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스 크리퍼스 2 - 아웃케이스 없음
빅터 살바 감독, 레이 와이즈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 - Jeepers Creepers II , 2003

  감독 - 빅터 살바

  출연 - 레이 와이즈, 조나단 브렉, 가리카이 무탐버와, 에릭 네닝거

 

 

 

  1편의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 배경이다. 평화로운 옥수수 밭에서 놀던 한 소년이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옥수수 밭과 소년이라니, 문득 스티븐 킹의 소설 ‘옥수수 밭의 아이들 Children of the Corn’이 떠올랐다.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형은 복수를 다짐하며, 놈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한편 불이 난 교회에서 수많은 시체가 발견되면서 마을에 긴장감이 도는 와중, 스쿨버스를 탄 한 무리의 운동부 학생들과 치어리더들이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표창이 날아와 타이어를 펑크내버렸다. 도로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1편의 그 놈이 사냥을 시작하는데…….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보는 순간, ‘게임은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할을 맡은 배우 레이 와이즈는 미국 드라마 ‘트윈 픽스 Twin Peaks, 1990’에서 광기가 넘치다 못해 철철 넘치는 미친 연기를 보여줘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다. 일명 로라 아빠. 그리고 역시 드라마 ‘리퍼 Reaper,2007’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악마 역을 맡았었다. 이후 절대로 지지 않는 악덕 변호사 같은 역할로 간간히 모습을 보이면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나와 복수를 다짐하자, 엉뚱하게 놈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넌 이제 죽었다. 저 배우가 당하는 역할을 맡을 리가 없고, 또 얌전하게 죽일 리가 없잖아.’ 그래서일까? 놈이 잡히거나 죽을 거라는 건 이미 내 마음속에서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지난 1편에서는 꿈으로 예지를 하는 심령술사 아줌마가 나왔다면, 이번에는 꿈에서 계시를 받는 여학생이 나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소녀가 꿈을 꾸는데, 1편에서 나왔던 남매 중의 한 명과 영화 시작 부분에서 납치당한 소년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뭐라고 열심히 외쳤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몸이 성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런 능력이 있다는 얘기도 없었는데 갑자기 예지몽을 꾸는 소녀의 등장은 좀 어색했다. 놈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1편과 연관을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1편보다 약간은 코믹한 면이 좀 부각되었다. 아무래도 다양한 아이들이 나와서인가보다. 운동부답게 아이들은 혈기왕성하고 자존심도 강했다. 그래서 의견충돌도 많이 일어나고,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진지하고 잔인했는데, 또 다른 장면은 그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했는지 좀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가 전반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특히 감독의 배려인지 차가 펑크 났을 때, 남학생들이 웃통을 벗고 버스 위에서 일광욕하는 서비스 장면도 있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고마웠다. 좀 더 오래 벗겨둬도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약간 들었다.

 

  3편이 나온다 만다 얘기가 계속 들린다. 설마 23년 후에 나오는 건 아니겠지? 영화는 가족을 잃은 사람의 분노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보여주며 끝이 난다. 대단한 복수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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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현금 2014-06-1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학생들 몸 좋더라구요...
그리고 글 제목 적절하네요 ㅋㅋㅋ
Humorous하심ㅋㅋㅋㅋ
 
지퍼스 크리퍼스 - 할인행사
빅터 살바 감독, 레이 와이즈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Jeepers Creepers , 2001

  감독 - 빅터 살바

  출연 - 지나 필립스, 저스틴 롱, 조나단 브렉, 패트리샤 벨처

 

 

 


  십대 후반 내지는 이십대 초반의 남매가 차를 몰고 가고 있다. 흔한 남매처럼 말싸움도 하고 서로 이죽거리면서 놀리기도 하면서 한적한 시골 마을을 지나가던 중, 커다란 트럭 한 대가 그들을 지나친다. 그걸로 끝이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도로 옆에 있는 교회 건물을 지나치다가 남매는 그 트럭이 서 있는 것을 본다. 트럭 차번호가 인상적이었기에, 운전자가 누굴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던 둘은 의심스러운 상황을 목격한다. 시트에 꽁꽁 묶인, 뻘건 액체가 잔뜩 묻어있는 뭔가를 운전자가 던지는 것을 스치듯 본 것이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몰래 다가간 남매. 지하로 숨어든 남동생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나게 많은 시체들이었다. 겨우 그곳을 빠져나와 식당에 도착한 둘. 하지만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그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직접 교회로 가던 남매와 경찰은 이상한 존재의 습격을 받는데…….

