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가지에 만족하면 행복할까, 불행할까
 




어떤 한 가지에 철저하게 만족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 다른 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 버트런드 러셀 저, <런던통신 1931-1935>, 146쪽.




  

독서광이든, 낚시광이든, 골프광이든, 무엇을 광적으로 좋아하며 한 가지에 빠져 드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지만 반대로 불행한 사람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한 가지의 즐거움에 빠져 사는 사람은 다른 다수의 일에서는 즐거움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애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연애 이외에 다른 일들이 시시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연애하기 전에 좋아했던 친구들의 모임이나 여행조차 재미없어진다는 것이다. 그 무엇이든 연인과 함께 하지 않으면 흥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를 광적으로 좋아해서 책과 연애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 읽는 일 이외의 일엔 흥미가 없어 무관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귀찮게 느껴지는 일이 많아진다. 누군가의 방문이 있거나 전화가 오거나 또는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나 할 때, 그런 일들이 성가시게 느껴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책 읽는 일을 방해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의 생활에 충실하려면 한 가지에서만 아닌, 모든 일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꼭 참석해야 하는 결혼식에 가는 날이면 결혼식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 주는 즐거움, 지인들을 만나는 즐거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등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만 온 정신이 몰입되어 있으면 그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그 자체도 귀찮을 뿐이다.


책에서 읽었는데, 혹자는 한 달에 삼십 권의 책을 산다고 한다. 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책을 좋아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삶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적당히 좋아하길 바란다.


그리고 생각한다. 독서처럼 한 가지에만 만족하는 삶이 행복할까, 불행할까.


2. 사람이 두 번 할 수 없는 것
 




옛 철학자가 말하길,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뛰어들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럼 내가 말하리라.


‘사람은 결코 같은 풍경을 두 번 볼 수 없느니라.’


-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저, <아미엘의 일기>, 448쪽.




같은 강물에 두 번 뛰어들 수 없는 것은, 강물은 흐르기 때문에 두 번째 뛰어든 강물은 첫 번째 뛰어든 강물과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설사 고여 있는 물이라고 해도 같은 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왜냐하면 만물은 늘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본 나무와 오늘 본 나무는 같은 나무일지라도 정확히 말하면 같은 나무가 아니다. 어제 본 나무의 나뭇잎의 개수가 1000개였다면, 오늘 본 나무의 나뭇잎의 개수는 바람에 날려 떨어져서 900개인지 모른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의 개수도 늘 변한다. 또 멀리서 나무의 겉모습만 봐도 같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조금 전 본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는 나무였는데, 지금 본 나무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나무일 수도 있고, 조금 전 본 나무는 햇볕 속의 나무였는데, 지금 본 나무는 그늘 속에 있는 나무일 수도 있고, 비 맞고 있는 나무일 수도 있다. 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기온이 25도일 때의 나무와 기온이 26도일 때의 나무가 같지 않으며, 습도가 많을 때의 나무와 습도가 적을 때의 나무가 같을 수 없다고. 그러므로 사람은 결코 같은 풍경을 두 번 볼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시간은 소중하다는 것. 왜냐하면 한 번 가고 나면 같은 시간은 오지 않으니까. 하루는 소중하다. 왜냐하면 한 번 가고 나면 같은 하루는 오지 않으니까. 그러므로 1분1초가 다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가고 나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소중한 시간에.”


3.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경우 

    



언젠가 어느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78세 된 어떤 노파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다. “78년 동안의 내 생애를 돌이켜 볼 때, 자기가 죄를 범했을 때의 일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나는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바보짓을 했다고 생각할 때는 이 나이가 되어도 자기를 용서할 수 없군요.”


- 임어당 저, <생활의 발견>, 155쪽.




