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Jurassic World , 2015

  감독 -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타이 심킨스, 닉 로빈슨

 

 

 

 

  ‘쥬라기 공원’이 문을 닫은 지 22년 후. 새로운 테마 파크가 문을 연다. 예전에는 단순히 공룡의 DNA를 이용해 복제하는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생명체의 유전자를 이용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너무 똑똑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새로 만들어낸 공룡이 잔머리를 써서 우리를 벗어난다. 이를 잡기 위해 파견된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갇혀있던 익룡들이 풀려나고, 그 여파로 최고 책임자가 사망하고 만다. 그러자 공룡을 군사 무기로 써야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외부 군대를 이용해 제어실을 장악한다. 이 와중에 2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은 공룡의 공격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데…….

 

  위에 적은 간략한 줄거리만 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똑똑한 공룡이 다른 공룡들과 함께 인간들을 마구 죽이는 내용이라고 생각이 가능할 것이다. 인간이 과학 기술로 무장해 어찌어찌 맞서 싸우고, 사람들이나 순한 공룡들이 죽어나가고, 테마 파크 건물이 무너지는 등등, 마치 자연 재해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 상상할 수 있다. 그랬다면 이 영화, 아마 15세 관람가나 17세 관람가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이다. 사람들은 처참하게 죽어나가지 않을 것이고, 죽는다 해도 그 장면은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육식 공룡이 인간을 잡아먹는다거나 무참히 죽이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감독은 바뀌었지만, ‘쥬라기 공원’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스필버그 특유의 감성을 생각하면 모든 고난을 이기는 원동력은 결국 가족애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 보면,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했다. 초등학생인 막내 조카와 손잡고 가서, ‘우와!’라고 놀라는 녀석의 감탄사를 들으며 뿌듯해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평소에는 동생을 챙기지 않던 형이 듬직하게 행동한다. 이른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동생을 보호하고 살 길을 찾아 나선다. 비서에게 조카들을 맡겼던 고모는 아이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수색에 나선다. 보호 장비도 없이! 또한 사람들의 뒤통수를 쳤던 악당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여 악은 패배한다는 교훈을 주기도 했다. 역시 초딩 조카와 같이 보면 딱 좋을 영화이다.

 

  하지만 애인님과 같이 보러 갔다면 어딘지 모르게 무척이나 아쉬워하면서 극장 문을 나섰을 영화였다.

 

  좀 더 피가 튀었어야 했는데! 좀 더 긴박하게 흘러가야 했는데! 흐름이 너무 늘어져! 게다가 주연급인 여자는 조카들 찾으러 공룡 서식지로 향하면서 하이힐을 신고 다닌단 말이야? 명색이 관리 책임자라면서 그렇게 상식이 없나? 혹시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관리 책임자라서 이 난리가 난 건가? 하긴 사장이라는 사람은 헬리콥터 조종 배웠다고 자기가 무슨 영웅이라도 된 듯이 공룡 잡겠다고 나섰지. 그러다가 익룡 우리에 추락해서 사태를 더 키웠잖아. 사장이 그렇게 죽어버리니까 지휘 계통이 엉망진창이 된 거고. 그래서 제어실에 있던 자기들만 쏙 빠져나가고, 아무 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은 건물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잖아. 이거 어디선가 본 상황이다. 거기다 급마무리지은 것 같은 결말은 뭐지? 아니 이건 그 전까지의 엄청난 위용에 비하면 너무 허무하잖아. 어쩌면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일수도 있는 건데 이게 뭐야! 이런 말이 줄줄줄 튀어나왔을 것이다.

 

  인간보다 공룡들이 더 멋졌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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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学校の怪談 呪いの言霊 , 2014

  감독 - 오치아이 마사유키

  출연 - 코니시 아야노, 야마베 미유, 아라이 히토미, 나카에 유리

 

 

 

 

 

 

  인시디어스 3편 감상문에도 적었지만, 너무 남용되어 이미지 소모가 큰 이름들이 있다. 서양에 ‘제임스 완’, ‘컨저링’, 그리고 ‘마이클 베이’가 있다면 동양에는 ‘주온’과 ‘링’이 있다. 그 이름들의 소모가 크면 클수록, 영화에 대한 실망도 같이 커진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주온 감독’이라고 크게 적혀있다. 그래서 ‘어’?하고 반가움이 들었다. 주온 1편은 진짜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온은 1편만 있는 게 아니었고, 사람 이름, 특히 일본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재미없는 주온 시리즈’라고 내가 이름을 붙인 편을 만든 사람이었다.

