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6) 행복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


사람은 언젠가는 자신이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다. 하지만 어느 때이고 행복함을 자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의 행복은 감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현재가 시간이 지나서 과거가 되고 나면 행복한 시간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행복한 추억’이라는 이름이 생겨난다. 과거의 행복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미래 또한 그렇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시간은 행복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하여 우리 대부분은 ‘행복했다(과거)’, ‘행복할 것이다(미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좀처럼 ‘행복하다(현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예는 ‘여행’으로 들 수 있다. 예전에 가족과 또는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의 사진을 통해서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의 시간은 행복하게 느껴진다. 미래 또한 그렇다. 며칠 뒤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 여행준비를 하는 며칠 동안 설레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여행할 미래 또한 행복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나 미래의 여행은 행복한 그림으로 상상되곤 하는데, 현재의 여행은 어떠한가. 막상 여행을 가면 ‘집 떠나면 고생이야’라고 생각하거나 ‘뭐 이래, 여행이 시시하잖아’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래서 현재의 행복은 손에 쥐기가 어렵다.


왜 사람은 현재에 대해선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이것에 대한 답을 이렇게 찾는다. 행복은 사라진 뒤에야 그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라고. 사라져 봐야 그 소중함을 알아서다. 그것은 마치 젊은이들이 젊음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다가 나이가 들어서야 그 젊음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아는 것과 같다.



나는 이렇게 행복에 대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 등의 시간적 거리로 나눠서 표현해 봤는데,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공간적 거리로 나눠 표현하였다.




인간의 행복은 아름다운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풍경과 같다. 이 풍경을 멀리서 보면 놀라울 만큼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가거나 그 안에 들어가면 조금 전 놀라운 아름다움은 어느덧 사라지고 도대체 아까의 그 아름다움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나무 사이에 멍청히 서 있게 된다. 우리들이 다른 사람의 명예나 재산이나 행복을 부러워하는 것도 그와 같다. -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 p236.




아름답게 보이는 숲 속에 막상 들어가면 벌레들이 우글거리거나 쓰레기가 뒹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멀리서 보는 숲은 아름답다. 행복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나는, 행복은 사라진 뒤에야 그 빛을 발하는 것으로 표현하였고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멀리서 보는 숲처럼 아름다운 것으로 표현하였는데,

그 뜻은 같다. 행복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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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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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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