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7500, 2013

  감독 - 시미즈 타카시

  출연 - 에이미 스마트, 레슬리 빕, 제이미 정, 라이언 콴튼

 

 

 

 

  나에게 제일 무서운 영화가 뭐였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대답은 '주온 呪怨 Ju-on: The Grudge, 2002'이다. 물론 단서가 붙는다. 주온 극장판 1편이랑 비디오 판이고, 그 이후의 극장판은 무섭기는커녕 웃음만 나오는 것들뿐이라고. 그렇기에 나에게 주온 시리즈는 두 개로 나뉜다. '무서운 주온'과 '웃긴 주온'으로.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무서운 주온'을 만든 사람이라니! 그가 미국으로 진출해서 만든 작품인가보다. 우와앙, 미국 배우들을 기용해서 과연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내줄지 아니면 미국적인 무서움을 반영할 것인지 궁금했다.

 

  미국 LA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가 작품의 무대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탑승을 하는데, 각자 고민, 설렘, 그리고 불안을 갖고 있다. 기장과 불륜중인 여승무원이라든지 임신에 대해 불안함을 가진 여자, 신혼여행중인 부부, 좀도둑 필 나는 남자 등등.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승객이 사망한다. 이유가 뭔지 모르지만,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다가 피를 토하면서 죽는다. 그 때문에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설상가상으로 비행기는 난기류에 휩쓸린다. 겨우 진정되어 모두들 안도하는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으아아, 분위기는 좋았다. 일본판 저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인형의 등장과 갑자기 움직이는 시체, 사라지는 승객 등등 긴장감을 적당하게 유지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과 갈등을 적절히 잘 보여줬다. 도대체 남자가 죽은 원인이 무엇인지, 무엇이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건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뿌연 연기의 정체는 뭔지, 여승무원이 창을 통해 본 비행기 밖의 초록 불빛의 정체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의 상영시간을 보는 순간 들었던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엔딩크레딧 시간까지 포함해서 한 시간 19분. 그런데 영화는 그다지 빠른 속도가 아닌, 서서히 조여 오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과연 이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내용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의아했다.

 

  역시나 모 가수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불길함은 맞아떨어졌다. 영화는 후반 10여분을 남겨두고 마치 밀린 방학 숙제하듯이 모든 떡밥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아니, 떡밥 회수라기보다는 그냥 감독이 생각해뒀던 결말을 보여준다. 그 모든 일들이 바로 그 결말 때문에 일어났던 것이라고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것 같았다.

 

  아, 안타까움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왜 이렇게 후다닥 끝내야했을까? 너무 지지부진하게 끌어서 지루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지를 느끼긴 했지만, 이건 서둘러도 너무 서둘렀다. 그래서 막판에는 그냥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감독님, 이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내 리뷰도 평소보다 짧게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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