 

  영화는 세 개의 시각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우선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분신사바라든지 괴담을 얘기하는 1학년 3반의 남녀학생들. 그 다음은 폐교에 페이크 심령 영화를 찍으러 온 대학생들. 마지막으로 철거될 모교를 기록하고자 찾아온 시오리.

 

  1학년 3반에서 몇몇은 분신사바를 하고, 또 일부는 4반이 폐쇄된 이유와 자기가 알고 있는 괴담을 이야기한다. 몇 년 전에 수업 시간에 가스가 누출되어 전원이 몰살당했다는 4반 괴담에 학생들은 오싹함을 느낀다. 교실 맨 뒤에 앉은 여학생은 벽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신경이 쓰인다. 체육시간에 비품을 넣어두는 곳에서 이상한 형체를 발견한 다른 소녀는 급기야 기절을 하고 만다. 양호실에서 눈뜬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는데…….

 

  대학생들은 가짜 동영상을 찍기로 한다. 화장실에서 손짓하는 귀신을 성공적으로 촬영한 그들은, 자기들의 분장이 멋졌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정작 귀신 분장을 한 친구는 다른 칸에 있었다고 한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폐교를 벗어나려고 하는 친구들. 하지만 아무리 다녀도 출구는 보이지 않고, 같은 곳을 빙빙 돈다거나 전혀 새로운 곳만 자꾸 나온다. 그런 그들은 학교에 남아있던 3반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시오리는 엄마의 일기장에서 1학년 4반 학생들이 돌연사한 날이 바로 엄마의 기일이자 오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988년에 발행된 동전이 묘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그녀는, 백합꽃을 사들고 학교로 찾아와 사진을 찍는다. 우연히 들어간 방송실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 시오리는 그 안에 찍힌 영상을 보게 되는데…….

 

  처음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던 세 가지 이야기가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1학년 4반 학생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여러 가지 괴담들, 예를 들면 거울 속에 갇힌 소녀라든지 여우의 창을 통해 보이는 다른 세계, 화장실에서 휴지를 달라는 손, 학교 비품실에 숨어있는 귀신, 양호실에 혼자 있을 때 나온다는 귀신 등등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들이 등장인물들에게 현실화가 되어 다가온다.

 

  영화는 중반까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괴담들이기에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지는 뻔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보는 기대감과 두근거림 그리고 긴장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 흐름은 무난하게 이어지면서, 다음 단계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온다!’라면서 두근거리게 했다. 몇몇 CG는 좀 티가 나긴 했지만, 그 정도야 뭐 그냥 넘어가자.

 

  하지만 그 긴장과 두근거림은 후반에 시오리가 방송실에서 독백하는 장면에서 박살이 나고 만다. 4반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너무 길었다. 이미 눈치 채고 있는 마당엔 괜히 질질 끌고 신파조로 만들면서 그 전까지의 긴장감을 사라지게 했다. 아, 진짜 후반부를 보면서 너무 아쉬웠다. 그 부분만 잘 다듬었으면 꽤 좋은 평을 받았을 수 있었을 텐데. 감독이 후반에 가서 힘이 딸렸나보다. 뒷심이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포스터에 떡하니 그려진 여우의 창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다. 분신사바하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도 너무 많이 우려먹어서 다른 걸 특색으로 내세우고 싶었던 걸까? 여우의 창을 하는 장면보다 분신사바하는 오프닝이 더 인상적이었다.

 

  아, 진짜 초반까지 좋았는데……. 아쉽기만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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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nsidious: Chapter 3, 2015

  감독 - 리 워넬

  출연 - 스테파니 스콧, 더모트 멀로니, 린 샤예, 앵거스 샘슨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퀸은 영매사 앨리스를 찾아가 엄마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녀는 누군가 주위에 맴도는 기분이 든다며, 그것이 엄마인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날 이후, 퀸에게는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난다. 뭔가가 그녀를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엄마가 나한테 이럴 리 없어! 퀸은 공포에 질린다. 한편 앨리스 역시 퀸이 이상한 곳에 있는 꿈을 꾸고 그녀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과연 퀸을 노리는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가? 앨리스는 자신을 죽이려는 악령의 방해를 뚫고 퀸을 구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애인님을 만나서 본 영화인데, 하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제임스 완’ 이라든지 ‘컨저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작품은 당분간 피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패턴이 익숙해져서인지 ‘대충 여기서 하나 나오겠고, 이쯤에서 비명한번 질러 주겠네.’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거기에 매번 비슷한 결론이자 교훈인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귀한 것이라는 마무리까지 아주 식상하다. 아! 가족애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작품이 저런 교훈을 주고 있는 걸 보자니, 마치 정부 부처에서 만든 홍보 영화 같았다. 그러고 보니 십대가 나오는 공포 영화는 잘 해결해가는 것 같지만, 막판에 반전을 남기고 끝이 난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어른들이 개입하면서 그 사건은 끝이 난다. 다만 다른 사건이 이어져서 그렇지……. 그러니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꼬꼬마들끼리 해결한답시고 나서지 말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거기에 죽은 존재보다 살아있는 사람이 더 강하다는 말도 포함하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낫다는 의미로 보면 되는 걸까?

