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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DE(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비드 핸드 감독, 아드리아나 카세로티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원제 -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
감독 - 데이빗 핸드
제작년도가 1937년이라니! 우리 엄마보다 먼저 태어난 영화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등장인물들의 그림체나 움직임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내가 어릴 적에 본 국산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걷고 말하고
춤을 췄다. 노래도 어디선가 한두 번은 들어본 멜로디였고, 눈에 익은 캐릭터들이었다. 거기다 동물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다만 한 가지 적응이 안 되는 것이라면 바로 백설 공주의 간드러진 목소리였다. 어쩐지 예전에
가요무대에서 들었던 한 나이든 여가수의 노래가 연상되었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그 여가수의 음색이 백설
공주와 비슷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공주가 말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자꾸 가요무대가 떠올라서 좀
웃겼다.
내용은 워낙에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동화가 원작이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실사
버전으로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변형이 가해지기도 했다. 대개 백설 공주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동화가 나왔을 때의 여성상과 현대의
여성상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애니메이션은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보다보면 백설 공주가 참 답답하게 보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얘 은근히 여우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사람들의 관심을
쏟고, 은근히 순진하고 수줍은 척 도망간다. 자기 쉬운 여자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고단수 같으니! 그리고 동물 친화력도 아주 높아서,
일곱 난쟁이 집에서 일을 할 때도 자기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다 부려먹는다. 일하는 척하면서 동물들에게 이것저것 다 시켜먹는다. 대단한
아이다. 일종의 초능력이 아닐까 싶다.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엄청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능력이라면, 이야
대단하다.
그리고 얹혀사는 주제에 집주인들에게 씻고 와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도 내린다. 뻔뻔함과
결단력, 실천력과 엄청난 화술의 소유자로 볼 수 있다. 일곱명이 홀랑 넘어갔으니 말이다.
백치미를 가장한 노련함이 엿보이는 소녀였다. 그래서 자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숙적인
새엄마 왕비를 처리할 수 있었다. 왕자와의 결혼은 덤이었다. 거기에 'Good Bye~'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는 쿨함이라니! 좋게 말하면
쿨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배은망덕이다. 음, 다시 보니 답답하게 보이는 것은 훼이크였고, 알짜배기 실속이란 실속은 다 챙기는
여우였다.
일곱 난쟁이가 백설 공주를 자기들 집에서 머무르게 한 것은, 나쁜 여왕 때문이기보다는 늙고
냄새나는 홀아비들 집에 어리고 파릇파릇하고 뽀얀 피부에 글래머 몸매의 어린 소녀가 찾아오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지도……. 사실 난쟁이
할아버지들이 어딜 가서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어린애를 만날 수가 있을……. 아, 난 썩었어. 동화를 순수하고 아름답게
봐야하는데!!!
그런데 백설 공주가 숲에서 무서워할 때 나무들의 기괴한 모습이나, 새엄마 왕비가 사과 파는
할머니로 변신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에 난쟁이들에게 쫓겨서 죽는 장면은 지금 봐도 충분히 무시무시했다. 어린애들이 보고 많이 울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하니 귀여운 만화영화였다. 난쟁이들의 주름살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와 백설
공주의 잡티하나 없는 뽀얀 살결이 무척이나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