바보짓을 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바보짓을 하는 게 제일 싫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자기가 죄를 범했을 때의 일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기분이 좋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도 바보짓을 많이 하고 산다. 그럴 때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왜 그렇게 바보짓을 하고 살까?, 하면서 도대체 그동안 읽은 책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인가, 그동안 지나간 세월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은 만큼, 또 보낸 세월만큼 지혜를 얻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또 세월이 흘러 나이를 많이 먹는다고 해도 나의 바보짓은 계속 될 것만 같다.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책을 많이 읽었으나 별로 이득이 없는 것 같아 앞으론 읽지 않겠다는 글이 있었다.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사실은 이에 공감했다. 나의 경험상으로도 독서는 삶의 지혜를 발휘하는 데에 별로 소용이 없었다. 또 노인의 지혜란 것도 믿을 게 못됨을 알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경험으로부터 지혜가 생길 것도 같은데, 실제는 오히려 속이 좁아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용서의 문제에서는 어떤가. 난 나의 바보짓은 용서할 수 있다. 어리석어서 저지르는 바보짓은 연민의 대상이지 미움의 대상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건 죄를 범하는 경우일 것 같다. 도덕적 잣대로 봤을 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다. 예를 들면 한 회사의 공금횡령을 했다거나 몸에 해로운 가짜 참기름을 만들어 파는 일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손실을 생기게 하는 일이다. 만약 이런 죄를 범하게 되면 뉴스에서 보는 어떤 범죄자에 대해서도 나는 비난할 자격이 없어진다. 어떤 범죄자도 비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 이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 있을까. 그러므로 내가 가장 조심하고 싶은 것은 올바르게 살지 않고 죄를 범하는 것, 그것이다. 내가 잘 살기 위해, 내가 행복하자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일을 가장 피하고 싶다.


바보짓을 하는 자신을 사랑할 순 있지만 죄를 범한 자신을 사랑할 순 없지 않은가.



4. 고뇌하는 나의 벗이여   

 

 


쇼펜하우어는 우리 인간이 마치 방탕한 아들처럼 본래 악에 물든 세상에 태어나서 불행하고 비참하게 살다가 끝내는 죽어야 한다며, 그 이유는 삶의 죗값이라고 하며, 우리는 그 점을 인정해야만 살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 말대로라면 세상은 이미 죄의 텃밭이다. 그리고 인간이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가련한 존재라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가 상대방을 부를 때 아무개 씨라고 부르지 말고 그 대신 ‘고뇌하는 나의 벗’이라고 서로 불러 주자.


고뇌하는 그대여! 처음에는 습관이 안 되어서 좀 어색하겠지만 나중에는 서로 참아주고 위로하는 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우리는 그런 덕성을 갖지 않고는 살아가기가 힘들다.


-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 156쪽.



결국 우리 삶이란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며 살아봤자 ‘죽음’을 향해 가는 삶에 불과하다.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이 가는 삶이니까. 또 삶은 유쾌한 일은 적고 불쾌하거나 걱정스러운 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유쾌한 일을 되새기기보다 불쾌하거나 걱정스러운 일을 더 많이 되새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뇌하며 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서로를 부를 때 ‘고뇌하는 나의 벗이여’라고 불러 주자는 게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부름으로써 좋은 점은 상대방의 허물이나 악의마저도 연민을 가지고 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벗을 향해 불러 보자. “고뇌하는 나의 벗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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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2011-09-09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권의 책 다 저도 좋아하는 책이네요. <아미엘의 일기>는 제꺼는 동서문화사 판. 일기같은 걸 써본 적이 없어서 알라딘 초기에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문예출판사)하고 같이 샀는데 두 권 다 아끼는 책입니다. 요근래 <런던통신>에서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이라는 글이 재미있었어요.ㅋ 네 가지 이야기 다 저한테는 많은 울림을 주네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이유, 즉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계속 하고, 어떤 성향이 되는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듯해요. 저는 그래서 그점이 재밌습니다. ^^

페크pek0501 2011-09-09 14:02   좋아요 0 | URL
매우 고맙습니다.

