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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와 트램프 DE
클라이드 제로니미 감독, 바바라 루디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Lady and
the Tramp, 1955
감독 - 해밀턴 러스크, 윌프레드 잭슨, 클라이드 제로니미
상상해보자.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소녀가 있다.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부모님과
집안끼리 왕래가 있는 괜찮은 가문의 남자들 속에서 소녀는 사랑스럽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부모님이 여행을 간 사이, 집을
돌봐주러 온 친척과 갈등으로 그녀는 가출을 하고 만다.
낯선 곳에서 불량배들에게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준 것은 거리의 청년이었다. 동네에서
꽤나 유명하여, 친구들 사이에서는 의리가 있고 여자들에게서는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소녀는 청년과 함께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듣는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난생처음 있는 일들이었다. 그 와중에 그에 대한 사랑이 싹트지만, 다른 여자에게서 그의 여성편력에 대해 듣고
실망한다.
집으로 돌아가 그를 잊으려던 소녀. 청년이 찾아와 그녀에게 사랑을 고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차갑게
군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떠나는 그와 그런 그를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그녀. 그러다 소녀의 집안에 위기가 닥치고, 청년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그리고 해피엔딩.
언젠가 리뷰를 올린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 1934’와
기본 전개가 비슷하다. 아니, 지금도 유행하는 로맨스 물과 비슷하다. 가끔 변형이 존재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흡사하다.
특이한 점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개들이다. 여주인공인 레이디는
코카스파니엘 종의 속눈썹이 긴 완전 요조숙녀가 떠오르는 개다. 행동이나 외모가 완전 곱게 자란 숙녀다. 하아, 보면서 얼마나 예쁘던지. 난
인간이지만, 개한테 외모로 진 거 같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트램프는 음……그냥 잡종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개 주제에 아주 로맨틱한
남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내 여자에게 다정할 때는 한없이 달달하게 굴고, 남과 맞붙었을 때는 절대로 밀리지 않으며, 잔머리도 잘 굴리고
상당히 재치 있으며 상황 판단이 빠르다. 비록 개였지만 멋졌다.
이런 상반된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아니라, 개 두 마리가 만나 보여주는 연애염장질 또한 인간
못지않게 달달하고 낭만적이다. 어쩐지 인간인 나보다 더 귀엽고 달콤하게 연애하는 것 같았다. 이런! 미모에 이어 데이트까지 개한테 진 건가…….
특히 둘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패러디가 되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못 말리는 비행사 Hot
Shots!, 1991’에서 찰리 쉰이 미트볼을 코로 굴려서 여자에게 주는 장면이었다. 만화야 개니까 코로 굴리지만, 찰리 쉰은 인간이
왜…….
마지막 장면에 엄마인 레이디를 쏙 빼닮은 딸내미 셋과 아빠 판박이 아들 한 마리가 나온다.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서 강아지 기르고 싶다고 또 엄마한테 말했다가, 또 혼났다. 하긴 실제와 만화는 구별해야겠지. 진짜로 그렇게 귀여운 게 존재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코카스파니엘은 3대 지랄견 중의 하나로 불린다. 그런 개가 영화에서처럼 귀엽고 순종적이며
사랑스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