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ecret Obsession, 2019
감독 - 피터 설리반
출연 - 브렌다 송, 마이크 보겔, 데니스 헤이스버트, 애슐리 스콧
교통사고를 당한 ‘제니퍼’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이 결혼했다는 것도,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남편 ‘러셀’이라는 사실도, 그리고 부모님이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일도, 그런데 가끔 남편과 같이 있거나 접촉이 있을 때마다, 낯선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갈 때가 있다. 그때부터 제니퍼는 모든 것에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편 제니퍼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던 형사 프랭크는 그녀의 병원기록과 CCTV에서 미심쩍은 부분을 찾아내는데…….
영화는 익숙한 설정의, 평범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거의 기본 규칙처럼 그런 상황에서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은 한 명밖에 없으니까. 거기다 감독은 아주 정석대로 흐름을 이끌어갔다. ‘사실 얘가 아니라 재였지’라든가 비틀기라도 줬으면 ‘오오, 약간 신선했어!’라는 기분이 들었을 텐데, 그게 아니었다.
흔하디흔한 설정에 전형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끌고 가다니, 뚝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창의력이 부족한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너희가 반전을 생각할까 봐 그걸 역으로 노려 그대로 진행한다! 뭐 이런 건가? 아,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설마 초반부터 저렇게 대놓고 범인을 알려주겠어?’라는 생각으로 그 사람을 배제하고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증거와 정황이 그 사람을 가리켜도 ‘에이, 아닐 거야.’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뭐, 소용없는 기대였지만 말이다.
영화는 흔한 설정에, 친숙한 소재 그리고 전형적인 흐름을 보여줬다.
그래서 제니퍼가 언제 자기가 당한 사고의 진실을 알아차릴지, 어떻게 범인에게 맞설지가 궁금했다. 그런 부분이라도 집중하게 만든다면, 어느 정도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그런 부분도 부드럽게 잘 넘어갔다. 그 말은 즉, 예상대로 흘러갔다는 말이다. 왜 그런지 말하면 어쩐지 스포일러가 될 거 같으니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여간 무난했다.
고어나 19금 장면으로 범벅이 된 자극적인 영화대신 평범한 범죄물을 보고 싶다면, 딱 어울릴만한 영화였다.
그나저나 범죄자의 심리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과연 그 범인은 왜 그토록 제니퍼에게 집착했던 걸까? 그런 부분은 그리 자세히 드러나지 않아서 궁금했다. 그냥 회사에 보고 반해서 몇 년 동안 사랑을 혼자 키워왔다는데, 좀 오싹했다. 그동안 말 한 번도 안 걸고 혼자 상상 속에서 자식에 손자까지 낳아 길렀다는 이야기잖아? 문득 포털에서 본 한 남자의 망상글이 떠올랐다. 편의점 직원인가 은행직원이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응대하면서 웃어줬다는 이유로 결혼까지 상상했던 내용이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정신 차리라고 댓글을 달아줬지만,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영화의 그 범인 같은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존재한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기분이 나빠졌다. 영화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떠오른 글이 더 무서웠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