즐겨찾기 등록 수가 한 명 줄었기에 제가 새 글을 올리지 않아 화가 나서 그러신 줄 알고 뜨금해서 어제 급하게 써서 올린 것입니다. (저의 착각질이겠지만...) 그러나 앞으로도 부지런을 떨 자신이 없네요. 저의 능력부족. 한 달에 네다섯 편 정도의 글을 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떤 성향의 글을 많이 쓴다든지 어떤 책을 많이 인용한다는지 하는 것은 글쓴이의 특색이 되겠지요. 주로 읽는 책들을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듯이요... 저도 저를 관찰중입니다.^^

초가을비가 오는 멋진 하루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oren 2011-09-09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글이네요...

pek님께서 '한 가지'에 빠져 드는 사람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 말씀해 주시니, 제 '형편'이 생각나서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네요.ㅎㅎ 저 같은 경우는 '한가지'에 푹~ 빠졌다가 정신을 못차릴 정도가 되면, 거기서 슬금슬금 빠져 나옵니다. 그러다가 금새 또다른 '한가지'에 푹~ 빠지고... 매번 그런 현상의 연속이랍니다. 그래서 제 아내에게 참 바가지를 많이 긁힌답니다. 뭐 한가지에 빠지면 정신을 못차린다고 말입니다.

각설하구요, '같은 강물에 두 번 뛰어들지 못한다'는 글을 읽으니 문득 소설 속의 한 대목이 떠올라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데, 저도 아직 이 작품을 못읽어봤답니다.

* * *

"시간단위는 단순한 약속일 뿐이야. 시간에는 눈금이 없지. 세기가 바뀔 때 총을 쏜다거나 종을 울린다든지 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뿐이야."
- 토마스 만,『마의 산』中에서

페크pek0501 2011-09-09 17:51   좋아요 0 | URL
방문에 감사 드립니다. 뜻밖이라 '즐거운 깜짝 놀람'입니다.

저도 한 가지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는 편이라 이런 글을 썼던 거예요. 글이란 자신의 경험세계에 대해서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너무 좋아해서 한때는 감옥에 들어가고 싶었을 정도였어요. 주는 밥 먹고 책만 읽고 지낼 수 있는 감옥이요.ㅋ 오헨리가 감옥에서 대작가가 되어 나왔다는 일화도 있잖아요.

토마스 만, <마의 산>을 저는 읽었어요. 찾아보니, 제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네요. 제가 밑줄을 쳐 놓아 빨리 찾을 수 있었어요.

"시간에는 사실 새겨진 눈금이 없다. 새로운 해나 달이 시작될 때도 천둥 소리나 나팔 소리가 울리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세기가 시작될 때도 총을 쏜다든지 종을 울린다든지 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뿐이다." - 일신서적, 269쪽.

시간뿐이겠습니까. 모든 것은 사람들이 정한 것일 뿐이죠. '학문은 약속이다'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사람들이 '이렇게 하기로 하자'라고 약속을 해서 학문이 생겼다는 것. 그런 약속으로 시간도 탄생되었겠죠.

오늘 oren님 덕분에 시간에 대해 배웠습니다. 사실, 이 책을 잊고 있었어요.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빨리 사서 읽으려니 설렙니다. 이제 고백하는데, oren님이 정리하신 도덕감정론을 프린트해서 보았답니다. 그러다가 아예 사야겠군, 한 것이고요. 책 내용이 제가 찾던 책이어서 큰 도움을 받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 유명한 책 중 읽지 않은 책이 너무 많아요.

신지 2011-09-10 10:12   좋아요 0 | URL

저 같은 경우는 '한가지'에 푹~ 빠졌다가 정신을 못차릴 정도가 되면, 거기서 슬금슬금 빠져 나옵니다. 그러다가 금새 또다른 '한가지'에 푹~ 빠지고... 매번 그런 현상의 연속이랍니다.

