 진가를 몰라준다. 단 한사람, 스톰 박사만 빼고 말이다. 그의 추천으로 연구소에 들어온 리드는 마침내 차원 이동 기계를 만들어낸다. 드디어 침팬지를 보내는데 성공하자, 상층부는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리드와 벤, 박사의 아들인 조니 그리고 위험인물인 빅터는 자기들이 만든 기계에 다른 사람을 먼저 태울 수 없다고 술김에 몰래 기계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뒷수습을 하고자 달려온 연구원 수까지 휩쓸리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된다. 리드는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루피와 비슷한 상태가 되고, 수는 자신은 물론 다른 것들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조니는 온 몸을 불로 바꿀 수 있고, 벤은 바위와 같은 몸을 가진 헐크처럼 변해버렸다. 지구에서 그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괴로워한다. 자기들을 실험체로만 보는 것을 못 견딘 리드는 연구소를 탈출하고, 수와 조니 그리고 벤은 정부와 함께 일을 하면서 차츰 변한 일상에 적응한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했던 빅터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나타난다. 그는 자신을 '닥터 둠'이라 칭하며 지구를 파괴하려고 하는데…….

 

  이 영화 역시 마블인지 디시인지, 하여간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물론 애인님의 취향이다. 예전에 똑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었던 것 같아 물어보니, 이 작품은 리부트라고 한다. 리메이크는 다시 만든 것이고, 프리퀄은 앞선 이야기를 만든 것이고 리부트는 전과는 달리 새로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까지 들었다. 아마 예전보다 CG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그 때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시 보여주거나, 인기 있던 예전 작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만들어서 새로운 팬을 유입하기 위해서와 같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절대로 예전보다 재미없거나 못 만들었다는 평을 듣기 위해 리메이크나 리부트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 만든 작품이 이 정도였다면, 원래 만들었던 건 얼마나 재미없고 별로였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예전 작품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이번 것이 엉망이었다는 걸까? 더 형편없이 만들 거라면 도대체 왜 만든 거야?

 

  다른 코믹스 원작 영화들이 두 시간 남짓이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1시간 40분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0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약 40분은 리드가 얼마나 똑똑한 아이인지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남은 30분은 네 사람이 자신의 변한 모습에 얼마나 괴로워하고 극복하는지 보여주느라 지나간다. 마지막 30분이 닥터 둠과 싸우는데 할애된다고 하면 좋지만, 싸우는 장면은 한 10분 정도? 그러니까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시리즈의 오프닝 같은 느낌? 미드가 새로 시작할 때 첫 회는 파일럿이라고 해서 배경에 대한 설명을 다른 편과 달리 긴 시간을 할애해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면 둠과의 전투 장면을 좀 더 길게 했어야 했다. 아니면 드라마로 이어지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결말 부분에 새로운 적의 출현에 대한 힌트라도 주던가. 그렇지 않고 이런 식으로 1편을 만들어버렸으니 2편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리가 없다. 2편을 만들 계획이 없었던 걸까?

 

  거기다 스토리는 둘째 치고, 아이들의 성격 설정이 참으로 엉망이었다. 술김에 기계를 작동시킨 것까지는 그럭저럭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 다음 리드에 대한 감정 처리가 참 웃겼다. 자기들을 버리고 도망친 리드에 대해 아이들은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보면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헐? 거의 일 년 만에 잡혀서 만나게 된 리드를 본 아이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그나마 벤이 주먹으로 한 번 후려치긴 하지만, 곧 예전처럼 지낸다. 아니, 얘들아 그럴 거면 왜 그렇게 걔가 없을 때 비난을 했었니? 뒷담깐거니? 아, 설마 저들의 우정은 그런 일로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깊은 거였나 보다. 그러면 왜 없을 때 그런 말을……?