 

  처음에는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1974'같은 종류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버릇없고 호기심 많은 어린애들이 우연히 지나가던 시골 마을에서 살인마와 맞닥뜨려 사건이 벌어지는 그런 것 말이다. 처음에는 남매만 나오기에 '사람 수가 적은데?'라고 생각하며, 히치하이킹을 하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나올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이런! 그 예상이 빗나갔다. 비슷한 또래를 만나 개념 없이 시골 사람들을 놀리거나 남의 집을 드나들다가 사고를 당하는 게 아니었다. 둘은 봐서는 안 될 뭔가를 목격했기에, 살인마가 원하는 뭔가를 그들이 갖고 있었기에 추격을 당했다. 게다가 남매를 쫓던 살인마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죽였다. 남매를 잡는데 방해가 된다 싶으면 무조건 죽였다. 심지어 둘을 찾기 위해 경찰서까지 습격하는 대담함까지 보여줬다.

 

  설정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23년마다 잠에서 깨는 살인마. 그는 23일 동안 사람들을 무차별도륙이 아닌, 특정한 사람을 골라 특정 부위만 골라 먹으면서 영양분을 보충한다. 쓸데없이 미식가인 척 한다. 어차피 깨끗이 씻어서 끓여먹을 것도 아니면서. 그리고 자신이 죽인 사람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쓰고 다니면서, 의심을 피한다. 이 부분은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레더 페이스가 떠오른다. 따라쟁이같으니라고. 대충 설명만 봐도 이 살인마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잘만 하면 꽤나 인기 있는 매력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인간이 아닌 존재를 등용하고도 영화는 좀 그냥 그랬다. 초반 남매의 투 샷이 너무 길었다. 주변 상황 설명이라든지 둘의 말장난 내지는 분위기 조성하느라 시간을 거의 다 써버렸다. 그냥 두 남매가 좀 짜증이 났다. 뭐, 위기의 상황에서 뭉치는 게 핏줄이라고 하지만…….

 

  지하 동굴의 시체가 쌓인 산 장면이라든지 마지막 장면은 좀 충격적이었다. 비명소리가 참 마음이 아팠다. 나쁜 놈. 산 사람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이지? 2편도 있는데, 이번에는 좀 당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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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와 트램프 DE
클라이드 제로니미 감독, 바바라 루디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Lady and the Tramp, 1955

  감독 - 해밀턴 러스크, 윌프레드 잭슨, 클라이드 제로니미

 

 

 

  상상해보자.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소녀가 있다.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부모님과 집안끼리 왕래가 있는 괜찮은 가문의 남자들 속에서 소녀는 사랑스럽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부모님이 여행을 간 사이, 집을 돌봐주러 온 친척과 갈등으로 그녀는 가출을 하고 만다.

 

  낯선 곳에서 불량배들에게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준 것은 거리의 청년이었다. 동네에서 꽤나 유명하여, 친구들 사이에서는 의리가 있고 여자들에게서는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소녀는 청년과 함께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듣는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난생처음 있는 일들이었다. 그 와중에 그에 대한 사랑이 싹트지만, 다른 여자에게서 그의 여성편력에 대해 듣고 실망한다.

 

  집으로 돌아가 그를 잊으려던 소녀. 청년이 찾아와 그녀에게 사랑을 고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차갑게 군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떠나는 그와 그런 그를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그녀. 그러다 소녀의 집안에 위기가 닥치고, 청년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그리고 해피엔딩.

 

  언젠가 리뷰를 올린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 1934’와 기본 전개가 비슷하다. 아니, 지금도 유행하는 로맨스 물과 비슷하다. 가끔 변형이 존재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흡사하다.

 

  특이한 점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개들이다. 여주인공인 레이디는 코카스파니엘 종의 속눈썹이 긴 완전 요조숙녀가 떠오르는 개다. 행동이나 외모가 완전 곱게 자란 숙녀다. 하아, 보면서 얼마나 예쁘던지. 난 인간이지만, 개한테 외모로 진 거 같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트램프는 음……그냥 잡종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개 주제에 아주 로맨틱한 남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내 여자에게 다정할 때는 한없이 달달하게 굴고, 남과 맞붙었을 때는 절대로 밀리지 않으며, 잔머리도 잘 굴리고 상당히 재치 있으며 상황 판단이 빠르다. 비록 개였지만 멋졌다.