ㅡ>

저도 오렌님, pek님과 똑같아요.^^ 뭐든 한 가지에 생각이 가면 특히 아무 일도 못하는 성격이라 ㅠ 그래서 저도 뜨끔했답니다.ㅋ

(이 글과는 좀 다른 얘기지만) 어쩌면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다르듯이, 자신의 성향과도 관계가 있는 듯해요.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보니까, 흔히 보통 비젼과 목표를 명확히 하여 성공하라고들 하는데, 자신의 성향을 제대로 모르면 그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이렇게 되고 싶다'라는 가시적인 목표를 정해놓아야 실천의욕이 생기는 목표추구형이 있는 반면, 먼 미래의 목표를 세우기보다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자신의 소신과 내적 욕구에 충족감을 느낄 때 실천의욕이 생기는 '심리적만족형'이 있다고 하거든요. 저는 100% 심리적 만족형이라 ㅠ 무슨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는 식은 되지가 않더군요. 제 식으로 할 수밖에 없고, 좋아해야만 만족하고 잘 할수 있는 유형인듯. 그래서인지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싶거나 많은 일을 하고 싶지는 않더군요(경험이 중요하다는 것도 일종의 신화가 아닐까 싶은) 제가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고 만족하는 편이어서요. 시간이 소중하겠지만, (사회에선 특히 그렇죠) 그런데 저는 정말 시간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편이어서.. 역시 저는 일반적, 사회적으로 보면 문제가 좀 있는 유형인 듯 ㅠ

아마도 pek님이 글에서 말하시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인듯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잘 그러지 못해서 크게 동감했습니다. 저를 잠깐 돌아보게 되었거든요. 붓다는 삶은 연극과 같은 것이니 자신이 일시적으로 맡은 역할에 지나치게 빠져들지 말라고 했는데,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려워요...

페크pek0501 2011-09-10 10:33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심리적 만족형이군요. 성공을 지향하기보다 행복(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 잘 지적하셨군요. 사실 이게 문제라서 쓴 글입니다. 한 가지에 빠지면 행복하고 좋은데, 다른 것들에 소홀해지는 게 문제라서요.

글이란 주제에 따라 달라지는데, 저는 이와 반대되는 글, 한 가지에 빠져 살자 그러면 행복하다, 라는 주제로 앞으로 글을 쓸지도 모릅니다.^^^ 아, 정반대의 글을 둘 다 쓰는 방법도 있군요. 제목은 '여러분은 어떠세요'^^

반가웠습니다. 추석 쇠러 오늘 지방에 내려갑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

oren 2011-09-10 12:02   좋아요 0 | URL
pek님과 신지님(오랜만입니다.ㅎㅎ)의 댓글을 보니 두 분 다 '한가지에 빠지면' 저와 비슷해 지는군요.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pek님께서 책을 그렇게(감옥에 가고 싶을 만큼)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고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저도 한 때는 딱 1년이나 2년쯤 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책을 너무 읽고 싶어서요. 그런데 그게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그랬었답니다. '99년쯤 제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숱하게 경제지와 일간지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 역설적으로 저 자신의 '실력 부족'을 절감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월간조선'에 제가 소개되던 때에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이라는 물음에 [한 수레의 책을 싣고 절에 들어가 1,2년쯤 책에 푹 파묻혀 지내고 싶다]라는 대답을 한 기억이 납니다. (월간잡지에는 딱 두번 실려 봤는데, 총각시절 '레이디경향'인가에 '유망 총각'(?) 코너에 실렸다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쇄도하는 전화와 편지와 선물(초코렛 등)공세에 시껍한 적이 한 번 있었답니다. 대중매체의 위력이 참 대단하더라구요. 제가 이 곳에서 별 얘기를 다 합니다. ㅎㅎ)

'한가지'에 빠지는 건 좋은데 특히 '취미생활'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빠지게 되면 이게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특히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더군요. 저 같은 경우엔 '일'에 푹 빠져 지냈던 시절도 있었지만, 노는 데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진 적이 많아서, 지금도 곧잘 '과거에 저질렀던 죄목들' 때문에 아내에게 꼼짝 못할 때가 많습니다.