 

  영화는 중간중간 소소하게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그리 오싹하지 않았다. 사실 예고편이 더 무서웠다. 그 말은 예고편이 다라는 것과 비슷하다. 퀸이 폭주하는 부분이 그리 길지 않아서 아쉬웠다.

 

  어둠 속에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살아있는 인간의 몸을 차지해서 빛이 있는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악령들. 가족 중의 한 명을 목표물로 삼고 공격하는 악령과 이를 물리치기 위해 똘똘 뭉친 가족과 그들을 돕는 영매사를 비롯한 영능력자들. 이런 설정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영화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1982’이다. 영화는 거기에 여러 괴담을 잘 엮어놓았다. 윗집에서 쿵쾅거려 찾아갔더니 아무도 안사는 곳이라거나 수호령에 관한 이야기, 벽을 타고 다니는 괴생명체, 친구인줄 알았는데 친구는 다른 곳에 있었다는 등등. 폴터가이스트에 제임스 완 특유의 스타일을 접목시킨 것 같다.

 

  퀸이 잘못한 것이라면 엄마를 그리워하다 못해 주문을 외운 것뿐인데, 대가가 너무 컸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에 기브스를 한 것도 모자라서, 악령이 그녀를 들었다 놨다 던져버리면서 목도 기브스하게 만들고, 부러진 다리 또 부러뜨리고……. 상대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놓고 천천히 괴롭히는, 아주 악질 악령이었다. 살아있었다면 집단 괴롭힘 주동자거나 고문 기술자였을 것 같다.

 

  사실 처음에 3편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1편인가 2편에서 영매사가 한 소녀를 만나고 깜짝 놀라면서 끝이 난다. 그래서 그 소녀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상상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시리즈의 프리퀄답게 1,2편과 관련되는 부분이 조금씩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앨리스를 죽이려는 악령은 1, 2편에서 달튼의 육체을 원했던 그 귀신이었고, 달튼의 아버지인 조쉬에 관한 언급도 지나간다. 영매사인 앨리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들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좀 허무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름에 보기에 좀 더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년에 나오면 또 볼 것이라는 것을.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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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The Silenced, 2015

  감독 - 이해영

  출연 - 박보영, 엄지원, 박소담, 공예지

 

 

 

 

 

  1938년, 외딴 곳에 병약한 소녀들이 모인 요양원 비스무레한 기숙학교가 하나 있다. 차가 없으면 들어올 수 없는, 주위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소녀들은 학교에서 주는 약을 먹고, 건강식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우수학생으로 뽑힌 두 사람은 일본으로 유학까지 보내주기에,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소녀들은 은근히 경쟁심까지 갖고 있었다.

 

  그곳에 한 소녀가 전학을 온다. 주란, 일본 이름으로는 스즈코. 기침을 할 때마다 피를 토하고 뛰기조차 힘들었던 그녀는 다른 소녀들의 외면을 받는다. 그녀를 돌봐주는 것은 급장인 연덕, 가즈에뿐이었다. 어느 날, 한 소녀가 갑자기 사라진다. 교장은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주란은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 소녀가 사라지기 직전에, 고통에 괴로워하며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후에도 주란은 우연히 소녀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급기야 건강을 완벽하게 되찾은 주란이 우수학생으로 뽑히자, 다른 소녀들의 시기와 질투는 극에 달한다. 그리고 연덕과 주란은 주란에게서도 이상한 증상이 보이자, 의문을 품고 파헤치려고 하는데…….

 

  병약한 소녀들, 끼니때마다 먹는 약과 주사, 체력을 회복하다 못해 초능력에 가까운 괴력을 발휘하는 소녀 그리고 193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면, 학교나 약의 정체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너무 많은 힌트를 준 게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첫 번째 소녀가 발작을 하면서 쓰러지는 장면에서부터 설마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 의심은 기괴한 모습으로 신음하는 다른 소녀를 보는 순간 확신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목적이라든지 학교의 위치가 명확히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좀 놀랐다. 특히 겨우 도망쳤다고 생각한 소녀들이 느꼈을 절망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이름과 자유를 빼앗긴 소녀들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비밀 장소에서 서로를 한국 이름으로 부르며 보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학교를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그 모든 것들을 참아낼 수 있었다. 매번 먹어야 하는 약도, 아프지만 맞아야 하는 주사도, 원하지 않는 일본 이름과 무서운 선생과 냉정하면서 차가운 교장도 다 그런 기대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기들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들이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아름다우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심지어 살해당한 선생의 모습마저도 얼핏 보면 예쁘고 낭만적이었다. 자세히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확실히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교장과 진짜 저렇게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해빠진 애가 있을까라는 의심이 드는 주인공 주란,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비현실적일 정도로 예쁜 배경은 이게 영화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어쩌면 그래서 현실감이 덜 느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후반부에서 주란이 약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성공 때문인지 폭주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그 전까지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흐름을 보면 그렇게 변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걸 위해 그녀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 것일 테니까.

