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을 산책하다가 좋은 글을 줍다> 직업과 사랑의 공통점



책을 읽다보면 좋을 글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글을 읽을 때면 다른 글로 넘어가기 전에 그 글을 여러 번 읽게 되는데, 괴테 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연애소설이 내겐 그러하였다.


이것을 처음 읽었을 때는 내가 대학생이었던 시절이었는데, 그땐 이 작품이 명작인 이유를 몰랐다. 시시했기 때문이다. 그저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한 남자의 불행한 사랑이야기일 뿐, 그 어떤 감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삼십대 중반에 다시 읽게 되었는데, 그땐 예전에 읽었던 느낌과 아주 다른, 새로운 명작을 읽는 듯했다. 이렇듯 읽는 시기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다른 이유는 아마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나의 정신도 변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과 함께 나의 정신도 성숙해진 까닭이겠다.


이번에 어떤 글을 쓰기 위해 세 번째로 이 소설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이 글을 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를 통해서 직업과 사랑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다.





직업과 사랑의 공통점 세 가지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우연이다.(파스칼)”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우연이다.(pek0501)”


직업은 그 사람의 성품을 채색한다.(S. 존슨)”

사랑은 그 사람의 성품을 채색한다.(pek0501)”


“이 세상에 비천한 직업이란 없다. 다만 비천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링컨)”

“이 세상에 비천한 사랑이란 없다. 다만 비천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pek0501)”





왜 하필 다른 사람이 아닌 그가(또는 그녀가) 나타나서 나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걸까, 여긴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운명적인 것이었을까, 하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에 잠겨 봤을 것이다.


베르테르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내가 마차에서 내리자 한 하녀가 문 앞으로 나와서 로테 아가씨가 곧 나오실 테니 잠깐 기다려 달라는 전갈을 하였소. 나는 앞뜰을 지나 훌륭한 저택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소. 집 앞 층계를 올라가서 현관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여태까지 보지 못한 매혹적인 정경을 목격하였소. 즉 그 현관 홀로 위로는 열한 살에서부터 아래로는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 여러 명이 한 처녀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오. 팔과 가슴에 연분홍색 리본이 달린 말쑥한 흰 옷을 걸치고 있는 그 처녀는, 얼굴이 아름답고 키도 알맞은 편이었소.” - 32~33쪽, 혜원출판사. 


그녀(로테)는 손에 검은 빵을 들고 자기를 빙 둘러싼 아이들에게 각각 나이에 따라 빵을 조금씩 잘라서 정답게 나누어 주었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저마다 천진스럽게 고맙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로테)의 모습에 베르테르는 반해 버린다.


“나는 겉으로는 (로테와) 덤덤히 몇 마디의 인사치레를 했지만, 속으로는 어느덧 그녀의 몸매와 음성과 거동에 완전히 매혹되어 버렸소. 그리하여 그녀가 장갑과 부채를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을 때에야 비로소 겨우 정신을 차릴 여유를 갖게 되었소.” - 33쪽.


이렇게 베르테르는 로테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하지만 로테에겐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이 이뤄지지 않는 사랑은 마침내 베르테르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눔으로써 삶을 마감하게 한다. 그는 죽기 전에 로테에게 편지를 썼다.


“아아, 나는 얼마나 당신과 굳게 결합되어 있었던가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는 당신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리본도 함께 묻어 주십시오. 내 생일날 당신이 선물로 준 것입니다. 그런 물건들을 나는 얼마나 탐냈는지 모릅니다. 아아, 그 길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올 줄은 몰랐습니다. 진정해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탄환은 재어 놓았습니다. 시계가 12시를 치고 있습니다. 그럼, 로테여, 안녕!” - 231쪽.


사람이 죽음을 선택할 땐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베르테르의 경우에 그의 성격이나 사고방식에 자살의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고, 그 당시의 신분차별의 귀족사회에 대한 그의 불만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로테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볼 때 그의 죽음은 그 괴로운 사랑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베르테르를 통해서 직업과 사랑의 세 공통점을 보다


로테가 동생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왜 하필 베르테르의 눈에 띄어 자살이라는 비극을 겪게 했을까. 베르테르가 로테가 있는 그 시골 마을에 가지만 않았어도 그는 그런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사랑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우연이다.(pek0501)”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 빠져서 자살을 선택할 만큼 극단적이고 격정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랑은 그 사람의 성품을 채색한다.(pek0501)”


로테에게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고 해서 베르테르의 사랑을 비천하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사랑이든 그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이 세상에 비천한 사랑이란 없다. 다만 비천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pek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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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할 책>


괴테 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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