 

  체처럼 꼼꼼하게 짜인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구멍이 숭숭 뚫린 창호지 문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 어쩌면 이 영화는 지나친 음주는 좋지 않고, 술김에 뭔가 하면 X된다는 걸 알려주는 교훈적인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애들이 술김에 기계를 작동시키는 바람에 변형이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7500, 2013

  감독 - 시미즈 타카시

  출연 - 에이미 스마트, 레슬리 빕, 제이미 정, 라이언 콴튼

 

 

 

 

  나에게 제일 무서운 영화가 뭐였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대답은 '주온 呪怨 Ju-on: The Grudge, 2002'이다. 물론 단서가 붙는다. 주온 극장판 1편이랑 비디오 판이고, 그 이후의 극장판은 무섭기는커녕 웃음만 나오는 것들뿐이라고. 그렇기에 나에게 주온 시리즈는 두 개로 나뉜다. '무서운 주온'과 '웃긴 주온'으로.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무서운 주온'을 만든 사람이라니! 그가 미국으로 진출해서 만든 작품인가보다. 우와앙, 미국 배우들을 기용해서 과연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내줄지 아니면 미국적인 무서움을 반영할 것인지 궁금했다.

 

  미국 LA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가 작품의 무대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탑승을 하는데, 각자 고민, 설렘, 그리고 불안을 갖고 있다. 기장과 불륜중인 여승무원이라든지 임신에 대해 불안함을 가진 여자, 신혼여행중인 부부, 좀도둑 필 나는 남자 등등.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승객이 사망한다. 이유가 뭔지 모르지만,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다가 피를 토하면서 죽는다. 그 때문에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설상가상으로 비행기는 난기류에 휩쓸린다. 겨우 진정되어 모두들 안도하는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으아아, 분위기는 좋았다. 일본판 저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인형의 등장과 갑자기 움직이는 시체, 사라지는 승객 등등 긴장감을 적당하게 유지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과 갈등을 적절히 잘 보여줬다. 도대체 남자가 죽은 원인이 무엇인지, 무엇이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건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뿌연 연기의 정체는 뭔지, 여승무원이 창을 통해 본 비행기 밖의 초록 불빛의 정체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의 상영시간을 보는 순간 들었던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엔딩크레딧 시간까지 포함해서 한 시간 19분. 그런데 영화는 그다지 빠른 속도가 아닌, 서서히 조여 오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과연 이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내용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의아했다.

 

  역시나 모 가수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불길함은 맞아떨어졌다. 영화는 후반 10여분을 남겨두고 마치 밀린 방학 숙제하듯이 모든 떡밥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아니, 떡밥 회수라기보다는 그냥 감독이 생각해뒀던 결말을 보여준다. 그 모든 일들이 바로 그 결말 때문에 일어났던 것이라고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것 같았다.

 

  아, 안타까움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왜 이렇게 후다닥 끝내야했을까? 너무 지지부진하게 끌어서 지루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지를 느끼긴 했지만, 이건 서둘러도 너무 서둘렀다. 그래서 막판에는 그냥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감독님, 이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내 리뷰도 평소보다 짧게 후다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제 - The Chosen: Forbidde Cave, 2015

  감독 - 김휘

  출연 - 김성균, 유선, 천호진, 차예련

 

 

 

 

 

  감독의 전작인 ‘이웃사람, 2012’을 재미있게 보았고, 출연 배우를 보는 순간 ‘이건 괜찮겠다.’라는 느낌이 온 영화이다. 특히 유선씨! ‘검은 집, 2007’에서 그녀의 연기를 후덜덜하게 보았기에, 이번엔 또 어떤 역으로 날 놀라게 할까 기대까지 되었다.

 

  하지만 이런 노래가사가 있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 이걸 내 경우로 바꿔보면 이렇다. ‘난 감독을 믿었던 만큼 난 출연 배우도 믿었기에…….’ 도대체 이 영화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만남이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그러자면 온갖 요소를 다 따져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너무 스포일러를 남발하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가능하면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유명 무속인의 아들이자 꽤나 유능한 정신과 의사인 김성균. 조수이자 영매인 김혜성과 빙의 치료와 정신과 상담까지 병행하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선배가 의문의 메일을 보내온다. 하지만 그 선배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두 사람은 장례식장에서 선배의 부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을 듣게 된다. 유명 미술관 관장인 유선은 감정 변화가 심하고, 눈동자가 붉게 변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처음에는 김성균의 접근을 꺼려하던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증상이 어린 딸에게 나타나자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를 치료하던 중, 김성균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몇 십 년 전 있었던 제주도 여대생 납치 감금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그녀였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그녀가 입양아였고, 선배가 보내온 사진의 주인공은 제주도의 유명한 무당이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다. 그들은 모든 것을 해결한 열쇠를 가진 제주도로 내려가는데…….