 

  이런 상반된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아니라, 개 두 마리가 만나 보여주는 연애염장질 또한 인간 못지않게 달달하고 낭만적이다. 어쩐지 인간인 나보다 더 귀엽고 달콤하게 연애하는 것 같았다. 이런! 미모에 이어 데이트까지 개한테 진 건가……. 특히 둘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패러디가 되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못 말리는 비행사 Hot Shots!, 1991’에서 찰리 쉰이 미트볼을 코로 굴려서 여자에게 주는 장면이었다. 만화야 개니까 코로 굴리지만, 찰리 쉰은 인간이 왜…….

 

  마지막 장면에 엄마인 레이디를 쏙 빼닮은 딸내미 셋과 아빠 판박이 아들 한 마리가 나온다.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서 강아지 기르고 싶다고 또 엄마한테 말했다가, 또 혼났다. 하긴 실제와 만화는 구별해야겠지. 진짜로 그렇게 귀여운 게 존재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코카스파니엘은 3대 지랄견 중의 하나로 불린다. 그런 개가 영화에서처럼 귀엽고 순종적이며 사랑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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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DE(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비드 핸드 감독, 아드리아나 카세로티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원제 -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

  감독 - 데이빗 핸드

 

 


 

  제작년도가 1937년이라니! 우리 엄마보다 먼저 태어난 영화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등장인물들의 그림체나 움직임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내가 어릴 적에 본 국산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걷고 말하고 춤을 췄다. 노래도 어디선가 한두 번은 들어본 멜로디였고, 눈에 익은 캐릭터들이었다. 거기다 동물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다만 한 가지 적응이 안 되는 것이라면 바로 백설 공주의 간드러진 목소리였다. 어쩐지 예전에 가요무대에서 들었던 한 나이든 여가수의 노래가 연상되었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그 여가수의 음색이 백설 공주와 비슷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공주가 말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자꾸 가요무대가 떠올라서 좀 웃겼다.

 

  내용은 워낙에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동화가 원작이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실사 버전으로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변형이 가해지기도 했다. 대개 백설 공주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동화가 나왔을 때의 여성상과 현대의 여성상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애니메이션은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보다보면 백설 공주가 참 답답하게 보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얘 은근히 여우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사람들의 관심을 쏟고, 은근히 순진하고 수줍은 척 도망간다. 자기 쉬운 여자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고단수 같으니! 그리고 동물 친화력도 아주 높아서, 일곱 난쟁이 집에서 일을 할 때도 자기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다 부려먹는다. 일하는 척하면서 동물들에게 이것저것 다 시켜먹는다. 대단한 아이다. 일종의 초능력이 아닐까 싶다.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엄청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능력이라면, 이야 대단하다.

 

  그리고 얹혀사는 주제에 집주인들에게 씻고 와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도 내린다. 뻔뻔함과 결단력, 실천력과 엄청난 화술의 소유자로 볼 수 있다. 일곱명이 홀랑 넘어갔으니 말이다.

 

  백치미를 가장한 노련함이 엿보이는 소녀였다. 그래서 자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숙적인 새엄마 왕비를 처리할 수 있었다. 왕자와의 결혼은 덤이었다. 거기에 'Good Bye~'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는 쿨함이라니! 좋게 말하면 쿨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배은망덕이다. 음, 다시 보니 답답하게 보이는 것은 훼이크였고, 알짜배기 실속이란 실속은 다 챙기는 여우였다.

 

  일곱 난쟁이가 백설 공주를 자기들 집에서 머무르게 한 것은, 나쁜 여왕 때문이기보다는 늙고 냄새나는 홀아비들 집에 어리고 파릇파릇하고 뽀얀 피부에 글래머 몸매의 어린 소녀가 찾아오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지도……. 사실 난쟁이 할아버지들이 어딜 가서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어린애를 만날 수가 있을……. 아, 난 썩었어. 동화를 순수하고 아름답게 봐야하는데!!!

