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에 수록되어 있는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를 읽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1. 즐거운 나들이에 대해서
‘나’(여자)와 ‘제희’(남자)는 연인 관계에 있다. 「제희와 같이 다니다보면 남자친구라기보다는 자매나 친한 남매 같을 때가 많았고 나는 그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좀 즐거웠다.」(140쪽) ‘나’는 제희의 가족 네 명과 함께 수목원에 나들이를 간다. 수목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부터 제희네 가족은 의견 차이를 보인다. 소음이 신경 쓰이니 에어컨디셔너를 끄자는 제희의 아버지와 더워서 끌 수 없다는 나머지 사람들의 의견 차이였다.

 

 

즐거운 소풍 같았던 ‘수목원 나들이’는 결국 즐거운 나들이가 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 날씨가 더웠고, 제희의 어머니는 제희의 아버지에 대해 원망을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수목원은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었고, 식구들의 의견은 통일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으며, 제희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소설은 즐거운 가족 나들이가 되기 위해서는 즐거운 나들이를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이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한다.

첫째,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여야 한다.
둘째, 식구들 사이에 원망이나 미움이 없어야 한다.
셋째, 나들이하기에 손색이 없는 목적지여야 한다.
넷째, 식구들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누군가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가족 소풍만 해도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즐거운 소풍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헤아려 보게 된다.

 

 

 

 

 

 

2. 생각해 볼 만한 점
「제희네 부모님은 주변 상인들하고 계를 들어서 크게 현금을 돌리곤 했는데 어느 해, 제희네 어머니의 소개로 계원이 된 여자가 곗돈을 가지고 달아났다. 제희네 어머니와는 자매처럼 지내던 사이로 일이 벌어지고 보니 시장 안에서 신용이 있었던 재희네 이름으로 여러 상인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돈을 빌리기까지 했던 모양이었다. 모두 합치자 큰돈이 되었다.」(142쪽)

 

 

그리하여 재희네 어머니에게 그 책임이 전가되어 큰 빚을 지게 되었다. 물론 재희네는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처지였다.

 

 

이때 다음의 1)과 2) 중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 그 빚이 어머니 자신이 쓴 돈이 아니니까 주변 사람들 몰래 식구들과 도주해 버린다.

 


2) 어머니 자신이 쓴 돈은 아니지만 다섯 명의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 빚을 끝까지 갚아 나간다.

 

 

 

제희네는 빚을 갚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아이들을 기르며 빚을 갚겠다고 결심했다.」(143쪽)


 
제희의 부모인 두 사람은 빚을 전부 갚기도 전에 늙어 버렸고 그래서 제희네 누나들과 제희가 그 빚을 갚으며 살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형편이었으므로 제희네 누나들 가운데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희네 부모님은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왜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지 않았을까.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았을까. 빚을 떠안으면서 딸들에게 짐을 지운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을까. 자신들의 양심과 도덕에 따랐지만 딸들의 인생을 놓고 봤을 때는 부도덕한 선택이 아니었을까.」(144쪽)

 

 

생각 1) 만약 제희네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도망갔다면 빚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큰 타격을 받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 2) 빚을 떠안으면서 부모들 자신의 양심은 지켰지만 자식들에게 짐을 지게 함으로써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생각 3) ‘나와 나의 가족에게 유리한 길’과 ‘인간으로서의 옳은 길’ 중에서 어느 길을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3. 인상적인 문장에 대하여 느낀 점
1) 「카트에 실린 짐이 자꾸 아래쪽으로 쏟아졌다. 제희는 비탈에 무릎을 꿇고 짐을 다시 쌓은 뒤 고무줄을 더 팽팽하게 조였다.」(157쪽)
→ 여러 명의 짐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제희의 모습에서 한 사람의 희생이 있어야만 가족 공동체가 유지됨을 느끼게 한다.

 

 

2) 「위쪽에 맹금류 축사가 있더라고 나는 말했다. 똥물이에요.

저 물이 다, 짐승들 똥물이라고요.」(161쪽)
→ 남들이 음식을 먹고 남은 찌꺼기(똥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수목원이 아니라 쾌적한 호텔로 나들이를 했더라면 짐승들의 똥물을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돈 없이는 즐거운 나들이가 불가능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필 나들이의 목적지에서 짐승들 똥물을 보게 된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운이 나빴을 뿐인지 모른다.

 

 

3)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162쪽) (‘나’와 결혼한 사람이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 라는 말 같다.)

→ 의미심장한 말로 읽힌다. 내 생각엔 자신의 의지대로 살기도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의 상황에 따라 살기도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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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엔 맹금류’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은 단편 소설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글은 소설의 주제와 무관할 수 있는, 그저 나의 감상임을 밝혀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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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2-11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어서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수목원에 갔을 때 안 좋았다 해도 ‘나’는 제희와 식구가 되지 못한 걸 아쉬워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식구라 해도 여럿이 함께 어딘가에 가면 삐걱거리기도 하는 듯해요 그런 것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이 될지...


희선

페크(pek0501) 2020-02-12 12:33   좋아요 1 | URL
‘나‘는 여행 가 보고 나서 제희네 가족에게 실망해서 돌아섰는지도 모르죠.
명확히 쓰지 않은 걸로 봐서, 작가는 독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땅이 젖어 있더라고요. 밤에 비가 왔나 봅니다. 미세먼지가 씻겨 나가면 좋겠네요.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