 

  이런 설정만 보면 영화는 꽤나 흥미를 끈다. 무속인의 아들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주인공의 직업, 거기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선천적인 재능과 현대적인 의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치료한다는 부분은 확실히 특이하고 매력적이다. 잘하면 ‘컨져링’의 워렌 부부 경우처럼 시리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조수는 영매라니, 더없이 좋은 조합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주인공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과거가 아주 조금 나오긴 하는데, 그것이 현재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이 없다. 그냥 몇 장면 휙 지나가는 걸로 끝이다. 왜 그걸 보여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권총이 등장한다고 반드시 발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옛날에는 그런 법칙이 있었다지만 요즘은 꼭 그럴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눈속임을 위해서 일부로 등장시키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개여야지,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너무 많았다. 왜 그 상황에서 저 장면이, 저 소품이 등장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왜 그랬을까 라고 곰곰이 생각을 하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에 어색함을 깨닫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결말 부분에 보여준 결혼사진이다. 그 전까지의 상황을 따져보면 신랑은 천호진이고 신부는 저주를 물려받은 여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들은 유선과 관련이 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유선을 어릴 때 죽이지 왜 굳이 입양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기다려서, 주변 사람들 다 죽게 만들고 사건을 키운 걸까? 잠깐. 저주에 의하면 관련자만 죽인다고 했으니, 유선의 남편도 알고 보니 그 집안의 후손이라는 건가? 그래서 일부로 살려둔 걸까? 그 집안을 망하게 하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급기야 젊은 기자가 제주도 방언을 알아듣는다는 설정도 말이 안 된다고 여길 정도였다. 요즘 누가 어눌한 발음으로 내뱉은 제주도 방언을 알아듣는다는 건지……. 물론 있을 수도 있다. 그냥 하나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니까, 다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중반을 접어들면서 방향이 바뀐다. 처음에는 그냥 신내림을 거부한 사람에게 닥친 시련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비극과 맞물린 한이 부각되었다. 단순한 괴담에서 사회적 역사적 사건을 보여주는 것이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행자가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등장인물 각자의 개성이 그렇게 드러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발연기 전문 배우들도 아닌데, 왜 자신의 배역을 잘 살리지 못했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본이라든지 연출이라든지 편집이라든지 배우의 연기력이 과대평가되었다든지…….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괜찮았는데, 좀 더 파고들어서 생각을 해보면 엉성하기 그지없는 영화였다. 음, 빠진 부분은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워보라는 감독의 배려였을까? 상상력이 빈곤하고 생각할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잠깐이마나 머리를 쓸 시간을 주려는?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5-09-0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보고싶어요!!^^

바다별 2015-09-03 16:51   좋아요 1 | URL
극장은 지금 찾기힘들고요 예스나 네이버는 다운가능하신대요 가격이 만원정도해요

[그장소] 2015-09-0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굉석화로 극장판은 끝난?^^ 전 영화관은 안가니까요. 굿다운로더 ㅎㅎ

바다별 2015-09-03 16:59   좋아요 1 | URL
저희집근처에서는 없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ㅋ 근데 만원은 좀 아까웠어요 ㅜㅜ

[그장소] 2015-09-0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다운될때까지 기다려야겠어요~^^

바다별 2015-09-03 17:0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기다릴걸 그랬어요 ㅜㅜ

[그장소] 2015-09-03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하하하~^^ 한국영화발전을위해 좋은일하신거예요! ^^
제가 영회관에 거부감이없음저도 옛날같음걍 영화봤을거예요.
더구나 장르영화는 더 발전기금도 소중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