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houl, 2015

  감독 - 페트르 자클

  출연 - 제니퍼 아무어, 제레미 이사벨라, 알리나 골로블료바, 폴 S. 트레이시

 

 

 

 

  1930년대, '우크라이나'에는 대기근이 닥쳤다. 자연재해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고의적인 기근이었다. '스탈린'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농장 집단화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탈해갔기 때문이다. 약 3년에 달하는 기근 기간 동안 약 400만 명 이상이 죽어나갔고, 어느 지역에서는 식인 행위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어느 기록에 보면 차마 자기 자식을 잡아먹을 수가 없어서 옆집 아이와 바꿔먹었다고도 하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까지 러시아에는 살인을 일삼던, 우크라이나 출신의 '치카틸로'라는 인물이 있다. 결국 1990년 11월에 잡혀서 1994년에 총살되었지만, 그가 남긴 충격은 대단했다.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강간하고 살해했다고 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게다가 그는 사체 중의 일부를 먹는 식인 행위까지 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저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교묘히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B급 저예산 호러 영화이지만, 자기들의 아픈 과거를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대놓고 이런 일을 당했다고 얘기하는 신파 형식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역사를 얘기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우크라이나 대기근이라는 주요 소재에 대해 듣게 되고, 리뷰라도 쓰려고 검색하다보면 그게 스탈린이 고의로 저지른 짓이라는 걸 알게 되니 말이다. 또 그런 내용을 담은 리뷰를 읽다가 '스탈린 개객끼!'라고 생각을 0.001초라도 한다면, 성공이지 않을까? 물론 감독이 그런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세 명의 미국인이 우크라이나 대기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우크라이나에 도착한다. 시골 마을에서 인터뷰를 하던 셋은 안내원의 제의로 술김에 귀신을 부르는 의식을 하고 만다. 문제는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기억도 못하다가, 녹화 필름을 돌려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자기들은 기억도 못하는 일이 카메라에 기록되었다거나, 차에는 피가 뿌려져있고, 몸에 원인을 모르는 상처들이 계속 생긴다. 게다가 전파조차 잡히지 않고 우크라이나 어를 못하는 까닭에 그들은 고립되고 마는데…….

 

  일행이 머물게 된 외딴 집이 치카틸로의 생가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그들이 불러낸 귀신이 누구의 것인지 짐작하지 어렵지 않다. 또한 무엇이 그들을 집에서 떠나지 못하게 막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기근에서 연쇄 살인마로의 연결이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치카틸로가 어릴 적에 대기근으로 사람들이 자기 형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정신이상이 되었다고 주장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생뚱맞은 흐름은 아닌 걸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들이 찍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서만 보이는 형식이기에 좀 답답한 면이 많았다. 가령 카메라 든 애가 공격받을 때는 발버둥치는 하반신만 보인다거나 비명소리만 들리기도 하고, 카메라 밖에서 벌어지는 것은 소리로만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곳에서 사건이 벌어지기에 랜턴이 비추는 범위 이외는 알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좀 산만하기도 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섭지가 않았다. 고립된 일행을 서서히 조여 오는 뭔가가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영화보다는 영화 외적인 상황들, 우크라이나 대기근이나 치카틸로에 대해 검색해본 얘기가 더 무서웠다.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