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As the
Gods Will, 2014
감독 - 미이케 다카시
출연 - 후쿠시 소타, 야마자키 히로나, 카미키 류노스케, 소메타니 쇼타
어느 날 수업을 하던 선생의 머리가 터졌다. 그리고 달마 인형이 교탁에 나타나, 뜬금없이 ‘다루마상가고론다(だるまさんが轉んだ)' 그러니까
우리식으로 하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자고 제안한다. 사실 제안이 아니라 강요에 가까웠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인형이 돌아보는 순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학생들도 선생처럼 머리가 터지면서 죽어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지쳐가고 그때마다 죽어가는 숫자도 늘어났다.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게임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달마 인형의 게임에서 살아남은 '슌'을 기다리는 것은 체육관에 있는
거대한 고양이 인형이었다. 인형 쥐 옷을 입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게임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목각인형이 나타나 누가 말했는지 맞추는
게임을 이어갔다.
비록 새로 추가되는 인원이 있을지라도 살아남은 이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고조된다. 특히 다른 친구들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슌'과 자신만 살아나면 된다는 '타케루'의 대립은 게임이 계속될수록 심화된다. 아이들은 마지막 게임을 통과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과연 이 모든 게임을 관장하고 있는 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생명을 담보로 한 게임에 휘말린 아이들. 뒤늦게 반응하거나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으면 죽는다. 게임에서 이기지
못해도 죽는다. 상대방의 함정에 걸려도 죽는다.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첫 판에 죽을 법한 게임들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보는 사람에게도
불친절한 영화였다.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모르긴 서로 마찬가지다. 단지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고, 보는 이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조마조마해하면서 지켜봐야한다.
어쩌면 이건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사고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내가 아무리 안전운전을 하고 교통
법규를 지키며 걸어 다녀도, 언제 어디서 음주 운전이나 졸음운전을 하는 차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가스를 잘 잠그고 전기를 뽑고
다녀도, 이웃에서 부주의하면 불이 나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내가 인도로 걸어 다녀도 건물에서 뭐가 떨어질 수도 있고, 고장 난 차가 갑자기
뛰어들 수도 있다. 아이들이 게임에서 잘못하면 죽어나가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서로 속고 속여
살아남으려는 것 역시, 주위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일들이다. 다만 일상생활에서는 속아 넘어갔다고 해서 죽지는 않지만
말이다.
잔혹한 장면으로 유명한 감독답게, 영화는 꽤 잔인했다. 비록 피를 붉은 구슬로 대체하긴 했지만, 그게 더 으스스했다. 사람이 죽으면서 사람이
아닌 게 되어버리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붉은 핏속에서 굴러다니는 구슬들이 더 섬뜩하게 보였다. 역시 ‘미이케 다카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감독은 아쉬운 스토리 대신, 영상을 통해 ‘이게 바로 잔인함이다!’라는 걸 보여준다.
아이들은 생명을 걸고 게임을 하는데, 그걸 바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서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행태에서는 화가 났다. 마치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게임이나 영화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 같은 느낌? 팔레스타인 공습을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의 짤방을 보는 느낌?
하지만 그건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어서 그랬는데, 여기서는 아이들과 어른들은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죽은 아이들 중에 자기 자식도 있을
것이다. 설마 내가 모르는 설정이라도 있는 걸까? 가령 저기에서 반드시 한 명이 살아남아야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는 거 같은?
마지막 부분에서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 모든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지력, 체력, 상상력 등을 능가하는 게 '그거'였다니……. 결국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신이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걸까? 아니
그러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나?
다음 편이 나와야 확실한 것을 알 수 있을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