결혼 전부터 '산'에 미쳐 돌아 다니다가, 결혼 직후에는 본격적으로 '암벽등반'을 배운답시고 등산학교엘 다녔고, '90년대 중반엔 게임과 인터넷 채팅에도 아주 잠깐 빠져 봤고, 또 ski와 golf에 미쳐 오랫동안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었고, 요즘에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답니다.

횡설수설하고 보니 결국 '일'과 '책'에 빠지는 게 제일 좋은 게 아닐까 싶은데, 저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데' 훨씬 더 잘 빠지는 성격이어서, 책에만 푸욱~~ 빠져 지내기는 앞으로도 별 가망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노는 쪽으로 한가지 더 욕심을 내고 싶은 건 '여행'인데, 여행은 다행히 '혼자' 돌아다니는 것만 아니라면 아내로부터 환영받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건 일에서 좀 더 많이 벗어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그럴려면 더욱더 열심히 일을 해야 될 것 같아서 그게 고민입니다.

페크pek0501 2011-09-13 00:51   좋아요 0 | URL
oren님은 대단한 분이시군요. 영광입니다.^^ 꽤 삶을 적극적으로 사시는 멋진 분 같아서 감탄하게 됩니다. 뭐든지 치열하게 도전하는 것이 존경스러울 정도예요. 그건 아무나 못 하는 것이므로...^^^ 아마도 그런 분이셔서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레이디경향이군요. 옛날엔 한 달에 두 번 발행되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87, 88년쯤)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가수 담당, 탤런트 담당, 영화배우 담당 등 각각 한 명씩 맡아서 일을 하던데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님의 블로그에 자주 들르게 될 것 같군요. 오렌님께 앞으로 제가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는... 그래서 기쁘다는... 그래서 즐겁다는 pek입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9-0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늘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겠죠.또 책을 통한 경험이건 내가 직접 한 경험이건 경험이 시야를 넓혀줘야 하는데 실제로는 경험이 사람의 시야를 좁히는 경우가 많습니다.자신의 경험을 절대시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늘 새롭게 배워야겠죠.

페크pek0501 2011-09-09 17:54   좋아요 0 | URL
"자신의 경험을 절대시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 마음에 새겨 둬야 할 좋은 말인 것 같아요. 어디에 적어 둬야겠어요. 명언같은데요. ^^^

노이에자이트 2011-09-09 18:02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 어록 하나 만들어 주세요. 하하하...

페크pek0501 2011-09-09 18:04   좋아요 0 | URL
예 예 예 ... 항상 어록을 의식하시고 댓글을 달으시기 바랍니다. 제가 언젠가 제 페이퍼에 올릴지도 모르니까요. 까르르...

순오기 2011-09-0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지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제가 많은 것들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경험하게 될 일도 많겠지요.
좋은 글,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를...

페크pek0501 2011-09-10 00:1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아마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잘 하실 겁니다. 그리고 글을 보고 느낀 건데, 마음 따뜻하고 넉넉하실 것 같아요. 글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제 친구 중에도 그렇게 넉넉한 친구가 있어서 비슷한 분위기를 느낍니다.

님의 블로그에 자주 들어가는데 댓글은 쓰기가 어려워서 가끔만 남기도 돼요. 저는 페이퍼 쓰는 것보다 댓글 쓰기가 더 힘들어요. 댓글도 자꾸 써야 늘겠지요?

추석 잘 보내세요.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1-09-10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09-13 00: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대환영입니다. 저의 서재 태그 보시면 아마도 저와의 공통된 관심사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저는 찾았습니다.^^^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추석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내일도 바쁠 거예요. 한가해지면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