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아침에 일어나기가 귀찮았고, 출근하는 날엔 잠을 더 자고 싶었고,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을 하기 싫은 때가 있었고,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아 비관적인 전망을 가진 날이 있었으며, 걱정을 달고 사는 삶이 무겁게 느껴진 날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평범한 일상이었다.
요즘 전염병으로 인해 안전지대가 없어 긴장 속의 나날을 지내다 보니, 코로나19가 없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싶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는 것은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고 싶은 사람들 대부분이 삶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겠다.
우스갯소리로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 시집가기 싫다는 처녀의 말, 밑지고 판다는 상인의 말,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의 말 등이 그것이다.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의 말을 우리가 거짓말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을 물리치고 싶을 만큼 삶을 사랑한다는 것.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절망의 마지막 순간에 죽음으로부터 돌아선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삶과 생명을 사랑해서다. 그렇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가장 곤란하나 가장 본질적인 것은 생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괴로울 때도 사랑한다는 것이다.”』(78쪽)
- 왕은철, <환대예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