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The
Chosen: Forbidde Cave, 2015
감독 - 김휘
출연 - 김성균, 유선, 천호진, 차예련
감독의 전작인 ‘이웃사람, 2012’을 재미있게 보았고, 출연 배우를 보는 순간 ‘이건 괜찮겠다.’라는 느낌이 온 영화이다. 특히 유선씨!
‘검은 집, 2007’에서 그녀의 연기를 후덜덜하게 보았기에, 이번엔 또 어떤 역으로 날 놀라게 할까 기대까지 되었다.
하지만 이런 노래가사가 있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 이걸 내 경우로 바꿔보면 이렇다. ‘난 감독을 믿었던 만큼
난 출연 배우도 믿었기에…….’ 도대체 이 영화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만남이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그러자면 온갖 요소를 다
따져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너무 스포일러를 남발하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가능하면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유명 무속인의 아들이자 꽤나 유능한 정신과 의사인 김성균. 조수이자 영매인 김혜성과 빙의 치료와 정신과 상담까지 병행하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선배가 의문의 메일을 보내온다. 하지만 그 선배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두 사람은 장례식장에서 선배의 부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을
듣게 된다. 유명 미술관 관장인 유선은 감정 변화가 심하고, 눈동자가 붉게 변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처음에는 김성균의 접근을
꺼려하던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증상이 어린 딸에게 나타나자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를 치료하던 중, 김성균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몇 십
년 전 있었던 제주도 여대생 납치 감금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그녀였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그녀가 입양아였고, 선배가 보내온 사진의 주인공은
제주도의 유명한 무당이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다. 그들은 모든 것을 해결한 열쇠를 가진 제주도로 내려가는데…….
이런 설정만 보면 영화는 꽤나 흥미를 끈다. 무속인의 아들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주인공의 직업, 거기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선천적인 재능과
현대적인 의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치료한다는 부분은 확실히 특이하고 매력적이다. 잘하면 ‘컨져링’의 워렌 부부 경우처럼 시리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조수는 영매라니, 더없이 좋은 조합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주인공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과거가
아주 조금 나오긴 하는데, 그것이 현재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이 없다. 그냥 몇 장면 휙 지나가는 걸로 끝이다. 왜 그걸 보여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권총이 등장한다고 반드시 발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옛날에는 그런 법칙이 있었다지만 요즘은 꼭 그럴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눈속임을
위해서 일부로 등장시키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개여야지,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너무 많았다. 왜 그 상황에서 저
장면이, 저 소품이 등장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왜 그랬을까 라고 곰곰이 생각을 하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에 어색함을 깨닫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결말 부분에 보여준 결혼사진이다. 그 전까지의 상황을 따져보면 신랑은 천호진이고 신부는 저주를 물려받은 여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들은 유선과 관련이 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유선을 어릴 때 죽이지 왜 굳이 입양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기다려서, 주변 사람들 다 죽게 만들고 사건을 키운 걸까? 잠깐. 저주에 의하면 관련자만 죽인다고 했으니, 유선의 남편도
알고 보니 그 집안의 후손이라는 건가? 그래서 일부로 살려둔 걸까? 그 집안을 망하게 하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급기야 젊은 기자가 제주도 방언을 알아듣는다는 설정도 말이 안 된다고 여길 정도였다. 요즘 누가 어눌한 발음으로
내뱉은 제주도 방언을 알아듣는다는 건지……. 물론 있을 수도 있다. 그냥 하나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니까, 다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중반을 접어들면서 방향이 바뀐다. 처음에는 그냥 신내림을 거부한 사람에게 닥친 시련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비극과 맞물린 한이 부각되었다. 단순한 괴담에서 사회적 역사적 사건을 보여주는 것이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행자가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등장인물 각자의 개성이
그렇게 드러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발연기 전문 배우들도 아닌데, 왜 자신의 배역을 잘 살리지 못했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본이라든지 연출이라든지 편집이라든지 배우의 연기력이 과대평가되었다든지…….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괜찮았는데, 좀 더 파고들어서 생각을 해보면 엉성하기 그지없는 영화였다. 음, 빠진 부분은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워보라는
감독의 배려였을까? 상상력이 빈곤하고 생각할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잠깐이마나 머리를 쓸 시간을 주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