 

  그런데 백설 공주가 숲에서 무서워할 때 나무들의 기괴한 모습이나, 새엄마 왕비가 사과 파는 할머니로 변신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에 난쟁이들에게 쫓겨서 죽는 장면은 지금 봐도 충분히 무시무시했다. 어린애들이 보고 많이 울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하니 귀여운 만화영화였다. 난쟁이들의 주름살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와 백설 공주의 잡티하나 없는 뽀얀 살결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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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마리 강아지 PE (2disc) - 할인행사
클라이드 제로니미 감독, 로드 테일러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One Hundred and One Dalmatians. 1961

  감독 - 볼프강 레이더먼

 

 

 


  예전에 큰조카가 서너 살 정도 되었을 때, 그 당시는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나 만화를 볼 때였다. 아는 친척분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테이프를 선물로 주셨다. 조카가 만화를 보는 동안, 할머니가 조금 쉬시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 때 큰조카가 제일 좋아하던 만화 두 편이 있었는데, 하나는 달마시안 강아지가 나오는 바로 이 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역시 개들의 연애를 다룬 염장물이었다.

 

  큰조카가 얼마나 이 만화를 좋아했냐면, 모두가 다 자는 새벽에 혼자 일어나서 거실에서 비디오 틀어놓고 볼 정도였다. 이상한 소리에 나가보니 꼬맹이 혼자 비디오 틀어놓고 보다가 잠들어있었다고 오라버니가 황당하다는 투로 얘기했었다. 그러면서 누구 조카라서 이 모양이냐고, 자기 딸이면서 흥! 결국 비디오테이프를 압수당했지만, 가끔 귀여운 짓을 하면 틀어주곤 했다. 이제 스무살이 넘은 큰조카지만, 가끔 식구들이 모이면 그 때 얘기를 한다. 다른 애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몰컴을 한다지만, 너는 서너 살 때부터 몰비디오를 했다고 놀리는 재미가 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애인님에게도 조카가 생겼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조만간 조카 바보 큰아빠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중에 ‘조카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물어봐야지. 후훗. 아, 하여간 그래서 애인님에게 이 만화를 추천해줬다. 어린 조카에게 보여주라고. 그래서 생각난 김에 나도 다시 한 번 보기로 했다.

 

  아, 역시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드는 만화였다. 그리고 그 당시에 어떻게 저런 부드러운 움직임을 그릴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1961년이라면 우리나라는 한창 어지러울 시대였고, 엄마아빠는 아직 만나지도 못했을 때인데…….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직원들을 굴렸을 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저때부터 노하우가 축적되어, 이후 여러 가지 명작들을 만들어냈겠지?

 

  내용은 간단하다. 퐁고는 자신을 먹여 살리는 애완동물 인간 로저와 함께 살고 있는 달마시안 종 개다. 그는 퍼디라는 이름의 달마시안 개를 기르는 아니타와 로저를 연결시켜준다. 동시에 자기도 퍼디와 결혼하고, 일석이조! 그런데 아니타에게는 크루엘라라는 친구가 하나 있다. 이 여자의 삶의 보람은 동물의 털로 만든 코트를 모으는 것이다. 그녀는 달마시안 강아지의 털로 된 코트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퍼디가 낳은 새끼 열다섯 마리를 몽땅 훔쳐간다. 퐁고와 퍼디는 영국 전역에 있는 다른 개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구하러 가는데…….

 

  음악가인 로저가 작사 작곡한 ‘크루엘라 데빌’이라는 노래는 들어보면 무척이나 귀에 익다. 음, 조카덕분에 많이 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부인 친구 이름을 넣어서 그녀를 악녀로 표현한 노래를 내놓을 배짱이라니, 로저도 참 강심장이다. 물론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다고 튕기면 되겠지만, 어느 집이 딸 이름을 ‘크루엘라’라고 붙일까? 어찌되었던 크루엘라는 외모와 이름 그리고 성격이 딱 들어맞는 캐릭터였다. 이른바 삼박자를 딱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퐁고와 퍼디를 포함한 101마리 개들이 크루엘라와 두 공범의 눈을 피해 탈출하는 과정은 눈물겹고 아슬아슬했다. 속된 말이지만, ‘똥줄 탄다’는 게 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애들 보는 만환데 이렇게 조마조마하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엄마에게 강아지나 고양이 기르자고 했다가 구박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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