 

  그런데 왜 아쉬운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 전까지는 스릴러 영화였는데, 후반부에는 액션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 때문에 영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끝까지 스릴러를 유지하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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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monic , 2015

  감독 - 윌 캐넌

  출연 - 마리아 벨로, 프랭크 그릴로, 코디 혼, 더스틴 밀리건

 

 

 

 

  오래된 농가에 살던 마사 리빙스턴이라는 한 여인이 의식을 치르다가 살인극을 벌였다. 바로 친구 4명을 무참히 죽인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뿐. 그리고 25년이 지난 후, 아무도 살지 않은 폐허가 된 그 집에 6명의 젊은이들이 몰래 숨어든다. 흉가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서이다.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영화는 유일하게 발견된 존이 경찰에게 얘기하는 과거 회상과 현재 경찰의 수사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특히 젊은이들이 찍은 영상을 복원한 분량과 경찰의 수사 진행 그리고 발견된 존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가면서 긴장감을 주고 있다. 마사 리빙스턴은 왜 친구들을 그렇게 잔혹하게 죽여야 했을까? 그리고 누가 왜 25년이 지난 지금, 그 때와 비슷한 방법으로 젊은이들을 죽인 걸까? 갇힌 집에서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일까? 과연 그 집에는 미친 살인마가 있는 걸까 아니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그들에게 깃든 것일까? 거기에 25년의 생존자와 존의 관련성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복잡해진다.

 

  구성은 상당히 복잡하게 잘 짜여 있었다. 하지만 세 장소, 그러니까 복원된 영상, 경찰 그리고 취조실을 번갈아보여주니까 어떻게 보면 좀 산만할 수도 있었다. 옆자리 애인이나 팝콘 따위에 정신 팔지 말고 집중하라는 제작진의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을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유명한 말이 있었다. ‘XXXX가 범인이다!’ 딱 그런 격이었다. 그래서 어쩐지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하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니까. 처음 등장할 때는 파릇파릇 상큼했던 아이들이 점차 피에 물들어가는 과정은 좀 무시무시했다. 그렇게 처참한 모습이라니…….

 

  이번 영화에 나오는 악마는 꽤나 교묘하고 용의주도했다. 어쩌면 2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데미안 시리즈처럼 되는 걸까? 하지만 데미안은 성격에 적힌 적그리스도라서 그 운명이 정해져있지만, 이 영화의 악마는 그렇지 않으니까 파급력이라든지 활동 범위가 더 자유로울지도 모르겠다.

 

  요즘 공포 영화에는 대개 이런 단어들이 따라붙는다. ‘제임스 완, 에나벨, 컨저링.’ 이건 뭐 로맨틱, 성공적도 아니고. 처음에는 그 단어들에 혹해 ‘오~’하면서 봤지만 이제는 좀 식상해졌다. 뭐랄까, 그 말들이 붙은 작품들은 거의 다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느낌이 딱 든다. ‘집, 초자연적 존재.’ 거의 다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이 가능한 내용들이다.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쩐지 ‘제임스 완’이라는 이름이 ‘마이클 베이’와 비슷하게 사용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제작에 참여해도 마이클 베이, 감독을 해도 마이클 베이, 기획만 해도 마이클 베이. 그가 발만 살짝 담가도 마이클 베이라는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적히고, 그의 액션 최후 대작이 왔다는 식으로 광고를 한다. 여기서 마이클 베이를 제임스 완이라고 바꾸고, 액션 최후 대작을 호러의 절정판이라고 교체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이번 영화도 감독은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마치 제임스 완이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광고를 한다. 덕분에 올 여름에는 ‘제임스 완’이나 ‘컨저링 The Conjuring, 2013’의 이름을 파는 영화가 3편이나 된다. 너무 그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까지 든다. 나중에는 지뢰작을 피하는 방법의 하나로 그의 이름이 통용되면 곤란할 텐데 말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할 일 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데, 이건 그의 재능을 오래오래 보고 싶은 호러 영화 팬의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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