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4) 둘 중 누가 옳을까요? - 두 사람의 논쟁



갑 : 나는 증권과 보험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많은 사람이라서 친구들이 나에게 자문을 구하곤 한다네. 친구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기 위해 내게 증권이나 보험에 관해 자세히 물어서 지식과 정보를 얻지. 그럴 날이면 으레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만나서 점심을 함께 하는데, 내가 아는 것을 총동원하여 말하면 친구는 고맙다는 뜻으로 식사비를 지불한다네.


을 : 그렇다면 자네는 한 번도 식사비를 내지 않는다는 말인가?


갑 : 물론이네. 낼 필요가 없지. 그건 정당한 일이니까. 왜냐하면 나는 친구에게 지식과 정보를 주었으니 친구는 돈을 써야 하지 않겠나?


을 : 자네는 친구 사이에 주고받은 지식과 정보도 돈으로 계산하는 모양이지?


갑 : 물론이네. 친구 사이라도 계산은 확실하게 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네. 나는 그동안 증권과 보험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많은 책들을 사 보면서 공부했다네. 거기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있었는데, 그 대가로 식사 대접을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네.


누군가에게 점심을 사준다면 재화의 손실이 생기지만 지식은 누구에게 아무리 나눠주어도 재화의 손실이 없다


을 : 그래, 친구 사이라도 계산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데엔 동의하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 같네. 왜냐하면 그동안 공부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은 친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네 자신을 위해서 그런 것 아닌가. 그래서 자네는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되었잖아. 그것으로 족하지. 또 지식이나 정보는 남에게 주어도 자신에게서 줄어드는 게 아니므로 손실이 없지만, 식사비를 지불한 친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에서 식사비만큼 액수가 줄었지 않았나. 그러니 식사비는 반씩 부담해야 옳은 것 같네. 친구가 점심을 한 번 사면 그 다음에 만날 땐 자네가 사야 한다고 생각하네.


갑 : 그런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 위해 빼앗긴 시간과 교통비도 생각해야 한다네. 난 남의 옳은 선택을 위한 자문에 응하기 위해 내가 소비한 시간과 교통비를 한 끼의 식사로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네.


을 : 그 대신 자네는 즐겁지 않았는가? 자네는 친구에게 지식과 정보를 주면서 자신에 대한 우월감과 자신감을 마음껏 누렸을 걸세. 그뿐인가, 친구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흐뭇함과 흡족함으로 기분이 좋았을 것이네. 그것은 바로 그 친구가 자네에게 선사한 선물과 같은 것이네. 오히려 자네가 친구에게 고마워하며 밥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드네. 그러니 식사비는 똑같이 부담해야 된다네.


갑 : 내가 친구에게 지식과 정보를 주면서 우월감과 자신감과 흐뭇함과 흡족함을 느끼며 즐긴 것은 사실이라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공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니, 나는 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네.


둘 중 누가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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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인터넷 신문을 유료화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광고 수입 급감으로 고전해 온 뉴욕타임스(NYT)가 내년부터 온라인 독자들에게 구독료를 부과하기로 했다(조인스 1월 21일).”고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신문인 뉴욕타임스는 “지난 1990년대에도 해외 독자들에게 구독료를 부과했었고, 2005~2007년엔 사설과 칼럼 등에 대해 구독료를 부과”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중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인민일보가 전자신문의 구독을 이번 해부터 유료화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에 대해 돈을 지불해야 사는 사회에 살게 될지 모릅니다. 만약 그런 사회에 살게 된다면, 자신이 타인에게 준 지식과 정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풍토가 조성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무료가 아닌 ‘유료’라면 말입니다.


제도(사회)가 변하면 인간의 사고도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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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 2010-01-2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둘 다 옳지않다.뇌리에 어떤 신호가 왔을 때 찰나적인 판단에 의해서 행동하게 된다.이성적인 효과이냐.감성적인 인화인가에 따라 형이상과 형이하의 현실적인 비중을 노리게된다.그러나 오늘이 마지막인듯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는 인생사라면 가장 호의적인 것이 으뜸일 것이다.이왕지사 나왔으면 밥을 사주면서 설명 해주는 것이 다가올 희망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의무와보답을 따지고보면 공통분모라고 생각한다.모든 것은 평등에 기인한다는 말이다.

페크pek0501 2010-01-24 16:03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밥을 사주면서 지식과 정보를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는다면 참 좋은 세상이 될 듯합니다. 주는 기쁨도 받는 기쁨 못지않음을 아는 것, 소중한 체험입니다. 흐뭇함과 흡족함이야말로 행복한 기분 아니겠습니까.

옹달샘 2010-02-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관계가 너무 계산적이면 만나면서도 즐거움보다는 부담감과 실망감이 싹트게 되고 결국엔 만나고 싶지 않은 관계가 되고 말지요. 정보를 얻은 친구가 고마운 마음에 식사비를 지불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그걸 매번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올바른 친구관계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친구를 만나는 건 무척 부담스러울 것 같네요.

페크pek0501 2010-02-02 14:05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들어 오셨네요. 반가워요. 옹달샘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정보를 주는 그 마음도 정말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요.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도 선의가 없으면 불가능할 일이니까요.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 착한 것 같아요. 길에서 아무에게나 길 찾는 질문을 하면 열에 아홉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